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관광안내사들은 지난 2월 노조를 결성하고 사업 위탁 기관인 인천관광협의회(협의회)와 교섭했지만, 협의회는 예산이 추가 소요되는 요구는 모두 수용 불가 입장을 보여 결국 협상이 결렬됐다. 4개월간 총 아홉 차례 교섭이 열렸지만 소용없었다. 결국 노조는 지난 9일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열었고, 96%로 가결됐다. 노조는 이후 쟁의권을 얻어 15일 첫 파업에 나섰다.
[출처: 노동과 세계] |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인천지역본부 인천관광안내사지회는 15일 파업 돌입 기자회견을 열고 박남춘 인천시장에게 면담을 요구했다. 지회는 “협의회는 원청인 인천시가 정해놓은 예산 이외에는 단 한 푼의 임금인상도 불가하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최저임금 수준의 월평균 210만 원으로 민간위탁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생계를 유지하라는 인천시의 강요였다”라며 “인천시는 저임금, 고용불안, 막장행정의 원흉 인천관광안내소 민간위탁을 철폐하라”라고 밝혔다.
지회는 더불어 ▲저임금 예산구조 개선 ▲고용안정 보장 ▲인천시 산하 105개 민간위탁 기관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전수조사와 권리 보장을 위한 대책 마련 등도 인천시에 요구했다.
인천 관광안내사들은 기자회견에서 직접 민간위탁 사업의 문제점들을 알렸다. 임승미 지회장은 “민간위탁으로 인한 예산 낭비와 보여주기식 사업이 심각하다”라며 “6~70만 원이면 제작 가능한 현수막 설치도 194ㄹ만 원에 진행하고, 코로나 상황에서 이용도가 낮을 수밖에 없는 북카페를 새로 설치하는 등의 일들은 민간위탁사업이 얼마나 불투명한지 보여주고 있다. 15억 원에 가까운 예산이 들어가는 사업을 민간에 넘긴 인천시는 감사조차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출처: 노동과 세계] |
임 지회장은 “수탁업체 뒤에 숨어 우리를 무시하는 인천시 때문에 안내사들은 사기가 바닥으로 떨어진 지 오래”라며 “인천시는 즉각 민간위탁의 폐해를 직시하고 관광안내사들을 직접 고용해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천관광안내소에서 8년간 일한 장혜원 안내사는 “협의회는 코로나 시국에도 마스크를 벗어야 하는 메이크업 교육을 무리하게 진행하면서 안내사들을 불안하게 했다”라며 “코로나 때문에 진행하지 못할 교육이라면 불용으로 예산을 남겨놓으면 되지만, 사업비를 가져가기 위해 무리하게 진행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라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장 안내사는 또 “10여 년 이상 인천을 위해 일해 온 관광안내사들을 대우해주지는 못할망정 블로그에 서툴다는 이유로, 주간근무일지를 늦게 보냈다는 등의 이유로 낮은 등급을 매겨 신입 안내사들보다 못한 월급을 주는 일들을 이해할 수 없다”라며 “노동자들이 권리 찾기를 위해 일어난 이상, 이제 인천시의 관광안내소 운영은 더 이상 민간위탁이라는 마리오네트 뒤에 숨어 있을 순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2015년 당시 수탁기관이었던 인천관광협회의 공금유용, 횡령 사건은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채 남아있다. 당시 인천관광협회는 17억 원의 공금을 유용해 적발됐는데 안내사들의 임금 체불과 4대 보험 미지급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인천시는 민간위탁 사업의 부실함을 인지하면서도 민간위탁을 지속해 나갔다. 이에 따라 인천관광안내사들은 2015년부터 올해까지 6년간 아홉 차례의 근로계약을 갱신하며 불안한 고용을 지속하다 지난 2월 노동조합을 결성해 권리찾기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