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연내 제정을 촉구하며 산재유가족과 진보정치인이 단식 농성에 추가로 돌입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입법을 촉구하며 국회 앞 단식농성에 나선 지 22일차 되는 날이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제정 운동본부는 28일 오전 국회 정문 단식 농성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산재재난참사 유가족과 시민사회 활동가들이 2차 단식 농성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올해가 가기 전에 제대로 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본회의에서 반드시 통과시키기 위해 유가족, 시민, 노동자들이 더욱 힘을 모아 싸우기로 했다”라며 “더 이상 5명의 단식자에게만 그 책임을 맡길 수 없다”라고 밝혔다.
이들은 “거대 양당이 서로 핑계를 대며 사실상 법 제정을 미루고 있는 현 상황에 대해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입법 약속만 11번이나 했음에도 이제야 겨우 법사위 심의가 한 번 열렸다. 본회의 일정은 잡지도 않았다. 그동안 여당이 단독처리한 법안이 있음에도 국민의 힘을 핑계 댄다”라며 “국민의 힘 역시 말로만 법제정을 약속하고 24일 법사위 소위 심의에도 불참했고, 여당을 핑계 삼아 실제로는 기업 눈치만 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날 2차 단식 농성에 돌입하는 6인은 ▲청년노동자 고 김재순 님 아버지 김선양 씨 ▲CJ 진천고교 현장실습생 고 김동준 님 어머니 강석경 씨 ▲청년건설노동자 고 김태규 님 누나 김도현 씨 ▲현린 노동당 대표 ▲김태연 사회변혁노동자당 대표 ▲이진숙 충청남도 인권위원회 위원장이다.
단식농성에 나선 6인… “더는 명복만 빌고 있지 않겠다”
김선양 씨는 “단식 농성에 돌입하게 된 이유는 단 하나다. 더 이상 무고한 국민과 노동자의 희생을 막기 위해서다”라며 “오늘 우리 재순이가 젊은 삶을 처참하게 마감한 지 221일째인데도 조선우드 박상종 사업주는 법정에서는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면서도 진심어린 사죄도 하지 않고 지금 이 순간까지 파렴치한 행동과 언행을 일삼고 있다”라고 말했다. 김 씨는 이어 “산업재해로 하루 8명씩 죽는데 사업주들은 시키지도 않은 일을 해서 죽었다는 소리를 한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으로 더 이상 이런 소리를 듣지 않게 해달라”라고 호소했다.
김도현 씨도 산업재해 원인을 피해자 탓으로 돌리는 관행에 대해 입을 열었다. 김 씨는 “경찰은 제 동생 태규가 술을 마시고 실족사했다고 말했고, 회사도 죽은 사람이 잘못해서라고 했다. 발주회사 관계자는 ‘우리가 피해자’라고 했다. 사람이 죽었어도 반성은커녕, 저를 조롱하며 내쫓았다”라고 말했다. 김 씨는 “건설현장 산재사고로 선진국보다 4배 이상 사망이 발생하는데 건설연합회는 ‘안전사고는 모두 과실에 의한 것’이라며 최대 30억 벌금과 경영주의 2년 징역형이 과도한 처벌이라고 한다. 저렇게 뻔뻔한 기업들을 과연 누가 만들었나. 사람이 죽어도 감옥갈 일 없고, 432만 원의 벌금만 내면 끝나는 세상이다”라고 일갈했다.
강석경 씨는 “동준이는 고등학교 현장 실습을 나갔다가 선임과 동료들의 집단 괴롭힘과 폭행을 견디지 못하고 지옥같은 출근길을 마감했다”라며 “의원님들에겐 죽어가는 국민들이 살려달라고 몸부림치는 것이 보이지 않고 외치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이냐. 한빛 어머님과 용균 어머님이 단식을 시작한 지 18일이 지났는데 눈 앞에서 이들이 쇠약해져 가는 모습은 보이지 않은 것이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진숙 위원장은 “가혹한 노동환경에 노동자들이 내몰리는 이유는 오직 이윤추구에 골몰하며 비용을 아끼려는 사업주와 경영자 때문이다. 위험의 외주화는 안전에 대한 책임을 하청에 떠넘기는 것이고, 바로 그 점 때문에 노동자들이 죽고 있다”라며 “기업과 경영자에게 안전에 대한 책임을 지워야 더 이상의 무고한 희생을 막을 수 있다. 더는 슬프고 안타깝게 이웃의 명복을 빌고만 있지 않겠다. 현세에서 안전하게 일할 권리, 안전하게 살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정의당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연내 처리를 위한 3당 대표 회동을 제안했다. 김종철 정의당 대표는 28일 국회 단식 농성장에서 열린 대표단 회의에서 “올해가 가기 전 중대재해법 처리를 위한 정의당-민주당-국민의힘 간 회동을 절박하고 비장한 마음으로 제안 드린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현재 사업장 규모에 따라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단계별로 적용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4일 민주당이 단독으로 개최한 법사위 법안소위에서 중소기업벤처부는 단계별 적용 의견을 제시했다. 수정 법안에 대해 산재 유가족, 시민사회는 반대 입장을 명확히 하고 있다. 법사위는 각 부처 의견을 취합한 정부안을 28일 법무부로부터 받아 29일 법안소위에서 논의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