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한국여성의전화] |
한국여성의전화 등 287개 여성단체는 15일 오전 서울시청 앞에서 ‘서울시장위력성폭력사건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을 출범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공동행동은 ▲서울시장 위력 성폭력 사건의 진상규명과 피해자의 권리보장 및 일상회복을 도모하며 ▲조직 내 성차별·성폭력 근절을 위해 여성노동자들이 평등하고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조직문화 개선하고 ▲젠더 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활동 등을 전개하겠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공동행동은 A씨의 입장문을 대독했다. A씨는 “신상에 관한 불안과 위협 속에서 거주지를 옮겨 지내고 있다. 거주지를 옮겨도 멈추지 않는 2차 가해 속에서 다시는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절망감에 괴로워하며, 특히 그 진원지가 가까웠던 사람들이라는 사실에 뼈저리게 몸서리치며 열병을 앓기도 했다”면서도 “저를 위해 모아 주시는 마음 덕분에 힘을 내고 있다"고 근황을 전했다. A씨는 ”아직도 문제를 의도적으로 외면하고 있는 책임과 권한 있는 인사들이 이제라도 자리에 걸맞은 모습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고 호소했다.
A씨는 또 “이 끔찍한 사건이 단순한 사건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여성과 약자의 인권에 대한 울림이 되어 우리 사회의 본질적인 문제들을 해결하고 예방하는 데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우리가 서로 반대편에 서서 싸우는 것이 아니라 공정, 정의, 평화, 인권을 위해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 존재임을 깨닫는 과정이 되기를 바란다”는 뜻을 전달했다.
끝으로 A씨는 “사건을 둘러싼 많은 의혹과 괴로운 과정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꿋꿋하게 살아서 진실을 규명하고 우리 사회가 정의를 실현하는 모습을 반드시 지켜보고 싶다”라며 “실체적 진실과 정의가 바로 설 수 있도록 힘써 주셨으면 좋겠다. 뜨거운 마음, 큰 뜻으로 끝까지 함께 해주시기를 간절히 부탁드린다”라는 당부의 말을 전했다.
이날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성폭력을 폭로한 김지은 씨의 글도 대독됐다. <김지은입니다>라는 책을 출간해 성폭력 고발 이후 554일간의 기록을 남기기도 한 김 씨는 "박원순 사건 피해자 분께서 겪고 계시는 현실을 보면 제가 앞서 말씀드린 지난 시간을 반복해 보고 있다는 기시감이 든다”라며 “권력형 성범죄는 폐쇄적 조직 구도와 성차별 등이 만들어 낸 사회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앞서 비슷한 일을 겪은 한 사람으로서 굳건한 연대와 변함없는 지지의 마음을 전한다. 하루하루 버티고 버텨서 내년 가을에는 일상의 햇볕을 느낄 수 있기를 간절히 기원드린다”라며 A씨에게 연대의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각계 각층의 연대 발언도 이어졌다. 레티마이투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사무국장은 “한국사회 전반에서 여성 폭력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바뀌어야 이주여성들에게 한발 늦게라도 그 영향이 전달된다”라며 “이주여성으로서 피해자에게 강력한 지지와 연대의 마음을 보낸다”라고 말했다.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상임대표는 “예의와 상식이 실종되면 관계의 거리는 일방적으로 가까워진다”라며 “직장 내 성희롱, 성폭력 사건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조직문화와 조직 운영방식 자체를 바꿔야 한다. 여성에게 부당하게 요구해 온 업무외 돌봄노동, 감정수발노동, 꾸밈노동을 중단해야 한다. 여성이 조직 안에서 성장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열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힌편 공동행동은 향후 경찰 및 검찰 수사상황 모니터링과 수사결과 발표 촉구 활동, 국가인권위원회 직권조사의 충실하고 신속한 조사 촉구 등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활동을 지속할 예정이다. 또 향후 같은 사건을 막기 위해 직장 내 성차별 및 성폭력 철폐 실태조사와 예방, 2차 피해 근절을 위한 활동 등을 병행한다고도 밝혔다.
앞서 피해자 측의 요구로 직권조사 요청을 받아들인 인권위는 연말 완료를 목표로 ▲박 전 시장에 의한 성희롱 등 행위 ▲서울시의 성희롱 등 피해에 대한 방조·묵인 여부 및 가능했던 구조 ▲성희롱 등 사안과 관련한 제도 전반에 대한 종합적 조사 및 개선방안 검토를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