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배성인(성공회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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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정(정의당)
현린(노동당)
장혜경(사회변혁노동자당)
양동규(민주노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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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성인 성공회대 교수 |
배성인 4.15 총선이 끝났다. 진보 좌파는 어디로 가야 할까. 지금까지 구체적인 상이 보이지 않는다. 한국의 진보 좌파 세력의 대중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먼저 거대 양당 중심으로 이번 총선 평가를 해봤으면 좋겠다. 더불어민주당은 승리했고, 미래통합당은 패배했는가?
장혜경 코로나19 사태가 민주당 압승의 가장 큰 요인이다. 앞서 민주당은 조국 사태를 통해 한계를 드러냈다. 문재인 정권 들어 민주당은 기득권 정당으로서 면모를 나타냈다. 또 촛불 항쟁의 염원을 받아들이지 않고, 개혁 정치를 보여주지 못했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코로나 국면을 거치며 총선 승리를 거뒀다. 반면 황교안 체제 미래통합당은 극우세력과 연결고리를 맺었고, 보수의 혁신적 모습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 이점에서 코로나가 없었어도 민주당은 승리했을 것이다. 한편 총선은 민주당을 한국 사회 주 세력으로 전환하는 흐름을 만들었다. 코로나 국면에서 민주당이 먼저 국가개입을 얘기한다. 그 개입은 보수적인 관점이다. 노골적인 친자본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런 추세가 강해질 것이라고 판단한다.
이현정 먼저 나는 정의당 주류를 대표하지 않으며, 당내 좌파라는 개인적 위치에서 얘기한다는 점을 밝힌다. 코로나 사태로 민주당이 압승할 수 있었다는 점에 동의한다. 하지만 무엇이든 항상 비교 대상이 무엇인지가 중요하다. 세월호 참사 때 보여줬던 박근혜 정부의 무능함과 지금 문재인 정부의 차이가 시민에겐 많은 판단 근거가 됐다. 미래통합당이 갖는 무능을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나은 모습에 덕을 봤다. 민주당은 통합당과의 적대적 공생관계에 놓여있는 것 같다. 또 이번 선거는 제도적 다당제를 확보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중요했다. 하지만 민주당이 이를 막았다. 민주당은 위성정당을 만들기 전부터 선거관리위원회가 내놓은 선거제도를 계속 후퇴시켰다. 민주당은 정의당에 지역구를 많이 빼앗길 것 같다는 판단에 석패율을 없앴을 것이다. 정치 다양성을 저해한 가장 큰 책임은 민주당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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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린 노동당 대표 |
현린 여하간 민주당은 잘했기 때문에 선거에서 승리했다. 잘한 것은 좌파의 기준이 아니다. 먼저 좌파진영은 촛불 항쟁 이후 3년 동안 한발 더 나아가지 못했다. 촛불의 계속적 차원에서 결코 높은 점수를 매길 수 없다. 좌파의 과오다. 반면 민주당은 이 촛불을 자기 몫으로 당겼다. 그 결과 진보 혹은 좌파보다 민주당에 힘을 싣고, 통합당을 소멸시키자는 주장이 강해졌다. 선거제 개혁 과정에서도 원외 소수정당까지 국회에 진입하도록 논의했지만, 연동형 비례대표제 봉쇄조항으로 막혔다. 동시에 소수정당들은 민주당에 쉽게 휘둘렸다. 그래서 민주당에 힘 실어주자는 역효과가 발생했다. 또 민주당은 진보좌파가 안 하는 여러 정치활동을 선보였다. 서울시장의 경우 촛불 이후 3년 동안 이른바 지방민주주의, 참여민주주의, 주민자치활동 등 진일보한 모습을 보였다. 반면 보수정당도 지방선거 데뷔용이긴 하지만 지역위원회를 통해 지역 정치를 열심히 했다. 이점을 고려하면, 좌파에 대해 선거 전술만이 아니라, 일상 정치활동에 대해서도 평가해야 하는데 이 점에서도 문제가 있었다.
양동규 민주노총은 6월 12일 공식적인 총선 평가를 한다. 따라서 나는 이 토론회에서 개인적 의견이라는 점을 전제한다. 먼저 21대 총선 특징은 세 가지다. 코로나와 위성정당 논란으로 정치 쟁점이 묻힌 점, 양당 구조로의 회귀 및 거대 여당의 출현,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왜곡과 진보정당의 타격이다. 민주당은 코로나 사태 없이는 이기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코로나 이전부터 경제 상황은 제조업뿐 아니라 전체적으로 좋지 않았다. 조국 사태로 청년이 분노했고, 민주당은 내세울만한 개혁이 하나도 없었다. 공약 파기에서 개악까지 갔다. 지역구 정당별 득표율을 보더라도 민주당 44.9%, 통합당 41.5%로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통합당 지지도 상당했다는 뜻이다.
배 정의당을 얘기해봤으면 한다. 정의당 총선 결과는 비례대표 문제를 중심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총선 전략이 꼭 비례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정의당은 민주당과 같이 영입 인사 전략을 취했는데, 이 또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좌파정당은 당직자를 꾸준히 양성해 국회로 보내야 한다. 정의당은 '민주당 흉내내기'를 하고 있는 건 아닌가.
이 정의당이 민주당을 따라 하면 안 된다는 평가가 정확하다. 비례 선출 과정에서 진행했던 개방형 경선제도 민주당을 따라간 측면이 있다. 더 많은 사람이 정의당에 관심을 주고 당 지지율을 높인다는 의도였지만, 이는 실현되지 않았고, 실패했다. 정의당 공보물 전면에 나온 인물도 심상정 대표가 영입한 인사들, 명망 있는 후보들이다. 민주노동당, 진보신당부터 지금껏 성장한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당선자 중에도 노동운동 출신은 있지만, 좌파 정체성을 갖고 진보정당 운동을 꾸준히 한 사람은 없다. 내 입장에서 정의당은 정체성 위기에 처해있다. 페미니즘에서도, 조국 사태에서도 정의당은 애매한 입장이지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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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혜경 사회변혁노동자당 정책위원장 |
장 진보정치의 기본 출발선은 자유주의 세력에서의 독립이다. 진보정치는 그간 자유주의 세력에 종속, 의존해 왔다. 좌파는 정치적, 이데올로기적 독립이 필요하다. 그런데 정의당은 이 기본선을 무너뜨렸다. 조국 사태에서 드러난 모습이 그렇다. 이번 선거에서도 정의당은 문재인 정부가 개혁을 잘하도록 자당을 지지해달라고 했다. 진보정당이 자기 포지션을 대중에 어떻게 각인시킬 것인가 하는 점에서 정의당은 실패했다고 본다. 정당득표율은 지난 총선보다 올랐지만 ‘민주당보다 약간 나은 세력’ 정도다. 진보정당 주 세력으로서 정의당은 자기 정체성을 상실하고 있다.
양 정의당은 민주당의 그늘에 가려진 정치를 하는 것 같다. 이번 정의당 당선자도 민주당의 지지부진한 개혁을 견인하겠다고 인터뷰했다. 민주당을 정치 투쟁의 대상, 극복 대상으로 삼지 않는다. 동시에 정의당은 자신을 대안정당으로 설정하지 않는다. 코로나 상황에서 신자유주의 체제의 재검토, 대외의존 경제 비판, 국가의 역할 등 화두가 있다. 해고금지, 무상의료를 얘기하기 좋은 토대가 있었다. 정의당은 이런 의제를 대중 언어로 쟁점화했어야 했다. 그랬으면 정의당은 의석수와 관계없이 대안으로 등장할 수 있지 않았을까.
배 좌파정당의 무능, 무기력함이 지속적으로 언급되고 있다. 그간 좌파는 무엇을 했고, 어떻게 했어야 지금의 한계에서 벗어날 수 있었을까?
장 1996~1997년 총파업 이후 진보정치 세력화, 노동자정치 세력화를 줄곧 얘기했다. 하지만 발전은커녕 후퇴를 거듭했다. 특히 지난 3년간 진보진영은 의회주의를 강화했다. 위성정당 문제를 두고 녹색당은 당원 총투표까지 거쳐 결정한 바 있다. 단순히 ‘선수’인 지도부 몇 명의 문제가 아니라는 뜻이다. 민중당도 지도부에서 위성정당 참여를 주장하긴 했다. 여성의당은 등장으로 센세이션을 불렀지만, 자본가 손에 붙는가 하면, 성소수자를 배제했다. 운동 전반이 질적으로 후퇴한 게 이번 위성정당 문제로 드러났다. 좌파는 무너진 사회운동과 계급운동을 어떻게 강화할 건지 중요하게 고민해야 한다.
양 나는 한상균 집행부 때 정치위원장을 했는데, 당시 울산과 창원에 후보단일화 조합원 총투표를 강제했다. 이에 따라 민중당, 정의당 등 진보정당이 공동선거운동본부를 꾸렸고 몇 석을 탈환했다. 나름 의미 있는 결과였다. 하지만 이번 총선에서 민주노총의 선거 운동 방침은 취약했다. 21대 국회 과제, 5개 진보정당 지지 발표 정도가 있었을 뿐이다. 한편 위성정당이 난립하는데 진보정당의 선거연합은 이뤄지지 못했다. 2015년 중집, 2016년 대의원대회 등 민주노총에서 진보정당 선거연합 논의가 있었지만 통과되지 못했다. 현실화되기 어려운 부분이지만 계속 고민해야 할 지점이다.
현 노동당이 진보신당이던 2010년에 진보진영연대회의라는 연대체가 있었다. 진보진영연대회의는 가설정당이지만 2020년 원내교섭단체 구성을 목표로 했다. 당 내적으로 지역의 기초조직을 재건해 당원 참여를 높인다는 계획이었다. 이 계획이 10년 전에 나왔지만, 실천되지는 않았다. 10년 동안 좌파정당은 지역 활동에 손을 놨다. 당원이 부족하다는 측면이 있긴 하다. 좌파정당 분열 과정에서 활동가들도 부족해졌다. 좌파정당 입장에서 당원 참여는 최우선 가치 중 하나다. 이를 10년 동안 반복해서 얘기했다. 4년 뒤 총선이 끝나고 또 이야기할지 모른다. 뿌리 없는 상태에서 꽃만 피우려 했던 과거는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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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현정 정의당 기후위기미세먼지특별위원회 위원장 |
이 지역 활동을 열심히 했다면 선거 결과가 과연 달랐을까. 과천 의왕의 경우 정의당 황순식 후보는 과천시 의원을 두 번 하고 의장까지 했던 인물이다. 오랫동안 지역 활동을 한 후보다. 그런데 민주당이 영입한 변호사 이소영 후보가 압승했다. 지역 기반보다 이미지 정치의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이재명의 경우 민주당 비주류의 주류화를 걸었다. 이재명이 주목받는 이유는 더 선명하게 정체성을 내세웠기 때문이다. 정의당의 경우 더 선명한 노선으로 대중성을 강화하는 사람이 적다. 오히려 원래 선명했던 사람이 당내에서 더 두루뭉술해지는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
배 한편에서는 진보정당이 독자성을 찾아야 한다고 하면서 새로운 방법의 운동이 필요하다고 한다. 진보정당운동이 ‘사회운동정당’을 지향해야 한다는 것은 대체적으로 동의하고 있다. 반면에 변혁당과 노동당 등은 사회주의 대중정당을 추진하고 있다. 어디에서 어떤 전망을 어떻게 만들고 찾을 것인가?
장 총선 후 좌파정당이 선전하지 못한 결과를 보고 다시 한번 모이자는 말이 많이 나온다. 한국 좌파정당 운동은 복수정당 체제다. 나누어져 있는 이유는 사상과 노선 이념에 근거하고 있다. 다당제 시대 속에 사회주의 정치는 상대적으로 왜소하다. 그래서 사회주의 세력이 총결집해서 사회주의 정치 운동을 활기차게 해보자는 논의가 있다. 또 ‘소수 활동가 정당’이 아니라 대중을 포괄하자는 의미에서 ‘사회주의 대중정당’ 이름을 붙이고 있다. 사회주의 정치세력이 시민권을 얻는 게 목표라고 생각한다. 사회주의 정치가 여러 선택지 중 하나라는 사실을 2022년 대선을 통해 보여줘야 한다.
현 이번 총선 결과는 지난 4년 동안 ‘좌파가 이 정도밖에 못 해서’ 나온 것이다. 사회주의 세상을 꿈꾸고, 그게 가능하다는 상상을 노동자와 주민들에게 주지 못했다. 좌파정당은 먼저 일상적 정치활동을 해야 한다. 그리고 정책 생산을 당원으로부터 만들어야 한다. 사회주의 전망에 대해선 변혁당은 ‘한국사회 구조변혁안’이 있고, 노동당은 ‘5대 무상 공공정책’이 있다. 이를 기초해 지역별, 부문별로 사회주의 세력이 만나 공유하고, 방향을 잡아야 한다. 당원 교류가 이어지면서, 향후 선거 연대 혹은 당 통합 등 논의까지 이어진다면 합의가 따르면 되지 않을까.
이 정의당은 민주당과 결별해야 하는 시기라고 생각한다. 정의당은 사안에서 항상 한발 늦은 대응을 하면서 애매한 입장을 내놨다. 다양한 스펙트럼 속에서 합의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의당은 정체성이든, 원칙이든, 기준이든 다시 세워야 한다. 최근 나는 코로나 시대 기후위기 토론회에 참여했는데, 민주당 대책은 시장주의에 입각한 민영화다. 이런 논의 속에 우리가 어떻게 민중의 삶을 지킬지 진보정당이 함께 모여 고민해야 한다. 여기서 정의당이 생태사회주의를 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정의당은 사회주의를 당 차원에서 사용하지는 않지만, ‘민주적 사회주의’는 제기되고 있다. 민주적 사회주의 논의를 전 당원에 부치고, 내용을 담는 과정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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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동규 민주노총 부위원장 |
양 최근 통합당 최고위원이 기본소득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토론회에서도 교수들이 체제 전환을 얘기한다. 이런 기회와 계기를 좌파가 가져와야 한다. 지금 경제위기는 보수 정치가 해결하지 못한다. 좌파가 자본주의로는 극복할 수 없다는 이슈를 주도해야 한다. 사회 공공성을 제기하고, 해고금지 선언, 국유화 조처까지 내걸어야 한다. 좌파정당이 사회주의 시민권 확보 아래 뭉쳤으면 좋겠다. 지금 시기는 진보 좌파의 시간 아닌가. 향후 대선은 민중의 요구를 받아안는 대선이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