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기업처벌법제정운동본부, 정의당은 11일 오전 국회 본청 계단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중대재해법) ‘즉각 제정’을 촉구하며 국회 본청 앞에서 단식 농성에 들어갔다.
단식자는 고 김용균 태안화력발전소 노동자 어머니 김미숙 씨를 비롯해 고 이한빛 PD 아버지 이용관 씨, 이상진 민주노총 부위원장,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표 등이다. 지난 7일부터 단식에 돌입한 이태의, 김주환 비정규직 노동자를 포함해 중대재해법 제정을 요구하며 단식에 들어간 사람은 현재까지 총 6명이다.
김미숙 씨는 단식에 돌입하며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만들어달라고 지난 7일부터 국회에서 노숙 농성을 했다. 그런데 아직 논의도 안 하고 있다니 너무나 애가 타고 답답해 어쩔 줄을 모르겠다. 그래서 사람들을 살리기 위해 절박한 마음으로 마지막 선택을 했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어제가 용균이 얼굴을 못 본 지 2년째 되는 날이었다. 그런데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만들어 달라고 농성하느라, 추모제가 열린 태안의 용균이 회사에도 가지 못했다”며 “아직도 용균이가 없는 게 믿어지지 않는데, 벌써 2년이 흘렀다”고 말했다. 이어 “자신을 갉아먹는 투쟁방법을 다른 사람들이 단식을 하는 것도 따라다니며 뜯어말리고 싶었는데 이제 저 스스로 택했다. 나의 절박함으로 다른 사람들을 살릴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단식자인 이용관 씨는 “저희 산재피해가족과 사회적 참사 가족들은 아들과 딸, 형제자매, 부모를 잃었다. 가족을 잃은 순간부터 저희는 모든 삶이 멈춰버렸다. 많은 분은 살아야 할 이유를 못 찾고, 먼저 떠난 가족을 따라 스스로 세상을 버리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그런데도 중대재해법은 제정되지 않았다며 “그래서 저희도 죽지 않고 살아남기 위해 마지막 선택을 한다. 오늘부터 중대재해법이 제정될 때까지 단식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은미 의원은 “정의당이 1호 법안으로 중대재해법을 발의한 후 190여 일이라는 기간이 흘렀다. 그 기간 만해도 600명이 일하러 나갔다 돌아오지 못했다. 그러나 국회는 중대재해법을 법제사법위원회 소위에서 단 15분 논의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174석의 집권 여당은 마음만 먹으면 법을 실사천리로 통과시킬 수 있음에도 중대재해법 제정보다 10일 늦게 발의된 공정거래법은 절차와 논의를 무시하고 사활을 걸면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에는 왜 그렇지 않은지 묻고 싶다”고 비난했다.
이어 강 의원은 “마음속의 불덩이가 꺼지지 않는 유족도 국민이다. 오늘 정의당을 대표해 국회에서 단식 농성을 진행하려 한다. 말뿐인 중대재해법으로는 노동자를 살릴 수 없다. 반드시 이번 임시국회에서는 중대재해법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일부 재계를 빼고는 이토록 대한민국이 단결된 적이 없다”며 당장 오는 새벽에라도 제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심 의원은 “민주당은 임시국회 내에 법안을 반드시 처리하겠다는 분명한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 주호영 원내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에도 이제 실천을 요구한다. 양당의 원내대표가 오늘 중에라도 만나, 중대재해법을 임시국회 내에 반드시 처리하겠다는 약속을 해주기 바란다. 정의당뿐 아니라, 국민의힘도 중대재해 관련 법안을 내놨다. 제정을 위한 국회 의석은 충분하다. 이것이 이번 임시국회 밖으로 내쳐진다면 문재인 정부는 ‘노동존중 사회’라는 팻말을 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재하 민주노총 위원장은 “국회 안 투쟁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이고 밖에서는 촛불을 들고 전체 민심을 모아내 강력한 투쟁을 할 것이다. 서울뿐 아니라, 모든 시·도에서 이뤄질 것”이라며 “정부 여당과 21대 국회가 민심과 여론을 반영하지 않았을 때 그 결과가 어떻게 하면 될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