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이번 글에서는 바이든 신정부 하의 북미관계 개선 전망을 살펴보고자 한다. 12월에 실릴 다음 글에서는 바이든 신정부 하의 한미동맹 관계를 전망해 보고자 한다.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
바이든의 대북정책, 오바마의 전략적 인내를 답습할까?
바이든 신정부의 대북정책은 아직 구체적으로 수립되지 않았다. 게다가 북한문제는 바이든 신정부의 우선 관심사가 아니다. 바이든 신정부의 당면과제는 코로나19위기 극복과 미국 내 극단화된 분열을 치유하는 것이 급선무일 수밖에 없다. 대외정책의 우선순위에서도 북한문제는 밀린다. 바이든은 트럼프가 망가뜨린 일방주의 외교를 ‘동맹의 복원’과 ‘다자주의(국제협력)’ 외교로 전환하여 미국의 국제적 리더의 역할을 복원하는 것을 외교정책의 핵심목표로 삼고 있다. 따라서 바이든은 동맹의 복원과 미국 주도의 새로운 다자주의 질서를 구축하는 데 일차적으로 집중할 것이다.
특히 바이든 신정부의 대외전략의 핵심이 트럼프 정부와 마찬가지로 세계패권국으로 부상하는 중국을 견제하는 것이어서, 북한문제는 부차적 문제로 밀리거나 대중국 정책의 하위변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 ‘핵비확산’이라는 측면에서도 오바마정부가 최고의 외교업적으로 내세운 ‘이란핵협정’ 복귀가 바이든 정부로서는 우선이어서, 대북협상은 순위에서 밀린다. 게다가 대북정책을 재검토하고 한반도 및 동아시아팀을 구성하며 고위급 외교 관리를 인선하여 상원 청문회를 거치는 데는 6개월이나 소요된다. 또 북미대화를 추진한다 해도 바이든은 트럼프의 톱다운(Top Down) 방식이 아니라 실무협상을 통해 합의해나가는 ‘보텀업(Bottom Up)’ 방식을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 바이든이 후보 시절 ‘원맨쇼가 아니라 외교절차에 따르겠다’며 트럼프의 북미회담을 비판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내년 상반기까지는 북미대화, 특히 북미정상회담을 기대하기 힘들다.
그렇다면 바이든 신정부의 대북정책의 내용은 어떠할까? 아직 구체적이 대북정책이 수립되지는 않아, 바이든 당선인이 선거운동기간 동안 한 발언 등을 통해 이를 예측해 볼 수밖에 없다. 바이든은 트럼프가 추진한 북미정상회담을 가장 실패한 외교정책으로 비판했다. 트럼프 시기 동안 “북한의 능력은 더욱 강해”졌고, “트럼프 덕분에 잔인한 독재자인 김정은은 더 이상 세계 무대에서 고립된 부랑아가 되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다. 김정은을 ‘폭력배(thug)’라고도 불렀다. 북한이 모든 핵무기와 미사일 프로그램을 포기할 때까지 강력한 제재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히고, “제재 완화에 앞서 북한이 중대한 핵폐기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선비핵화-후제재 완화’ 입장도 밝혔다. 북미정상회담 여부에 대해서도 “트럼프처럼 보여주기식 헛된 만남이 아니라 비핵화의 진전을 가져올 수 있는 실질적인 전략의 일환”으로 “김정은이 북한의 핵 능력을 감축하는 데에 동의한다면” 만날 의사가 있다고만 밝혔다. 즉, 트럼프식 북미정상회담은 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내비친 것이다. 따라서 현재까지 나온 바이든 당선인의 입장은 오바마 정부 시기의 ‘전략적 인내’와 내용상 흡사하다. 인권문제를 빌미로 트럼프 정부보다 북한을 더 압박할 가능성도 있다.
물론 바이든 신정부가 오바마 정부의 전략적 인내를 답습할 것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전략적 인내의 핵심은 △북한의 선 핵개발 포기 후 대화 △중국을 지렛대로 한 대북 압박 강화인데, 북핵문제 해결을 무시한 전략이자 오바마정부 때와 상황도 달라졌기 때문이다. 우선, 북한이 2017년 핵무력 완성을 선언하며, 미본토를 위협할 정도로 핵군사력을 증강시켰다. 둘째, 중국을 지렛대로 한 북한 압박이라는 전략적 인내의 핵심 축이 미중갈등의 심화로 인해 오바마정부 시기보다 힘들어졌다. 셋째, ‘전략적 인내’를 통해 북비핵화를 견인하지 못하여 핵비확산이라는 목표 역시 실현하지 못했다. 넷째, 구체적 결실을 맺지 못했지만 2018년 남북-북미대화를 통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필요성에 대한 한국사회 내의 열망이 매우 높아졌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미국의 대북정책은 미국에 의해 일방적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남한과 북한, 한반도 주변국(중국, 일본, 러시아)의 대응이 상호 작용하면서 형성되기 때문이다. 바이든의 대외정책이 동맹의 중시와 다자주의적 접근방식을 취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남북한과 주변국의 대응력이 트럼프 시기보다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할 가능성도 있다.
그럼에도 바이든 정부 하에서 북미관계 개선을 낙관하기 힘들다. 북한의 미본토 타격능력의 기술적 완성도가 검증되지 않았고, 북한의 미본토 공격이 제어된다면, 미국으로선 북핵을 방치하여 미국의 동북아 패권 유지에 유용한 명분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역대 미국 정부는 북핵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중국을 봉쇄하기 위한 한미·한일동맹을 강화하고 미사일방어체제를 구축하면서, 동북아에서 자신의 군사적 패권을 유지해왔다. 특히나 현 정세는 오바마 정부 때보다 미국의 쇠퇴와 중국의 부상 흐름이 더욱 강해져, 바이든 정부에게는 이를 막는 일이 더욱 절실해졌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바이든 정부에게 대북정책은 대중정책의 종속변수로 설정될 가능성이 더욱 커진 것이다. 그리고 이는 바이든 정부가 대중국 포위를 위한 동맹구조 형성을 위해 북핵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방치하여 활용할 여지가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북한의 대응 전략은?
바이든의 당선으로 북한으로서는 대미정책을 고심하지 않을 수밖에 없게 됐다. 김정은과의 개인적 친분을 과시한 트럼프 대신 김정은을 불량배로 호칭하고 ‘선 비핵화-후 제제완화’를 주장한 바이든이 당선되었기 때문이다. 북미협상 양식 역시 정상회담을 통한 정상 간 담판 형식이 불가능하게 됐다.
이에 북한 역시 대미 접근법을 재고할 수밖에 없다. 향후 북한의 대미정책은 내년 1월 열릴 북한의 8차 당 대회에서 그 단서를 드러낼 것이다. 그런데 분명한 것은 바이든 정부가 ‘선 비핵화-후 제재완화’ 방침과 대북 적대정책을 고수할 경우, 북한이 이를 수용할 가능성이 전혀 없다는 점이다. 북한은 2019년 하노이 노딜(No Deal) 이후 ‘핵전쟁 억제력 강화’ 방침을 정했다. 올 6월에는 “비핵화라는 개소리를 집어치우는 것이 좋다”는 대미 담화를 발표했다. 10월 10일 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도 김정은 위원장은 신형 ICBM(대륙간탄도미사일)과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공개하면서, ‘방위를 위한 전쟁억제력 강화’를 강조했다. 미국의 대북적대정책 철회 의사가 없다면 자위력을 강화할 수밖에 없다는 의지를 피력하면서 미국에 경고장을 보낸 것이다.
이는 핵무력 강화를 위해서도, 미국을 협상테이블로 견인하기 위해서도, 북한이 신형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실험과 같은 군사행동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그 시기를 확정할 순 없지만, 내년 상반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 취임 이후 바이든 정부의 대북메시지를 탐색하고 내년 3월에 예정된 한미연합군사훈련의 강행 여부를 보면서 군사행동을 감행할 여지가 있는 것이다. 또 다른 가능성은 내년 7월로 예정된 도쿄올림픽에서의 북미회담과 북일회담을 예상하면서, 군사적 도발행동을 자제하는 것이다. 바이든 신정부 출범 직후의 군사행동이 미국을 협상테이블로 끌어낼 수도 있지만, 대북강경책을 불러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구체대응이 어떠할지 확정할 수는 없지만,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이 철회되지 않는 한,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 분명한 만큼, 한반도의 긴장은 해소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즉 ‘선 비핵화-후 제재 완화’라는 바이든의 입장과 ‘미국의 적대정책 철회’라는 북한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는 한, ‘미국의 대북강경책 →북한의 군사적 도발행동 → 미국의 압박 강화’라는 악순환이 재연될 여지가 큰 것이다.
이전과 같이 북미 간의 입장 차가 팽팽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한국 노동자민중의 한반도 평화를 위한 목소리가 여전히 중요하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시급한 것이 쌍중단(북핵 동결과 한미연합군사훈련 동시 중단)이다. 북한의 추가 핵실험·ICBM 발사 실험 중단과 한미연합군사훈련의 동시 중단이 당장 내년 상반기 북미관계 악화를 막는 기초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대화’를 통한 북핵문제 해결, 북미대결을 원천적으로 끝낼 ‘평화협정’ 체결 역시 계속 요구해 나가야 한다. 바이든 시대에도 반전·반핵·평화운동의 필요성은 여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