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운수노조 보육지부는 28일 오전 11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행정기관의 부실조사로 ‘페이백’ 신고 교사들에 대한 어린이집 원장들의 괴롭힘이 이어지고 있다”고 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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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모 지자체 담당 공무원은 ‘페이백’ 신고를 받은 뒤 해당 어린이집 원장에게 전화해 신고 사실을 통보했다. 심지어 원장이 “임금을 모두 지급했다”고 답하자 곧바로 조사를 종료하고 신고자에게 “그런 일이 없다”고 통보했다. 박인화 공공운수노조 전략조직부장은 “이후 해당 원장은 보육교사를 한 명씩 지목해 ‘네가 신고했냐’, ‘나갈 게(퇴사) 아니라면 신고를 했겠느냐’며 괴롭혔다”고 설명했다.
고용노동부 공무원도 원장에게 전화해 신고사실을 통보한 뒤, 단순 구두 권고로 조사를 종료했다. 이후 원장은 교사들을 모아놓고 신고자 색출을 시도했으며, 상황을 견디지 못한 교사가 자신이 신고자임을 밝히자 “고소하겠다”, “폐원되면 네 책임”이라고 협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보육교사들에게 ‘자발적 페이백’ 동의서에 서명하고 진술할 것을 강요하는 등의 괴롭힘도 이어졌다.
이밖에도 노조에 접수된 신고 유형을 보면, 대다수 담당 공무원이 현장조사를 진행하지 않거나 심지어 신고자에게 “코로나 때문에 당분간 지도점검이 어렵다”며 조사를 거부하는 사례도 있었다. 고용노동부와 지자체가 각자 자신의 업무영역이 아니라는 이유로 조사를 회피하는 일도 있었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지난 3월 24일, 보육교사를 상대로 한 ‘페이백’ 등의 민원이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4월 8일에는 노동조합이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보육교사 1200명 중 31.1%가 페이백을 경험했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가 어린이집에 긴급보육 경비를 지원한다고 밝혔음에도, 이를 숨기고 교사들에게 페이백을 강요했다는 것이다. ‘페이백’은 교사가 직접 현금 인출을 해 원장에게 전달하거나, 대포 통장을 만들어 송금하는 식으로 이뤄졌다. 노조의 실태조사 발표 다음날, 보건복지부는 보도자료를 발표해 이와 같은 사례를 엄정 조치하고, 특별지도점검 등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오승은 공공운수노조 정책부장은 “어린이집 페이백은 예전부터 존재했던 불합리한 관행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며 “보건복지부의 엄정 조치 이후에도 페이백 신고에 따른 괴롭힘과 신고접수가 이어지고 있다. 노조 차원의 긴급조사와 상담전화 등 70건의 사례가 접수됐다”고 밝혔다.
특히 노조 신고접수 현황을 보면, 특정 9개 행정지역(경기도 의정부, 용인시 기흥구, 시흥시, 광주시, 인천서구, 경산 양산, 창원 진해구, 제주시, 서귀포시)을 중심으로 신고 사례가 집중돼 있다. 노조는 특정지역에서 페이백 수법이 공유되고 있다는 제보 결과를 토대로, 보건복지부에 해당 지역들에 대한 ‘페이백 시범전수조사’를 요청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노조는 이날 무급휴직 강요 등 ‘코로나 기간 갑질’ 사례로 제보된 약 70개의 어린이집을 국민권익위원회에 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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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노동조합은 페이백 사태에 대한 보건복지부의 철저한 현장조사를 촉구했다. 현장조사가 △보건복지부 총괄의 특별조사로 진행될 것 △사전통지 없이 조사할 것 △조사는 원장이 아닌 보육교사를 대상으로 진행할 것 △신고자와 조사대상자 모두에게 ‘공익신고자보호법’의 주요내용, 특히 벌칙 내용이 안내될 것 등의 원칙에 따라 진행돼야 한다는 요구다.
함미영 공공운수노조 보육지부장은 “아울러 신고자의 고용보장을 위한 특단의 방안마련을 복지부에 촉구한다”며 “원장의 불법행위로 어린이집이 폐원 돼 정작 보육교사들이 실직을 당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복지부는 페이백 신고자들에게 ‘실직’을 안기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미리 구제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