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https://twitter.com/BDSmovement/status/1392415778377457664/photo/1] |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과 아미르 페레츠 이스라엘 경제산업부 장관은 12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한·이스라엘 자유무역협정(FTA)에 공식 서명했다. 서명식에는 양국 대표단 외 자유무역협정 관련 수출 기업, 관계 부처·기관 등의 약 50명이 온라인으로 참여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양국이 서명식을 실시간 시청할 수 있도록 유튜브 채널(산소통 및 통상TV)을 통해 생중계했다. 그런데 이 생중계 방송 댓글창에 양국간 FTA를 규탄하는 댓글이 무더기로 올라오자 3분만에 댓글창이 닫혀 논란이 일고 있는 것.
한·이스라엘FTA 서명식은 12일 오후 5시 30분 경 시작했으며 유튜브로는 10분 앞선 5시 20분경부터 생중계됐다. 유튜브 생중계가 시작한 뒤 약 5분 후 44명이 동시 접속했으며 그때까지는 “힘내라 대한민국” 등 주로 양국 간 FTA 체결을 환영하는 댓글이 올라왔다. 그러나 이로부터 10분이 경과하자 “이스라엘은 학살 그만하고 팔레스타인-시리아 점령지역 전역으로부터 철수하라”라는 댓글을 시작으로 이 서명식을 비판하는 댓글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이후 “이런 명랑한 음악(생중계 배경음악)은 이스라엘에 어울리지 않는다” “당신들은 인종학살을 지원하고 있다. 역겹다” “팔레스타인에 자유를” “제노사이드 지원자” 등 한글, 영어, 일본어로 적힌 댓글이 이어졌다. 결국 생중계가 시작된 지 약 13분이 지났을 때 “불법점령 가옥파괴를 멈춰라”라는 댓글을 마지막으로 댓글창에는 메시지가 더 이상 올라오지 않았고 곧이어 사라져버렸다. 당시 시청자는 97명이었으며, 주로 양국간 FTA 체결을 규탄하는 100여 개의 댓글이 올라온 상황이었다. 댓글창이 닫힌 시각은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이 소개되던 때이기도 하다. 댓글창이 닫히자 대신 ‘싫어요’ 클릭수가 늘었다. 댓글창에 참가했던 한 유저는 “생중계 스트리밍만으로는 확인하기 어려울 수 있지만, 화면에서 댓글을 달려고 하면 댓글창이 없는 채로 새로고침됐다”고 전해왔다.
산업통상자원부 FTA이행과 관계자는 댓글창이 막힌 원인을 묻는 <참세상>의 질문에 13일 “기술적으로 갑자기 몰려서 다운된 것 같다. 그것 외에는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댓글창이 막힌 당시 생중계 시청자 수는 97명이었다. 생중계 동영상은 현재 차단돼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평소처럼 편집해 주요 내용만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생중계 캡처 장면(팔레스타인평화연대 제공)>
이번 한이스라엘FTA 유튜브 생중계는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 종식과 평화를 위해 활동해온 팔레스타인평화연대가 알려 국내외 연대 활동가들에게 전해졌다. 팔레스타인에 연대해온 이들은 한국과 이스라엘 정부간 FTA 협상을 반대해왔지만 특히 최근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주민을 유혈 진압하고 가자지구를 처참하게 폭격하고 있는 상황에서 양국이 공식 서명식을 진행해 공분을 키웠다.
팔레스타인 BDS민족위원회는 12일 한이스라엘FTA 서명식 생중계 뒤 트위터를 통해 “아파르트헤이트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폭격하고 특히 점령당한 예루살렘에서 팔레스타인에 대해 더욱 잔인한 폭력을 행사하는 동안 한국은 이스라엘과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고 있다”며 “부끄러운 줄 알아라!”라는 입장을 냈다.
팔레스타인평화연대도 12일 트위터로 “지금도 알아크사 사원과 가자 지구에서 무차별 공격이 이어지고 있는데, 한-이 FTA 서명식을 하고 있다"며 "아직 국회 비준을 남겨두고 있긴 하지만 통과된다면 한국은 이스라엘 아파르트헤이트, 팔레스타인 인종청소에 그 어느 때보다 더욱 깊이 공모하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팔레스타인평화연대는 12일 오후 주 한국 이스라엘대사관 앞에서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폭격과 한이스라엘FTA 서명을 규탄했다.
잔인한 폭력에도 이스라엘과 FTA…“한국은 부끄러운 줄 알아라”
이번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폭격은 지난 6일 동예루살렘 셰이크 자라 지역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강제퇴거하라고 판결한 이스라엘 대법원의 결정에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반발하자 이들을 이스라엘이 강경진압하면서 시작했다. 7일 이스라엘은 예루살렘의 알 아크사 모스크 단지를 포함해 예루살렘 곳곳에서 라마단 예배에 참가한 팔레스타인 주민을 공격했으며, 8일에는 셰이크 자라 등에서 팔레스타인 시위대를 고무탄과 물대포로 진압해 모두 300여 명이 부상했다. 이어 팔레스타인 저항단체 하마스와 팔레스타인 무장세력이 이스라엘의 폭력 진압에 맞서 로켓포를 발사하자 이스라엘은 이를 빌미로 무차별 폭격을 퍼부어 12일(현지시각)까지 최소 65명이 사망했다. 희생자 중에는 어린이도 최소 16명이 포함됐다. 이스라엘 측에선 모두 7명이 사망했다.
자아 팔레스타인평화연대 활동가는 “전 세계가 이스라엘 군사점령의 만행을 예의주시하는 바로 이 시점에, 불편한 기색 없이 이스라엘과 손을 맞잡고 함께할 미래를 약속하는 한국 정부에 모욕감을 느낀다”며 “한국-이스라엘 FTA가 비준되면 한국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을 시험실 삼아 개발한 신기술과 무기 수입을 확대할 것이다. 이는 이스라엘의 무기금수조치를 호소하는 팔레스타인 민중을 배반하는 일이다. 결과적으로 한국은 국제법을 어긴 채 70년 넘게 정착형 식민주의를 일궈온 이스라엘 정부와 손을 맞잡은, 군사점령의 직접적인 수혜자가 되는 셈이다. 나아가 한국은 아시아 국가 최초로 이스라엘과 FTA를 체결함으로써, 향후 다른 국가들에게 불명예스러운 전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이스라엘을 옹호하던 댓글들은 ‘지금 여기서 팔레스타인 얘기는 하지 말자’ ‘이스라엘은 중동 유일의 민주주의 국가다’라고 말했다”며 그러나 “군사점령 70년이 넘도록 결코 ‘팔레스타인 이야기’를 할 곳이나 할 타이밍은 존재한 적이 없다. ‘유일한 민주주의 국가’와 사이를 돈독히 하기 위한 행사는, 이견에 대한 표현의 자유를 옹호하기보다 단숨에 제압해 버리는 방식”이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