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개 단체가 참여하는 김용균2주기추모위는 6일 오전 국회 앞에서 ‘고 김용균 2주기 추모주간 선포’ 기자회견을 열고 김용균 특조위 권고안에 대한 후속대책 및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이 기자회견 참가자수가 서울시 방역지침인 9인을 넘어 해산 조치하겠다고 하면서 주최 측과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고 김용균 노동자 어머니 김미숙(김용균재단 이사장) 씨는 “저의 분신인 용균이를 잃고 느꼈던 감정, 관이 나갈 때 용균이를 봤던 그 느낌을 시로 표현해 줬다”며 임성용 시인의 시를 낭독했다. 이어 김미숙 어머니는 “하루 여섯 명의 노동자가 아들 용균이와 다르지 않게 죽고 있고 1년에 11만 명이 죽고 다치는 우리의 처절한 현실을 이제 우리 손으로 끊어내야 할 때”라며 이를 위해서는 “안전을 방치한 기업을 제대로 처벌할 수 있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이라는 결과물을 아들 용균이 앞에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죄 많은 엄마가 이만큼 노력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기자회견에는 지난달 28일 영흥발전소에서 추락사한 고 심장선 화물노동자의 유족도 참여해 산재 사망에 대한 진상규명 및 원청인 한국남동발전의 사과를 촉구했다. 고 심장선 노동자의 아들은 “회사는 유가족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표했다고 하는데, 우리는 사과를 받은 적이 없다”며 “회사에 아버지 사고가 담긴 CCTV 자료가 있는데 아직 경찰 조사 중이고, 현장 감식이 덜 됐다는 이유로 받지 못했다. 아버지 사고에 대한 사실 확인을 위해서라도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를 꼭 확인하고 싶은데 하지 못하고 있다. 아버지가 여태껏 고생만 하시다 돌아가셨다는 게 너무 마음이 아프다, 꼭 CCTV 공개를 통해 사실을 밝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영국 김용균특조위 간사는 특조위 권고안이 제대로 이행·점검됐다면, 영흥발전소 화물노동자의 죽음을 막을 수 있었다고 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우리 사회는 산업재해나 중대재해에 대한 인식을 여전히 바꾸지 못하고 있다. 그저 형식적인 대응만 하다가 시기가 지나면 잊어버리고 만다. 산업안전보건법이 개정됐다고 하지만, 실제 그 책임자인 기업 경영자를 제대로 책임지우지 못하고 있다. 기업에 대해서도 그에 합당한 처벌을 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우리 사회가 산업재해를 바라보는 시각은 여전히 변하지 않고 있는 것”이라며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태성 한국발전산업노조 한전산업개발본부 사무국장은 “발전소 김용균의 동료들은 여전히 하청업체 노동자고, 노무비도 착복 받고 있다. 발전소 현장이 달라지지 않는 것은 정부가 책임을 다하고 있지 않아서”라며 “우리가 두려워하는 것은 죽음의 공포다. ‘더 이상 죽지 않고 일터에서 차별받지 않는’ 노동 현장을 만들기 위해 김용균의 동료들이 끝까지 싸우겠다”고 말했다.
고 김용균 2주기를 맞아 3대 종단의 노동, 인권위원회들도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김용균2주기추모위는 6일 기자회견 진행 후 마석모란공원으로 이동해 추모제를 진행할 계획이다. 10일 오후 12시 30분에는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현장 추모제를 열며, 12일에는 24곳 집회를 비롯해 전국 동시다발 1인 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작은사업장노동자 안전권리를 위한 활동가 워크숍을 비롯해 에너지전환에 따른 발전소 폐쇄와 고용문제 관련 국회 토론회도 이어진다. 지역에서는 7일 오후 7시 한국서부발전 본사 앞 촛불 추모제도 진행된다. 8일부터 12일까지는 ‘인권중심 사람’에서 ‘꽃이지네 눈물같이’라는 제목으로 상설 전시도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