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1주기 집회 주도한 활동가에게 사회봉사 명한 대법원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416연대 등 시민사회단체, 대법원 판결 규탄

  세월호 참사 1주기 범국민대회의 모습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세월호 참사 1주기 집회를 주도했다는 이유로 활동가 두 명이 대법원에서 최종 유죄를 선고받자 시민사회가 반발하고 있다. 해당 집회엔 3만 명이, 추모 문화제엔 6만 5천 명이 참여해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고 선체 인양을 촉구했을 만큼 유족들과 시민들의 사회적 공분이 큰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들의 터져 나오는 목소리는 폭력적으로 진압됐고, 이 목소리를 모은 활동가들은 결국 유죄판결을 받게 됐다.

지난 25일 대법원 제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세월호참사국민대책회의 공동운영위원장이었던 김혜진 활동가에 대해 유죄를 판결했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박래군 전 위원장에 대해서는 명예훼손에 대한 일부 무죄취지로 사건을 고등법원으로 파기환송했다. 1심 판결이 나온 2016년 1월 이후 6년 만이다.

대법원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특수공무집행방해치사상 등의 혐의로 기소된 김혜진 전 위원장에 대해 금고 2년, 집행유예 3년을 확정했다. 김 전 위원장에겐 사회봉사명령 120시간까지 더해져 더욱 분노를 키웠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박래군 전 위원장에 대해서는 명예훼손 혐의와 관련해 무죄취지로 사건을 다시 고등법원으로 파기환송했다. 앞서 고등법원은 박래군 전 위원장에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사회봉사명령 160시간을 선고한 바 있다.

사회봉사명령은 자신의 범죄로 피해받은 사회에 공헌한다는 배상적 의미와 범죄자의 재사회화를 도모하는 목적이 큰 데, 세월호 참사 1주기 집회에서 눈에 띄는 가해는 진상 규명을 막는 정부와 집회 참가자를 무력 진압한 경찰이었기 때문이다. 2015년 4월 18일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 추모행사에서 경찰은 유족과 시민들을 향해 최루액이 섞인 물대포를 발사했다. 아수라장을 만든 그 날의 경찰 폭력은 국가폭력의 대표적인 한 장면으로 기록됐다.

  세월호 참사 1주기 범국민대회의 모습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2015년 4월 18일 열린 세월호 참사 1주기 범국민대회에선 유족을 포함해 100여 명이 연행되고 최루액이 섞인 물대포가 발사돼 다수의 시민이 다쳤다. 유족과 시민들은 분향소가 설치된 광화문으로 행진하려 했는데 경찰이 이를 막아서며 충돌이 커졌다. 당시 광화문에선 4월 16일부터 또 다른 유족들이 비를 맞으며 이틀 밤을 새우고 있었다. 16일 추모문화제가 끝나고 청와대에 항의 방문을 가려 했지만 경찰에 의해 봉쇄돼 옴짝달싹도 못 했기 때문이다. 행진 대오는 광화문에서 고립된 유족들을 만나겠다고 나섰지만, 경찰이 설치한 7중 차벽에 의해 막힌 채 물대포를 맞았다. 이에 참가자들이 격분해 경찰과 곳곳에서 충돌한 것이 당시의 상황이다.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철폐연대)는 1일 규탄 성명을 내고 “대법원 판결은 세월호 참사의 진실과 책임 규명을 외치는 수많은 이들의 목소리를 불법화하는 시대착오적인 판결”이라며 “ ‘가만히 있으라’는 정부에 맞서 추모를 넘어 용기 있게 항의행동에 나선 사람들에게 범죄의 낙인을 찍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철폐연대는 “진실을 가두려는 박근혜정부의 탄압에 물러서지 않고 싸웠기에 뒤이은 촛불항쟁도, 대통령 탄핵도 시민들의 힘으로 이끌어 낼 수 있었지만 대법원은 이들에게 중형을 내렸다”라며 “당시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운동 과정에서 벌어진 경찰 차벽 설치, 최루액 살포 등 위법적인 경찰력 남용에 대하여는 정작 누구 하나 제대로 처벌하지 않았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120시간 사회봉사명령은 ‘세월호 참사 이후의 한국 사회는 달라져야 한다’고 끈질기게 목소리 냈던 활동가를 ‘사회적 일탈행위를 한 자’로 바라보는 재판부의 부정적 인식을 드러낸다”라며 “범죄사실에 대한 반성과 속죄의 기회를 부여한다는 명목으로 강제되는 사회봉사명령 처분은 곧 세월호 진상규명 운동을 벌인 것에 대해 뉘우치라는 말과 같다”라고 설명했다.

철폐연대는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약속 이행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운동 활동가들에 대한 명예회복 조치를 정부에 요구했다.

  세월호 참사 1주기 범국민대회의 모습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앞서 3월 31일에도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와 4.16연대 등이 대법원 결정을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정부는 세월호 참사 1주기 추모행사에서 발생한 경찰폭력에 대해 사과하라”며 “문 대통령은 박래군, 김혜진 등 행사주최자의 침해된 권리를 원상회복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이미 사법부도 경찰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인정한 사건인데 과연 누가 재판대에 오르고 누가 처벌되어야 했는가?”라며 “2018년 서울중앙지법은 ‘시위 진압 과정에서 경찰이 최루액을 혼합살수한 점’을 문제로 지적하고, ‘세월호참사에서 국가가 국민 생명을 지키지 못해 당일 집회가 열렸고 이에 대한 국가 책임이 최근 법원에서 인정된 점을 고려’했다고 판시했다”라고 밝혔다.

한편, 오는 4월 16일 세월호 참사 7주기를 맞이한다. 하지만 최근의 검찰 수사 역시 부실수사와 책임자에 대한 면죄부 논란이 일었다. 이에 시민사회에선 정부와 국회, 문재인 대통령에게 특검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국정원과 군을 비롯한 관련 부처 및 기관들을 제한 없이 수사하고 이들이 기록을 제출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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