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로 몸살 앓는 마포에서, 녹색 정치를 외치다

[이슈①] 서울시 마포구의원에 출마한 이숲 녹색당 후보

서울에서 젠트리피케이션이 가장 빠르게 진행되는 지역으로 꼽히는 마포. 강남권 대체 지역으로 각광받으며 서울 부동산 가격 상승을 이끈 ‘마용성(마포구·용산구·성동구)’의 대표적 지역은 가난한 예술가와 도시를 찾은 청년, 수많은 임차인을 도시 밖으로 쫓았다. 마포에서 밀려나는 이들과 함께 싸우고, 공존을 외치는 활동가가 이번 지방선거에서 마포구의회에 출사표를 내밀었다. 녹색당 소속 이숲 마포구의원 예비후보다.

이숲 후보는 그의 이름보다 ‘미어캣’이라는 활동명으로 더 알려져 있다. 미어캣은 2015년부터 여러 사회운동에 출현했다. 아현포차, 옥바라지, 우장창창 등 도시에서 쫓겨나는 세입자들 곁에서 임차인 권리를 위해 함께 싸웠고, 경의선 공유지에선 ‘공유지’라는 이름에 걸맞은 공간을 만들기 위해 여러 대안적이고 실험적인 프로젝트들을 펼쳤다. 성인이 되고 마포에서 살기 시작한 이숲 후보에게 마포는 삶의 공간이자, 운동의 공간이었다. 마포에 살면서 마포 청년들과 재밌게 잘 먹고 잘 살기 위한 고민을 나눴고, 홍대관광특구 대책위, 성미산 지키기 모임 등을 통해 마포의 무분별한 개발을 막으려 애썼다. 지난 4월 15일 《워커스》는 투기로 뜨겁게 달궈진 마포 지역에서 녹색 정치를 외치는 이숲 후보를 그의 선거 사무실에서 만났다.

거대한 변화를 위한 풀뿌리 실천들

[출처: 박다솔 기자]

근황을 물어보자 대뜸 쓰레기를 줄이는 선거를 고민하고 있다고 답하는 이 후보. 인터뷰 직후엔 업사이클링 작가와 회의가 있다고 했다. 명함, 공보물, 어깨띠, 바람막이, 현수막 등 선거가 끝나면 버려질 물품들을 최대한 재활용하고, 친환경적으로 만들 수 있게끔 여러 아이디어를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선거 사무소 인테리어 역시 물건을 재활용해 최대한 간소화할 계획이다. 녹색정치를 내건 녹색당의 후보이자, 최근까지 기후위기비상행동에서 활동한 만큼 기후위기에 잘 대응하는 것은 그에게 가장 중요한 과제다.

“기후위기비상행동 활동해보니 지역에서부터 기후위기에 관심을 갖고 실천하고 변화를 만들어가는 경험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거대한 변화는 한 번에 오지 않으니까요. 작은 변화들이 거대한 변화를, 흐름을 만들어내죠. 시민 한명 한명이 기후위기를 알고 주변을 설득하는, 작은 단위에서의 운동과 실천들이 중요하죠. 그런 지역 풀뿌리에서의 변화가 커다란 변화의 시작이 될 거라고 믿어요.”


이 후보는 작은 변화가 몰고 오는 큰 변화를 느끼고 경험했다. 지역 풀뿌리 운동을 강조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나 한 명이 바뀌면 내 주변이 바뀌고, 내 동네가 바뀌고, 지역이 바뀐다”라고 말한 그는 이미 마포에서 작은 변화를 위한 한 걸음을 떼고 있었다. 2018년 중순 모임을 시작한 ‘마포청년들 ㅁㅁㅁ’1)는 이 후보가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모임 중 하나다. 취미 활동을 함께하고 고민도 나누는 일상적인 시간도 보내지만, 종종 체육대회, 플리마켓, 비건 김치 담그기 등의 이벤트를 하면서 지역의 친구들을 더 많이 사귈 수 있었다. 이밖에 지역에 기반한 여러 활동을 시작하면서 그의 생활에는 새로운 카테고리가 추가됐다. 이 후보는 자신의 이름인 숲처럼 계속 확장되고 있었다.

“홍대 관광특구 대책회의에서는 홍대 관광특구 지정의 문제점을 말하는 활동을 했어요. 개발 규제를 풀어 관광특구를 만들겠다는 건데 지역의 상업화와 고밀도 부동산 개발은 더욱 심해질 거예요. 홍대의 문화 예술적 토양을 말살한다는 점에서도 큰 문제고요. 성미산 지키기 모임에도 함께 하고 있어요. 성미산의 일방적인 개발이 아닌, 성미산과 주민들이 함께 잘 살 수 있는 방법을 찾는 모임이에요. 성미산의 여러 새를 관찰하는 탐조모임, 성미산 개발에 대한 토론회도 진행했죠. 주민들과 새벽부터 나와 나무를 베는 것을 막고, 기자회견도 했어요. ‘마음콘’ 같은 지역에서 재미있는 일들도 많이 기획하고, 지역 축제 사회도 맡고, 지역 공부방에서 아동들과 예술 활동을 하고 그 결과물을 전시하기도 했어요. 저는 지역에서 다 같이 오래오래 재미있게 잘 먹고 살려고 활동하는 것 같아요.”


홍대의 풍경을 뒤바꾸는 개발광풍

마을 공동체에 관심이 많던 그가 6월 1일 지방선거에 나선 건 주변의 독려가 한몫했지만, 활동하면서 느낀 정치에 대한 갈증이 더 컸다. 정치가 필요한 곳에, 정치가 부재하다는 게 그가 활동하면서 느낀 문제의식이었다. 지역구 국회의원도, 마포구의원들도 그녀가 결합했던 현장엔 없었다. 임차인들이 힘없이 밀려나는 자영업의 현장, 나무가 베어지는 산, 공유지를 취지대로 쓰기 위해 머리를 모은 사람들 곁에 정치는 없었다. 특히나 젠트리피케이션은 지금도 진행 중인 이슈다. 개발 사업과 함께 땅값, 건물값, 임대료가 오르는 문제는 현재 진행형이다. 패스트푸드점, SPA 브랜드들까지 못 버티고 나가는 홍대의 상권은 굵직한 변화를 겪고 있다. “자생적으로 만들어진 문화는 사라지고 거대자본이 들어와 홍대의 풍경을 완전히 바꿔놓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라며 우려하는 이 후보의 고민이 깊다.

“젠트리피케이션 현장에 연대하면서 첫 활동을 시작했어요. 아현포차, 옥바라지, 우장창창 같은 현장을 다니면서 이렇게나 큰 충돌이 있는 곳에 왜 중간에서 조율해줄 권한과 책임이 있는 정치인이 없을까 의문이 들었어요. 제가 4년여를 집중한 경의선공유지에서 쫓겨나고, 홍대 관광특구가 지정되고, 성미산의 나무가 베어지는 것을 보면서 정치의 역할에 대해 의문은 더욱 커졌죠. 많은 이들이 첨예하게 갈등하고 있는데 왜 정치인들은 이 문제를 방기하고 있을까. 이런 문제를 테이블 위로 가져와 입장을 듣고 조율하고 법적인 문제가 있다면 바꿔야 하는 게 정치의 역할이 아닌가, 이런 의문들이 계속 쌓였죠. 정치의 역할을 방기하지 않기 위해, 삶에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고 싶어 출마를 결심하게 됐습니다.”


이 후보는 현장에 없는 정치인들이 어디서 뭘 하는지 알고 싶었다. 때마다 돌아오는 선거에선 ‘○○을 위해 일할 사람을 뽑아달라’는 아우성이 넘치는데 왜 주민들이 필요한 일엔 없는지 답답했다. 조금만 찾아봐도 정치 본연의 일과는 거리가 먼 일을 하는 이들이 수두룩했다. 그는 마포구공직자부정부패 주민대책위에서 활동하며 마포구의회 정치를 추적했다.

“정보공개 청구도 하고 구의원들이 가진 부동산을 전수조사해야 한다는 기자회견도 하면서 이들이 개발 세력의 한 축이라는 것을 드러내고 있어요. 활동 전엔 마포구의회 정치가 이렇게 고여 있는지 몰랐어요. 마포구의회 의장이 재개발조합장으로 선출되고, 홍대 관광특구로 지정된 곳에는 구의원의 건물이 있는 상황이죠. 또 몇몇 구의원들은 업무추진비 횡령 의혹을 받고 있고, 심지어 제가 나가려는 지역구에서는 자신의 지인을 비례로 공천해달라고 청탁하면서 현금을 주었다가 당선이 취소된 사례도 있었어요. 업무추진비 횡령 같은 사건으로 주류언론에 보도돼 마포구의회 사이트가 다운된 적도 있고요. 고여 있으면 썩기 마련이잖아요. 지금 구의회엔 새로운 정치의 바람이 불어야 해요.”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마포

[출처: 박다솔 기자]

이 후보가 이번 지방선거에서 내놓은 캐치프레이즈는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마포’다. 기후 위기는 코앞으로 다가온 문제지만, 기업은 새로운 사업 먹거리에 기후위기를 이용하거나 그린워싱으로 잘못을 은폐하기 일쑤다. 정부가 기후위기를 해결하겠다며 내놓는 녹색성장 같은 대책들은 기업 지원으로 점철돼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개개인 또한 체감하는 위기의 정도는 다르다. 기후정의 활동가로서 그는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재난에 대비하는 것이 정치의 역할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기후정의조례 제정 ▲경의선공유지를 생태광장으로 만드는 것 ▲공존을 위한 돌봄 ▲제로웨이스트 생태계 조성 ▲다양하고 평등한 교육 등 다섯 가지를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다.

기후정의조례 제정은 녹색당이 지역에서 기후정의 운동을 시작하기 위해 지난 4월 마련한 기후정의조례안을 바탕이 됐다. 조례안의 목적은 지자체의 조직, 관행, 정책, 예산의 개혁, 주거, 교통, 노동 등 구체적인 영역에서 온실가스 감축과 사회적 불평등의 완화·해소를 동시에 추구해, 지역사회를 보다 지속 가능하고 정의로우며 평등하게 변화시키는 데에 있다.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지자체별 노력이 조례에 담길 거예요. 기본적으론 노후건물에 대한 그린리모델링 추진, 버스 완전 공영제 도입, 100% 전기버스, 개발사업에 대한 기후영향평가, 지역공기업 및 협동조합을 중심으로 한 정의로운 생태적 전환, 정의로운 전환 대책 수립 등의 내용이 포함될 거고요. 주거, 교통 등과 같은 공공서비스부터 협동조합, 노동의 문제까지 다루니 삶이 크게 변화할 거예요.

경의선공유지는 2020년 4월에 경의선공유지시민행동이 퇴거한 이후,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펜스가 둘러쳐진 공터로 방치되고 있어요. 위에 건물을 세우려고 해도, 지반공사가 필수적이라 사업성이 떨어져서 방치되고 있는 것 같은데요. 기본적으로 이러한 도심의 공유지는 모두를 위한 공간이 돼야 한다고 봅니다. 100평 정도의 이 땅을 빈 땅으로 두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이 자유롭게 이용하는 생태적 숲과 같은 공원으로 만들면 좋을 것 같아요. 시민들이 쉴 수 있고, 도심의 온도도 낮춰줄 수 있어요.”


코로나19를 지나며 돌봄의 가치 또한 선명해졌다. 그가 이야기하는 ‘공존을 위한 돌봄’ 공약은 돌봄 노동자를 비롯해 가족 간병을 맡은 영케어러(가족을 돌보는 청년), 다양한 사각지대에 선 사회적 약자들, 동물과의 공존을 위한 방법들을 포함한다. 코로나19로 문화예술인들의 생계가 어려워졌을 때 이 후보는 마포청년들 ㅁㅁㅁ 회원들과 함께한 ‘문 앞에 놓고 갈게’ 프로젝트에서 돌봄 정책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문화예술인들의 사연을 받아 식료품을 문에 걸고 가는 활동을 했었는데, 사연이 뽑힌 문화예술인들의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그들은 벼랑 끝에 서 있는 사람들처럼, 잊지 않아 줘서 고맙다고, 힘내서 살아보겠다는 인사를 전해왔다.

“돌봄 공약은 동물과의 공존을 위한 정책들을 소개하고 싶어요. 공공 급식에서의 채식권 보장, 길고양이 급식소 설치 및 관리, 반려동물 필수 예방접종 사업을 시작할 거예요. 다양한 이유로 채식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어 ‘채식지원조례’를 제정해 채식권을 보장할 생각입니다. 마포구, 특히 주택 밀집 지역이나 경의선 숲길과 같은 공원에는 길고양이들도 많아요. 이들도 동네에서 함께 살아가는 구성원이잖아요. 주민들의 불편이 없게 급식소를 잘 설치하고 깨끗하게 관리하는 것이 필요해 보여요. 또 마포구에 반려동물도 점점 늘어나고 있는데, 반려동물 보험은 매우 비싸서 반려동물 필수 예방접종을 구에서 지원해 주려고 합니다.”


이 후보는 녹색당이 그리는 큰 그림 속에 삶의 작은 그림을 그려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만큼 녹색당의 정치와 이숲의 정치는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활동 초반에 녹색당 당원들을 만났고 그들에게 물들어갔다. 이 후보는 “기분 좋은 변화가 삶에 찾아왔다”라며 “녹색당에서 활동하며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깨지면서, 세상이 더 넓어졌다”라고 말했다.

“제가 가는 현장마다 녹색당 사람들이 있었고, 이 사람들은 어딘가에서 피켓을 들고 나타났어요. 이분들을 통해 기후위기, 성평등, 기본소득에 대한 정책을 알게 됐고, 자연스레 관심이 생겨 입당하게 됐어요. 비슷한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 곳이지만, 많은 사람이 모이면 그만큼 갈등도 생기고, 피해갈 수 없는 갈등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녹색당 활동을 이어온 이유는 녹색당이 기후위기와 불평등의 시대에 가장 나은 대안을 가진 정당이기 때문이에요. 단순히 정책 하나 바꾸는 것이 아닌, 근본적으로 접근해 대안을 제시하는 정당입니다.”


그간 녹색당의 행보가 진보 정치 안에서 아쉬운 족적을 남긴 것도 사실이다. 지난 대선에서 녹색 대통령을 만들자고 목소리를 모았으나 후보를 내는 데 실패했다. 지난 총선에선 위성정당 문제로 내홍을 겪었다. 비례연합당 참여를 위해 지도부가 동원한 방식들을 두고 민주주의 기본절차를 무시했다는 지적과 함께 민주당의 막장 정치공학에 부화뇌동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늘 절박함의 방향이 어렵고 아쉬워요. 녹색당이 그간 걸어온 녹색의 길이 아닌, 위성정당이라는 샛길을 고민했던 것은 뼈아픈 통찰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시작을 충남 녹색당에서 관련 보고서를 만들어 물꼬를 터주셨어요. 급하다는 핑계 없이 우리가 가진 문제점을 충분히 되돌아보고 성찰하며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런 움직임이 결국 대안정치의 가능성을 시민들에게 보여줄 겁니다. 우리가 절실한 만큼, 그 절실함을 더욱더 간절히 시민들과 낮은 자세로 소통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는 지금 활동가로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지만, 프리랜서 디자이너로 일해왔다. 노래도 부르고, 마포에서 전시도 하는 등 다양한 작업도 하는 예술 노동가이기도 하다. 2017년엔 ‘퇴근송’이 들어있는 앨범도 냈다. ‘퇴근하고 싶다’를 내지르는 미어캣의 목소리에 이입한 직딩들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이 후보는 그가 예술에서 영향을 받은 것처럼,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마음에 침투해 삶을 변화시키고 싶다고 했다.

“영화, 만화, 음악, 소설이 제 가치관과 신념에 크게 영향을 끼쳤어요. 다양성을 존중하고, 작은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저항하고 싸워 문제를 바꿔나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들이 저를 움직이더라고요. 작은 목소리를 섬세하게 들을 수 있는 감수성을 바탕으로 정치하고 싶어요. 어려운 탁상 앞의 정치가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정치를 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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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경락

    영화, 만화, 음악, 소설이 제 가치관과 신념에 크게 영향을 끼쳤어요. 다양성을 존중하고, 작은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저항하고 싸워 문제를 바꿔나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들이 저를 움직이더라고요. 작은 목소리를 섬세하게 들을 수 있는 감수성을 바탕으로 정치하고 싶어요. 어려운 탁상 앞의 정치가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정치를 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