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김한주 기자] |
1일 오전 9시부터 시작된 11차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 회의는 김명환 위원장이 회의 불가를 선언하며 어떤 논의도 못 하고 종료됐다. 민주노총은 다음날인 2일 오후 11차 중집을 다시 열겠다고 밝혔지만 위원장이 쇼크 증세를 보이며 병원으로 호송돼 중집 개최 여부가 불확실한 상황이다.
민주노총은 “원래 당뇨가 있고 혈압이 높은 김명환 위원장이 출근을 저지당하는 과정에서 압박과 스트레스로 코피를 쏟고 잠시 쓰러졌다. 119 구급차를 타고 근처의 강북삼성병원으로 이동했다”라고 밝혔다.
이날 노사정 합의안을 논의하기로 한 중집에선 어떤 결론도 내지 못했다. 김명환 위원장은 중집회의에서 참관자들이 퇴장하지 않으면 회의 진행이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개회 선언도 하지 않았다. 노사정 합의안에 반대하는 회의 참관자들은 중집 논의를 시작하고 노사정 합의안을 폐기하라고 요구했지만, 중집이 개회도 못 하면서 논의는 미뤄졌다. 중집이 열리기 전부터 결집해 노사정 합의안 폐기를 요구했던 좌파 단위들은 중집이 열리는 내일 다시 모일 예정이다.
이들은 또 김명환 위원장에게 ▲노사정 합의에 대해 결정된 바 없음을 민주노총이 공식적 채널을 통해 밝힐 것 ▲이후 열릴 중집에서 참관권을 보장할 것을 요구했지만 위원장은 답하지 않았다.
같은 시각 비정규직 단위도 노사정 합의안 폐기 요구에 힘을 실었다. ‘비정규직 이제그만 1100만 비정규직 공동행동(이하 비정규직 이제그만)’은 1일 오전 민주노총 13층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할 일을 방기한 채 노동자에게 양보만 요구한 ‘사회적 대타협’을 동의할 수 없다”라며 “사회적 대타협이 이루어지지 않아도 기업은 무급휴직을 강요하고 해고할 것이다. 그런데도 사회적 대타협을 강행하는 이유는 노동자들이 싸우지 못하게 재갈을 물리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출처: 김한주 기자] |
김명환 위원장은 활동가, 조합원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시종일관 노사정 합의안에 대한 강행 처리 의지를 보였다. 김 위원장은 중집 진행이 어려워지자 임시 대의원대회를 열고 노사정대표자회의를 안건으로 올리겠다고 밝혔다. 노사정 합의안에 대해 중집에서도 처리가 어려워지자 대의원대회라는 민주노총의 최고 의결기구를 다시 끌어온 것으로 보인다.
사회적 합의에 반대하는 활동가, 조합원들은 “오직 고통만 전가하는 내용의 사회적 합의를 끝까지 강행하려는 것이냐”라며 “진작 대의원대회에서 논의했어야 하는데 중집에서 실패하고 다시 대의원대회를 거치겠다는 것은 결국 조합원의 목소리를 외면한 채 자기 뜻대로 사회적 타협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한편, 이날 오전 열린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대표자 협약식’은 민주노총 위원장의 불참으로 취소됐다. 이재갑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어제 (노사정) 합의에 이르렀고, 오늘 서면 합의를 하기로 했는데 민주노총에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해 위원장이 참석하지 못했다”라고 밝혔다. 만약 김명환 위원장이 조직의 승인 없이 독단적으로 노사정 합의를 한 것이 밝혀질 경우 파장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