게임 회사 해고노동자, 화섬노조 선전 활동가에서 이제는 정의당 국회의원이 됐다. 어떤 의정 활동을 계획하고 있나?
아직 상임위원회가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구체적인 계획을 잡는 데 무리가 따른다. 하지만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은 있다. 총선 후보 시절 제보를 받은 펄어비스(게임개발업체) 당일 권고사직 문제에 대응해야 한다. 나아가 IT 정책, 게임 산업 관련 당론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김용희 삼성 고공농성 투쟁을 해결하고 싶다. 김용희 투쟁은 내가 화섬노조에 있을 때부터 봐왔다. 김용희 투쟁에 함께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나. 나는 정치인이 돼서 권한이 생긴다면 사회적 약자를 위해 권한을 써야겠다고 늘 생각했다.
노조 활동을 하다 정치해야겠다고 다짐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한마디로 정리하면 답답해서. 게임업계 노조는 스마일게이트, 넥슨 두 곳밖에 없다. 노조가 생기니 포괄임금제가 폐지됐고, 장시간 노동에 대한 신고도 이뤄졌다. 하지만 노조가 없는 대부분 회사는 문제가 여전하다. 노동계에서도 탄력근로제 개악 저지 집회를 해도 목소리가 국회 담 너머로 넘어가지 않는 듯했다. 그래서 담 안으로 직접 들어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화섬노조에서 선전홍보부장을 할 때 ‘노조가 익숙하지 않다는 시선’에 걱정이 있었다. 노조는 자본을 대상으로 투쟁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시민의 시선이 있지 않나. 선전홍보부장으로서 시민을 향한 메시지에 신경을 썼다. 노조에 대한 편견을 바꾸려고 시도하자 유의미한 결과들이 나타났다. 노조에 대한 편견을 정치로 바꾸고 싶었다.
정치 활동으로 정의당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촛불 이후로 정치에 관심이 높아졌다. 이후 열린 조기 대선에서 심상정 대표가 노동자를 위해서 말하는 것을 들었다. 심 대표는 사회적 약자를 위해 발언하는구나 싶었다. 심 대표가 그 자리에 없었다면 거대 양당의 목소리만 들렸을 것이다. 거대 양당이 담지 않는 목소리를 정의당이 채우고 있었다. 또 넷마블에 과로사가 발생했을 때 이정미 당시 당 대표가 특별근로감독을 이끌어냈다. 이 의원의 활동으로 게임업계 노동자들이 ‘떼인 임금’을 받아냈다. 이때 ‘내 삶의 정치가 이렇게 영향을 주는구나’ 생각했다. 그게 정의당의 정치였다.
노동 문제에서 가장 관심을 두는 사안은 무엇인가?
1호 공약은 포괄임금제 폐지 제도화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로 고용불안 문제가 심각하다. 펄어비스 권고사직 사건도 게임업계에 만연한 고용불안을 단적으로 드러냈다. 청년 노동자여서 그런지 나도 권고사직을 당할 때 막막함이 가장 두려웠다. 회사 밖으로 나갈 때 월세는 어떻게 낼지, 학자금을 더 갚아야 하는데,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나마 고용보험에 가입된 이들은 시스템에서 보호받을 기회가 있는데, 미가입자의 경우 문제가 더 심각하다. 작은사업장 노동자의 고용불안이 특히 심각한 요즘이다. 나는 권고사직 당한 노동자, 작은사업장 노동자와 얘기를 나눌 때 가장 마음이 아프다. 이런 분들 곁에 더 있고 싶다.
문재인 정부의 노동 문제를 어떻게 진단하는가?
문재인 정부에 좋은 정책이 많았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가 그랬고, 포괄임금제 개선도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공공부문 정규직화는 ‘자회사 꼼수’였고, 포괄임금제는 가이드라인조차 제시되지 않았다. 정부가 이런 것들을 성과라고 얘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사실 (문재인 정부 정책 추진에 대한) 보수정당, 거대자본의 견제가 심하기도 했을 것이다. 개혁에 나설 수 있는 정의당은 작은 상태였다. 하지만 지금 민주당은 ‘슈퍼 여당’이 됐다. 180석으로 (개혁을) 할 수 있을 거로 생각한다. 180석은 그간 (정부·여당이) 하지 못한 것을 완수하라는 국민의 뜻이라고 본다.
‘슈퍼 여당’이라는 국회 정치 지형에서 정의당의 역할은 더욱 중요할 것으로 보이는데, ‘코로나 정리해고’ 등 앞으로 닥칠 노동 문제에 어떻게 대응할 예정인가?
IMF 외환위기 때 노동자는 일방적으로 희생됐다. 지금도 코로나19를 빌미로 노동개악을 시도하고 있다. 이런 일이 다시는 벌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정의당이 하나의 팀으로 움직이는 게 중요하다. 정의당은 (의원 수가 적은 까닭에) 한 상임위원회에 두 명씩 들어갈 수 없다. 상임위 활동을 당 차원에서 수행해야 한다. 의원 한 명이 환노위(환경노동위원회)에 들어가 이슈를 만들더라도 제보는 당의 모든 채널에서 받는다. 앞으로 서로 손발이 돼야 한다는 뜻이다.
법안 발의도 마찬가지다. 전태일 3법(△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 △특수고용 노동자 노동3권 보장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차별금지법은 민주당 당론하고도 다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예쁘게 말한다’고 해서 법안 처리가 되는가. 오히려 이런 문제엔 정의당이 원칙을 고수하면서 세게 부딪혀야 한다.
어떤 상임위원회에서 활동하길 바라는가
1순위는 환노위(환경노동위원회). 2순위는 산자위(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3순위는 과방위(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다. 현재 정의당 노동 후보 당선자들이 많다. 내가 환노위로 가지 못할 수도 있다. 당 주요정책에 따라 필수 상임위가 정해질 텐데, 남는 자리로 갈 가능성도 있다. 산자위도 못 갈 수 있다. (당에서) 남는 곳으로 가라 했을 때 조용히 가지는 않을 것이다.
당선인은 노동 외에도 청년, 페미니즘 의제에도 목소리를 계속 내고 있는데, 노동 외에 어떤 의정 활동을 계획하고 있는가?
직장 내 페미니즘 ‘사상검증’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 게임업계에선 꽤 심각한 상황이다. 어떤 노동자가 여성민우회를 팔로우했다는 이유로 마녀사냥당한 적이 있다. 그 노동자는 외주를 받는 일러스트레이터다. 상시적인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프리랜서다. 회사가 시끄러워졌다 하면 외주 계약을 끊어버린다. 페미니스트라는 이유로 불안정 노동자가 너무 쉽게 내쳐지는 상황이다. 이는 페미니즘 문제이며 노동권 문제이기도 하다.
보수경제지를 중심으로 후보에서 사퇴하라는 공격도 많이 받았고, 최연소라는 이유로 정치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컸는데, 어떻게 돌파해 나갈 예정인가?
보수경제지에서 나를 비난하는 건 내가 잘하고 있다는 뜻이다. 보수경제지는 내가 노조에 있을 때도 그랬다. 앞으로 노동권에 대해 진보 의제를 말할수록 보수진영의 공격이 많아질 것이라 생각한다. 나는 할 일을 계속할 거다. 정치력 부분에서는 성과로 대답할 거다. 나도 출마 전에 감당할 수 있을지 많이 고민했다. 하지만 국회의원이란 직업은 혼자만 하는 게 아니다. 당의 정책위원회도 있고, 당원들도 있다. 나는 감당하기로 마음먹었다.
조국 사태에서 보여줬듯 그간 정의당은 ‘민주당 2중대’, ‘우경화’ 비판을 줄곧 들어왔다. 지금까지의 정의당을 어떻게 판단하며 앞으로 정의당은 어떤 길을 걸어야 한다고 보는가?
이번 총선의 정의당 슬로건은 ‘원칙을 지킵니다’였다. 이 슬로건은 그간 고민에 대한 정의당의 답이라고 생각했다. 그 고민의 결과가 이번 지지율로 나타났다고 본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취지가 훼손되며 많은 의석수를 확보하진 못했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정의당에 답해줬다. (이번 총선 정의당 정당득표율은 9.67%로 지난 총선 득표율 7.23%보다 2.43%p 올랐다) 심상정 대표가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꿈만 남겨두고 모든 걸 바꾸자’고 말한 적 있다. 이 말이 누군가는 청년 정치를 위해 (기성세대가) 자리를 내줘야 한다는 뜻으로 읽지만, 나는 정의당이 대중적 진보정당으로 가야 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나는 정의당을 믿는다. 정의당은 정의당다울 때 가장 많은 지지를 받을 거다. 정의당에 애매한 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