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백윤 노동당 후보는 “삶을 바꾸는 과감한 혁명, 사회주의 체제 전환을 제안한다”라며 “국가 주도의 공공경제로 전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후보는 ▲정부 예산 1천 조 편성으로 기간산업과 재벌기업 국유화 ▲고용 및 기후 위기에 대응할 국가투자은행 설립 ▲국가책임일자리 1천만 개 ▲민간 임대 사업 금지 등으로 공공주택 1천만 호 공급 ▲기후정의 1,000인 위원회 설치와 기후총파업 ▲기업의 탄소 배출 감축 의무 강제 등을 주요 정책으로 내놨다.
김재연 진보당 후보는 “한국 사회가 왜 이렇게 불평등해졌는지 똑바로 진단하고 소수에게 치중된 자원을 재분배하는 것이 정치의 역할”이라며 불평등을 타파할 12가지 정책을 소개했다. ▲주 4일제·최저시급 1만5천 원·월급 300만 원 ▲5인 미만 사업장을 포함한 전 국민 노동법 적용 ▲중대재해재해법 등 산업안전 3법의 온전한 시행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특별법 제정 ▲토지공개념을 도입 및 1가구 3주택 이상에 대한 보유세 강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한국형 재공영화 ▲n번방 방지법과 파트너 폭력 방지법 제정 등이다.
“플랫폼 종사자법과 돌봄노동기본법이 필요한가?”
두 후보는 민주노총이 취합한 가맹조직의 공통질문에 대해 답변했다.
금속노조는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기후위기 산업전환 정책이 ‘정의로운 전환’, ‘기후정의’ 원칙으로 볼 때 어떤 문제가 있고, 개선점은 무엇인지 물었다. 두 후보는 정부 정책이 기후위기 주범인 기업의 이익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고 진단했고, 노동자와 시민들은 기후위기 정책에서 배제돼 있다는 데 공감했다.
김재연 후보는 산업전환과 관련해 “산업 전환기의 해고를 전면 금지하고, 정부가 전환 산업의 노동자를 전폭 지원해야 한다”라며 “산업 전환을 미래를 위한 새로운 일자리 좋은 일자리 창출의 계기로 만들 수 있도록 금속노조와 함께 노동 중심의 산업 전환을 함께 만들어 가겠다”라고 밝혔다.
이백윤 후보는 “기후위기가 닥친 현재 상황을 전시 준전시 상태로 인식하고 그것에 대응해야 한다”라며 “전기차가 들어오면서 자동차 기존 부품 3만 개 중 1만1천 개의 부품이 사라질 위기에 있다. 재벌대기업 국유화뿐 아니라 약 1천 개 정도의 자동차 부품사를 국유화해 국민차를 생산해내는 기업으로 만들 수 있다”라고 밝혔다.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은 오랫동안 저평가돼 온 돌봄노동의 가치 제고를 위한 정책 방안을 물었다.
김재연 후보는 “가족과 개인 시장에 내맡겨진 돌봄은 필연적으로 사각지대 그리고 불평등을 낳을 수밖에 없다. 현재 교육부,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 등으로 돌봄의 기능이 분산돼 있는데 ‘돌봄부’라는 하나의 단일한 부서로 만들어 총괄하겠다”라며 “좋은 돌봄은 돌봄노동자의 정당한 처우로부터 나오기에, 진보당이 입법운동을 펼친 돌봄정책기본법과 돌봄노동자기본법이 마련될 수 있도록 끝까지 싸우겠다”라고 밝혔다.
이백윤 후보는 “대부분 영세한 위탁업자들이 돌봄 시장에 뛰어들어 돌봄의 질도 형편없이 내려가 있는 상황이다. 문재인 정부도 민간 영세업자들의 반발에 국가 주도의 돌봄 일자리 관련 계획을 축소하기도 했는데, 돌봄은 국가가 책임져야 하고 이를 위해 사회서비스 전체를 공영화해야 한다”라며 “돌봄 자본가들, 돌봄 위탁 사업자들을 전부 퇴출하지 않으면 답이 없다”라고 밝혔다.
공공운수노조는 플랫폼 종사자법과 돌봄노동기본법에 대한 입장을 물었다. 두 법은 민주노총에서도 각 조직 간 의견이 나뉘고 있다. 플랫폼종사자법은 ‘종사자 성격에 따라 자꾸 별도의 법을 만드는 것은 결국 비정규직 차별을 지속하는 결과를 낳는다’라며 노조 안에서 비판적인 입장이 지배적이지만, 일부 당사자들은 기존의 노동법 안에 들어가는 것이 어렵다고 판단하고 보호받을 수 있는 법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한다. 돌봄노동기본법은 서비스연맹, 진보당 등이 법제정을 위해 ‘국민동의청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공공성을 강화하고 돌봄노동자의 처우를 개선하겠다는 것이 입법 목적이지만, 돌봄노동자 조직의 한 축인 공공운수노조에선 플랫폼종사자법 비판의 관점처럼 노동 사각지대가 생길 때마다 특별법을 만들 것이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백윤 후보는 “플랫폼종사자법은 플랫폼 자본을 일종의 중개인으로 위치 지어놓는 법으로, 특수고용노동자라든지 이런 악질적 고용관계를 사실상 그대로 유지하는 측면이 있어 당연히 반대한다”라고 밝혔다. 돌봄기본법에 대해선 “입법이 필요하다는 운동에 서명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 고민이 들었다. 특별법을 만들어 돌봄노동자들에게 별도의 항목을 적용하는 것보다 기존에 있는 노동법을 확대 적용하거나 혹은 그것을 제대로 적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나가는 것이 좀 낫지 않을까 고민이 있다. 계속 토론해 나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김재연 후보는 “특수고용노동자, 플랫폼 노동자, 프리랜서 등 모든 일하는 사람들에게 노동 기본권과 노동 3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생각이지만 현실에서 절박한 필요가 있는 경우엔 더 두텁게 권리 보장을 위한 법안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돌봄 노동자 기본법은 노동자성을 인정하고 더 두텁게 권리를 보호하는 법안이기 때문에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이어 “플랫폼법은 노동자의 노동자성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이것을 저해하기 때문에 폐기해야 한다고 본다”라고 밝혔다.
김 “진보 단결 필요” 이 “신뢰 회복이 우선”
두 후보 간 상호토론에선 경제 시스템 전환과 국가책임일자리의 성격 등을 두고 후보들이 구체적인 공약 검증에 나섰다. 정책 공약 외에 진보 결집의 방법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눴다.
우선 이백윤 후보는 김재연 후보에게 “경제 공약이 선명하지 않다. 지금 독점이 강화되고 있는데 독점 규제를 통해 시장 경제를 좀 더 활성화하자는 것인지, 경제 구조 자체를 전면적으로 혁신하자는 것인지 묻고 싶다. 또 민간경제의 35~30%를 차지하고 있는 재벌에 대해선 어떻게 규제할 것인가”라고 물었다.
김 후보는 이에 “지금 경제 위기가 굉장히 걱정되는 상황이다. 이미 24년 전에 큰 경제 위기를 경험한 바가 있고, 재벌은 국민 세금으로 살아남았지만 노동자와 영세 상인들은 나락으로 떨어졌다”라며 “재벌의 독점 경제 체제에 맞서 공공성을 강화하고 특히 국가기간 산업과 은행까지 포함한 국유화를 이제 단행해야 할 때다. 탄소세뿐만 아니라 법인세와 슈퍼리치 부유세까지 실행하는 국가 중심의 경제 체제 전환이 필요하다”라고 답했다.
이 후보는 이에 대한 의견으로 “경제위기를 대비하는 차원에서 말씀해주셨지만 지금이 경제 위기다”라며 “자본주의 경제학자들도 우리나라 잠재 성장률이 2030년대에 0%대에 진입할 것이라 말한다. 시장을 그대로 놔둔 처방은 실제로 변화가 불가능하다. 어떻게든 경제 체질 자체를 바꿔야 한다”라고 밝혔다.
이날 토론에서 진보 단결을 강조하던 김재연 후보는 이백윤 후보에게 “노동이 배제된 대선이라고들 한다. 이렇게 된 데에 민주노총과 진보정당들이 후보 단일화를 성사시키지 못한 데서 일정한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진보 단결의 노력은 여기서 중단되어선 안 된다. 진보 단결을 위해 우리에게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라고 물었다.
이 후보는 신뢰 회복과 정당법 개정을 들었다. 이 후보는 “단일화 과정에서 정의당은 100% 혹은 70% 여론조사를 주장했지만 민중경선 차원에서 동의하기 어려웠다. 정의당은 민주노총 조합원 총투표라고 하는 그 룰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을 거라는 불신에 기초해 있었다. 지금 그냥 하나로 합치자는 말보다 우리를 가로막고 있는 불신이 어디에서 기인했고,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함께 논의돼야 한다. 그것이 공동 실천이다”라고 말했다.
김 후보는 “지난 10여 년 동안 중단됐던 진보 단결의 기운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겠다. 신뢰를 공동 실천으로 만들어가는데 저와 진보당이 무거운 책임을 갖고 앞장서겠다”라고 밝혔다.
국가가 만드는 일자리 성격을 두고서도 토론이 벌어졌다. 이백윤 후보는 김재연 후보에게 한시적 일자리에 가까운 정의당 일자리 공약과 무엇이 다른지 물었다. 김 후보는 “정의당의 공약은 세부적인 내용을 잘 모르지만, 진보당이 제시하는 일자리는 안정적이고 질 좋은 일자리다”라며 “노동시간 단축으로 생기는 최소 200만 개의 일자리와 돌봄 부문 국가책임제로 110만 개의 일자리가 그럴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이 후보는 “우리 진보 정치가 이야기하는 일자리 정책은 과감하고 획기적이어야 한다. 최소한 중위소득을 보장하는 일자리여야 하고, 일시적인 일자리에 그쳐서도 안 된다”라며 “공공 영역에서 1천만 개 이상을 늘려 공공의 일자리가 민간 일자리를 견인하고 강제해 나가는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