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일 오전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남인순 최고위원과 이해찬 당대표. [출처: 더불어민주당] |
남 최고위원은 2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저부터 통렬하게 반성한다”라며 “너무나 참담한 마음과 자책감이 엉켜서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는 것을 양해 부탁드린다”라고 말했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사건을 둘러싸고 민주당을 향한 비판 수위가 높아지자 민주당 내 여성 목소리를 대변해온 남 최고위원이 직접 나선 것이다. 남 최고위원은 민주당 내 여성 최고위원으로서, 당 젠더폭력 관련 태스크포스(TF)단장을 맡아 운영하고 있다.
남 최고위원이 박원순 전 시장 사망 이후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그가 당 내부 젠더 이슈를 주도하는 만큼, 입장 발표가 늦어지자 비판도 커졌다. 그가 그동안 당내 ‘박원순계’로 분류됐다는 점에서 가해자 편을 드는 것이냐는 의심도 있었다. 더욱이 박원순 사건 피해자를 민주당 공식 석상에서 ‘피해 호소인’으로 지칭하자고 제안한 것도 남 최고위원인 것으로 알려져 비판은 더욱 거세졌다.
결국 박원순 전 시장 사망 18일 만에 남 최고위원은 눈물을 흘리며 자신과 당을 바꿔나가겠다고 이야기했다. 이날 남 최고위원은 당내 여성 이슈 및 성평등 이슈를 진작시키기 위해 노력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남 최고위원은 “여성 최고위원으로서 지도부였으나 당의 어젠다에서 젠더 이슈를 우선순위로 이끌어가는 데 많은 장애와 어려움이 있었다”라며 “일례로 어렵게 단기에 젠더폭력 상담신고센터 설치규정을 만들었으나 전담 인력을 배정받지 못해서 선거 기간에만 용역사업으로 외부 전문가를 쓸 수밖에 없었다”라고 고충을 털어놨다.
이어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조사 심의를 거쳐 공천 배제가 된 성폭력 가해 지목인들이 선거가 끝난 이후에 신고한 피해자를 무고로 고소할 때도 제대로 막아내기 참 어려웠다”고도 덧붙였다.
또 남 최고위원은 “더불어민주당 차기 지도부 구성에 있어서 최고위원 중에 여성을 30% 이상 구성해야 한다는 젠더폭력대책근절TF 및 전국여성위원회 여성의원들의 제안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라고 아쉬움을 드러내며 “(차기 지도부에) 당대표가 지명할 수 있는 2명의 최고위원을 여성으로 하는 방안을 제안드린다”라고 밝혔다. 현 이해찬 지도부는 당대표가 지명할 수 있는 최고위원 2명 중 1명을 여성의원으로 뽑았다.
남 최고위원은 이어 “문재인 대통령께서도 대통령 공약사항인 30% 여성 국무위원을 지키고 있다”라며 “집권여당의 최고위원도 여성이자 장애인, 여성이자 청년, 여성이자 지역, 여성이면서 노동 등 다양하게 믹싱을 해서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을 지명하면 보다 민주당이 성평등한 민주당으로 더 발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충고했다.
그러면서 남 최고위원은 당에 여러 가지 의견도 제시했다. 그는 “지방자치단체장 등 선출직 공직자에 의한, 위력에 의한 성폭력 문제를 뿌리 뽑기 위해서는 권력관계 성불평등을 성균형적으로 전환시켜야 한다”라며 “성폭력 가해자 또는 가해자로 지목된 경우에는 공천에서 원천 배제할 것을 다시 한번 천명하고 국회의원들도 보좌진 채용 시 하위직에 집중하여 여성을 선별하는 것이 아니라 직급별로 골고루 채용해나갈 것을 이미 여러 번 국회에 권고했는데 민주당이 솔선수범해서 권고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4급 이상 보좌관 중 여성이 10%에 불과하다는 사실 또한 강조하기도 했다.
한편 민주당이 박원순 전 시장 사건 이후 ‘특단의 대책’이라고 내놓은 것들이 부실하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민주당은 ▲ 윤리감찰단 설치 ▲ 온라인 신고센터 설치 ▲ 국회의원·지자체장·지방의원 등 선출직 공직자 대상 성평등 교육 연 1회 의무화 ▲ 성폭력 가해자 무관용 원칙과 성범죄 징계시효 폐지 추진 등을 내놨지만, 비슷한 사건의 비슷한 대책에서 크게 바뀌지 않았다. 또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민주당이 “’피해자 중심주의’를 견고하게 지켜왔다”고 했지만, 민주당 인사들의 지난 성폭력 사건에서 2차 가해가 가장 심각하게 벌어진 곳 중 하나가 당인 점도 논란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