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와 영흥화력본부 고 심장선 노동자의 유가족은 1일 오후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회사 측 주장에 반박하며 진상규명 및 원청의 사과, 유가족 보상 등을 요구했다. 앞서 지난 30일 유족 및 노조, 근로감독관은 영흥화력본부 현장 점검을 진행했다.
유족과 노조는 우선 영흥화력본부의 보고 자료와 현장 점검 및 CCTV 결과가 상이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영흥화력본부(영흥화력)는 28일 오후 1시 1분 재해 발생 6분 후 제어실 근무자가 최초 발견한 뒤 119 신고와 그 지시에 따라 심폐 소생술을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노조에 따르면 CCTV 확인 결과, 최초 발견자는 심폐 소생술을 진행하지 않았다. 또한 고인 옆을 지나가던 차량 운전기사가 회사가 밝힌 신고 시간 30초 전 차량에서 내려 전화하는 모습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조성애 공공운수노조 노동안전보건실장은 “현장 브리핑에서 안전품질실장은 119가 도착하기 전에 심폐소생술을 진행했다고 하지만, 전혀 진행된 바가 없다”며 “제어실 노동자가 119에 신고했다고 하는데, 실제는 석탄재를 상차하기 위해 온 화물노동자가 119로 신고한 건 아닌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또한 CCTV상으로는 사내 119가 출동하는데 11분 이상이 걸렸는데, 시간이 이렇게까지 소요된 이유와 실제 119에 연락한 시간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사고 현장 증거 은폐 및 훼손 의혹이다. 조성애 실장은 “CCTV 상에는 고인이 의자에 앉아 있다가 일어나고, 곧장 작업하다가 부딪치며 떨어진다. 영상에는 의자가 있었지만, 현장 점검에서는 의자가 없었다. 또 CCTV에서는 많은 혈흔이 확인되는데, 직접 가보니 혈흔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석탄 회송 작업은) 분진이 많이 날린다. 그런데 현장 점검에서는 바닥이 엄청나게 깨끗했다”고 말하며 현장이 훼손됐다고 주장했다.
3개월 전 유사한 사고가 발생한 후 업무 개선 요구도 있었지만 현장은 바뀌지 않았다. 이에 대해 노조는 다단계 하청 구조로 인해 개선 요청이 무시됐고, 이로 인한 관리 부실로 사망사고가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고인은 운송업체 고려FA 노동자인데, 영흥화력 현장에 고려FA 인력은 없었다. 회처리의 계약은 영흥화력본부와 고려FA가 했지만, 관리는 또 다른 금화PSC의 업무였기 때문이다.
인력 절감으로 고인에게 전가된 ‘상차’ 업무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에 따르면 화물노동자는 안전하게 화물의 운송을 담당하고, 이를 위해 운송과정에서 ‘화물이 낙하하지 않도록 적절하게 고정하는 것이 포함’된다. 이 구조 속에서 상하차 업무는 화물노동자에게 전가됐다. 영흥화력은 지난 30일 보도자료에서 “차량의 상차 역무의 경우 기계 설비에 의해 자동으로 이뤄지고 있고, 화물차 기사는 맨홀개방과 ‘설비 접속’ 등의 역무를 진행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전병욱 민변 노동위원회 변호사는 “이 설비 접속 업무는 명확히 상차 업무의 일환이고 이는 화물노동자가 수행하는 업무가 아니”라고 반박했다. 때문에 별도의 인력이 설비접속 업무를 비롯해 화물(석탄재)의 적재 작업을 진행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이 발생한 이유에 대해 전 변호사는 “이 같은 인력이 비용 절감이라는 이유로 사라지고 그 자리를 화물노동자들이 대체했다. 고인 역시 이 작업을 하다 사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전운임제 전면 확대 필요해"
화물연대본부는 대기업 화주의 책임을 강화하는 ‘안전운임제’를 전면 확대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전운임제는 특수고용노동자인 화물노동자들이 노동을 하면서 발생하는 부대비용을 구조적으로 화주가 지불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 제도는 한국표준산업분류표상 시멘트에만 적용되고 고인이 운반하던 슬러지, 석탄재, 돌가루 등은 이 안전운임제에 적용되지 않고 있다.
천춘배 화물연대본부 직무대행은 “실제 이 제도 실시 이후 산재보험 안전운임 적용 품목이 컨테이너 및 시멘트, 철강, 위험 물질 등을 운송하는 화물노동자에게까지 확대되기도 했다”며 “특수고용노동자인 화물노동자의 노동기본권 확대에도 주요한 단초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안전운임제 취지에 맞게 화물차 안전운임 적용 대상을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일몰제 폐지를 위해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유가족 및 노조는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원청의 사과 및 유가족 보상 △화물노동자 상하차 작업 전가 금지 및 상하차 작업 설비 개선 △안전운임제 전면 확대 적용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등을 요구했다.
고 심장선 노동자의 아들은 “이 자리에 선 이유는 아버님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명확한 사고발생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요청하기 위해서”라며 “사고 현장 방문과 CCTV 열람을 통해 그동안 아버지가 얼마나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했는지 새삼 확인하게 됐고, 사고 경위 또한 얼마나 조작됐는지도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끝으로 “아버지는 아직도 차가운 영안실에 안치돼 있다. 하루빨리 진실이 규명돼 내일이라도 당장 아버지를 편안한 하늘나라로 보내드리고 싶다. 이런 저의 간절한 바람이 꿈이 아닌 현실에서 이뤄질 수 있도록 많은 도움 부탁드린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