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강현욱] |
주민 30여 명이 경찰 1500명에 강제 해산됐다.
전날부터 주민들은 잠을 자지 못했다. 경찰이 새벽 5시 반 경부터 소성리 마을에 진입하기 시작했다. 진입하는 것을 보고 주민 30여 명이 6시 20분쯤부터 마을회관 앞에 앉아 대기했다. 새벽 5시부터 와 계시던 주민도 있었다. 경찰은 6시 40분경부터 이 주민들을 들어내며 강제 해산을 시작했다. 그리곤 마을회관을 빽빽이 둘러쌌다. 이후 차량 열 몇 대가 들어갔다. 많아봤자 스무 대이다. 경찰은 1500명이 배치됐다.
국방부는 기지의 한미 장병 근무여건 개선을 위한 시설개선 공사용 자재와 생활물자 수송이었다는 입장이다.
주민들은 그 동안 쓰레기 수거 차량이나 식수 차량 등의 반입을 거부한 적이 없다. 국방부와 보수언론들이 여론을 호도하는 것이다. 그들은 기지공사가 아닌 것처럼 말하며 주민들이 장병들의 기본적인 인권을 침해하는 것처럼 말한다. 그러나 국방부는 2018년 공사에서도 한국군 장병을 위한 생활개선 공사라고 하면서 미군 숙소를 공사했고, 지난해 5월 29일에는 사드 성능 개량 장비를 반입하면서 한국군 숙소 개량을 위한 공사라고 속였다. 올해 4월 28일에도 생활환경 개선을 말하면서 사드 장비가 같이 들어갔다.
그리고 생활환경 공사는 공사가 아닌가? 단어 가지고 장난하는 것이다. 사드 기지에는 부지가 필요하고, 장비가 필요하고 사람이 필요하다. 사람이 거주하게 되는 건축물을 공사한다고 하는 것은 사드 배치에 필수 요소이다. 그리고 이 공사는 불법적인 소규모 영향평가에 기초하여 진행되고 있다. 법치주의를 부정하는 것이다. 생활환경 공사를 말하며 불법을 덮으려고 하는 것이다.
▲ 18일 오전 소성리 주민들이 경찰에 고립돼 있다. [출처: 사드 철회 소성리 종합상황실] |
[출처: 사드 철회 소성리 종합상황실] |
소성리 주민들은 왜 5년 동안이나 사드 기지 반대 투쟁을 지속하고 있는가.
사드는 대한민국이 아니라 미국의 안보를 위한 대중국 전략의 일환으로 배치되고 있다. 이 때문에 소성리가 아니더라도 대한민국 그 어떤 지역에도 배치돼서는 안 된다.
더구나 사드는 부지 선정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대한민국 법에 위반되지 않은 게 없을 정도로 절차상의 문제를 지니며 추진됐다. 그 과정에서 박근혜 정부 때 레이더와 발전 장치, 발사대 2개(전체 6개로 구성)가 들어갔고, 문재인 정부 이후 나머지 발사대 4대가 들어가면서 사드 1대 포대가 완성됐다. 박근혜 정부가 사드 ‘알박기’를 했다고 하면, 문재인 정부 ‘못박기’를 한 것이다. 이 모든 것이 불법적으로 추진돼 왔다.
또 주민들은 미군기지가 지역사회에 미칠 영향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미군기지의 70% 이상이 다 토지 오염의 문제를 일으켰다. 주폭이나 교통사고 등 미군들에 의한 사건사고들도 빼놓을 수 없다. 무엇보다 소성리에 위치한 사드 공사부지가 상수원이라는 점이다. 만약 다른 미군기지들처럼 다이옥신 같은 위험물이 매립되거나 토양이 오염되면, 상수원에서 물을 받아쓰는 주민들은 당연히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통행로 문제도 있다. 소성리에는 단 하나의 통행로가 마을을 가로지른다. 결국 미군기지가 들어오면 이 도로를 주민들은 미군과 같이 이용해야 한다.
정부가 지금 법적 절차도 무시하고 사드 배치를 강행하고 있기 때문에, 향후 정부가 미군기지 문제에 충분히 대처할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소성리 주민들은 이 문제들을 알고 있기 때문에 고통 받고 있다. 미래의 고통을 막고자 투쟁하고 있는 현재에도 끊임없이 국가폭력에 시달리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절차를 준수하며 환경영향평가를 진행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정부 시절 여론의 반대에도 사드를 배치하기 위해 전체 부지 70만 제곱미터를 반으로 쪼개는 꼼수를 부려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당선 직후 절차적 정당성을 이유로 재검토할 것처럼 얘기했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 시절 환경영향평가를 인정해버리고 2018년부터 기지공사를 강행하고 있다. 또 환경영향평가법에도 맞지 않는 일반환경영향평가를 하기로 결정하고 추진하고 있다. 이는 전략환경영향평가와는 다르게 일반평가는 사업의 타당성이나 적절성이 아닌 해당 지역에 어떤 영향이 있을지만을 분석한다. 때문에 미군기지 건설 이후 나타나는 영향이나 위험요소를 평가할 수 없다. 결과에 따라 사업을 중단시킬 수도 없다.
5.18 41주년 기념일인데, 소성리 주민들은 마치 계엄령과 같은 상황을 계속해서 겪고 있다고 밝혔다.
전혀 과장이 아니다. 매번 그런 느낌을 받는다. 1980년 그들은 광주를 고립시키고 자신들의 목적을 이행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지금 총칼은 아니더라도 주민들을 들어내고 가두고 동의 없이 정부의 목적을 이행한다. 현대판 계엄령이 아니고 뭐라고 할 수 있을까. 시민들이 화염병을 던지지 않듯이 정부도 총과 곤봉을 들지 않았을 뿐이다. 폭력으로 국민들을 다스린다는 메커니즘은 똑 같다.
국방부는 주민들과의 갈등 해소와 주민지원사업을 위해 민관군 상생협의회를 추진하고 있다. 김부겸 신임 총리도 보상을 언급했다. 소성리 주민들은 이를 반대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강정마을 때와 똑같다. 주민들을 갈라놓고, 보상을 통해 어용협의체를 만들어 국가가 원하는 것을 통과시키려는 것이다. 지금 소성리 주민들은 모두 반대하고 있지만, 정부는 성주라는 보다 큰 단위에서 지금까지 소성리에 관심조차 가지지 않던 사람을 대상으로 협의회를 추진할 것이라고 본다. 국방부는 이를 이용해 사드 배치를 확대해갈 것이기 때문에 소성리 주민들은 끝가지 참석하지 않을 것이다. 국방부는 소성리 주민들이 반대하는데도, 지난 5월 4일 민관군 상생협의회 출범식을 위한 회의를 진행했다. 국방부가 노리는 것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김부겸 총리의 발언도 마찬가지이다. 그는 대구경북 지역 출신 정치인이고 주민들이 어떻게 싸워왔는지 알고 있어야 하는데도 주민들을 고립시키는 발언을 했다. 그는 지난 4월 28일 한미병사들을 위한 장비를 반입하는 것이라며 자꾸 정치적으로 막아내면 장병들은 어떡하느냐고 소성리 주민을 질타했다. 소성리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모른 체하며 주민들을 질타해 그 어떤 발언보다도 더 큰 화를 불러 일으켰다. 총리의 자격이 없다.
다시 한 번 얘기하지만 주민들은 보상이 아닌 사드 철회를 원한다. 이것이 요원하다면 처음부터 재검토라도 해야 한다.
최근 사드 배치가 재개된 것을 두고 정부가 한미정상회담 앞두고 미국에 선물을 안겨주려는 것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문재인 정부는 미국과 문제가 있을 때마다 사드 배치를 진척시켰다. 하지만 사드 배치 절차를 진행하는 것은 소성리에 국가폭력이 가해진다는 말과 다름이 없다. 소성리를 짓밟아서 정상회담에 미국에 성의를 보이는 것이다. 한 나라의 정부라면 절대 할 수 없는 일이다. 광주에서와 같은 일이다. 20일 국방부는 다시 물품을 들여온다고 하는데, 이를 당장 중단해야 한다. 소성리는 대통령이 미국에 줄 수 있는 선물이 아니다. 사드 배치 철회는 촛불 주요 6대 과제 중의 하나였다. 촛불을 통해 집권한 대통령이 이래선 안 된다.
앞으로의 계획은 어떠한가.
계획은 따로 없다. 끝까지 반대투쟁을 할 것이고 사드 진입을 끝까지 막아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