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쇄되는 석탄발전소, 지워지는 노동자들

[이슈]발전소 하청노동자, 정의로운 전환을 말하다

가장 뜨거운 곳으로 간다

차례

① 훼손된 강릉 앞바다, 그곳엔 삼성물산의 화력발전소가 있다
② 폐쇄되는 석탄발전소, 지워지는 노동자들
③ 핵발전 수명연장과 신규 건설, 사회적 갈등 커진다
④ 5만 명 모여 ‘9.24 기후정의행진’ 벌인다
⑤ ESG

  강원도 강릉에는 2,000MW급 석탄화력발전소를 건설하기 위한 공사가 한창이다. 강릉 안인화력발전소 건설 현장.

석탄화력발전소의 발전효율은 증기의 압력과 온도가 높을수록 커진다. 뜨거운 증기는 터빈을 더 빠르고 강하게 회전시켜 더 많은 전기를 생산한다. 기술 발전에 따라 효율 상승을 이룬 석탄화력발전은 지금까지 가장 많은 전기를 생산해왔다. 우리나라의 에너지원별 발전량 현황에 따르면 석탄의 비중은 2017년, 전체 발전량의 43.1%까지 오르다 차츰 줄어들고 있다. 정부의 석탄발전 감축 기조에 따른 결과다. 정부는 2034년까지 석탄화력발전소 30곳을 폐쇄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탈석탄은 이제 거부할 수 없는 흐름이다. 1929년 서울 마포구에 10MW급 석탄화력발전소가 준공된 뒤 약 100년이 흘렀다. 그 기간 동안 많은 노동자가 다치고 죽었다. 1931년도에 발행된 어느 신문 기사다.

“이 발전소 문안에 드러서면 석탄을 운반하는 크기진채가든 탕크가 높이 사오십적되는 공중으로부터 흉악한 맹수와 가티 큰 입을 아레로 벌니고 이따금 벽력가튼 소리를 질으며 움즉이는데 보기에도 소름이 끼칠만큼 무서울뿐 아니라 저전장치 배전기 등에는 몇 천 몇 만 키로의 고압전선이 거미줄같이 느리어져 사람의 생명이 깟댁만 하면 일초 동안 저승으로 사라진다.

지난해에도 손은덕(21)이란 직공이 높이가 45척되는 곳에서 석탄 탱크에 적탄을 옮기다가 발이 미끄러져 그 탱크에 빠져 죽은 일이 있거니와 이와 같이 무서운 위험한 속에서도 정진 노력하는 직공은 이 발전소 안에 모두 아십명 가량이 있다.”

<조선일보>, ‘주림을 참으며 주야교대작업’ 기사 중, 1931.01.04.

갓 스무 살을 넘긴 청년 노동자가 했던 일은 연료·환경 설비 업무였다. 경상정비와 함께 대표적으로 외주화된 업무다. ‘위험의 외주화’라는 표현대로 발전소의 위험 업무들은 공공부문 민영화와 함께 외주화됐다. 그리고 하청업체에 소속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인권과 안전은 김용균이 죽기 전까지 약 20년 동안 방치됐다. 지난 통계들은 하청 노동자에게 위험이 집중됐지만, 전혀 시정되지 않았던 현실을 보여준다. 2011년부터 2020년 상반기까지 발전 5사에서 발생한 508건의 산재 사고 피해자는 대다수 하청노동자였다. 숨진 노동자 30명 중 원청노동자는 1명, 하청노동자는 29명(96.7%)이었고, 다친 노동자 511명 중 원청노동자는 17명(3.3%), 하청노동자는 494명(96.7%)이었다.(1)

  강릉 안인화력발전소 건설 현장.

외주화 된 업무들을 살펴보면, 보일러, 터빈, 변압기 같은 메인설비 운전은 발전 5사에서 맡는다, 이 메인설비와 계측제어설비, 기전 설비 등을 대상으로 한 예방점검 및 정비, 고장정비를 실시하는 ‘경상정비’ 업무는 협력업체들이 하고 있다. 석탄화력발전소 하청업체 노동자들은 하청업체를 ‘더럽고 위험한 일을 하는 자회사’로 이야기하거나, ‘발전 5사에서 안 하는 어려운 업무’를 맡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이제 이 위험 업무를 담당했던 노동자들은, 에너지 전환 국면 속에서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처해있다. 전 지구적 기후위기가 가시화되고 각국이 저마다의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내놓고 있는 상황에서 석탄화력발전이 줄어드는 것은 자연스럽고 마땅하지만, 없어지는 일자리에 종사하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위기는 중요한 문제로 다뤄지지 않고 있다. 정부의 석탄발전소 노동자들의 전환대책은 ‘재취업 교육’에 그치고 있다.

현장에서는 고용불안과 각자 도생해야 한다는 초조함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10월엔 삼천포발전본부에서 하청 노동자가 가족에게 미안하다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고인이 일하던 삼천포 6호기는 2028년 폐쇄돼 LNG 발전소로 전환될 예정이었다. 공공운수노조 등은 ‘고용불안’이 극단적 선택의 한 원인일 것이라 추측했다. 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를 위한 고용정책이 전무했기 때문이다. 고인은 생전에 이직을 위해 동료들과 자격증 공부를 하기도 했지만, 다른 발전소 하청 노동자들은 일과 공부를 병행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이라 말했다.

특히나 곧 폐쇄될 발전소의 경우, 결원이나 필요한 인원을 충원하지 않고 언더 T/O로 인력을 운영하는 것이 상식처럼 돼 있었다. 발전소 폐쇄로 생기는 유휴 인력을 다른 사업소로 쉽게 재배치하기 위해서였다. 충남 지역의 발전소에서 일하는 한 1차 하청업체 노동자는 “사람을 안 뽑으니 대근을 많이 한다. 내가 쉬고 싶은 날 못 쉬는 것도 힘들고, 무엇보다 몸이 축나는 것이 느껴진다”라고 토로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했던 시기, 결원을 보충할 인원을 찾느라 모두가 애를 먹은 기억도 있다. 그는 “하동에선 주52시간제 긴급 해제 요청까지 할 만큼 상황이 안 좋았다”라며 “전반적으로 인력이 부족해서 생기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책에 반영되지 않는 기후위기 당사자의 목소리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50년 탈석탄을 선언하고, 2030 NDC(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와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까지 확정했다. 전력 체계를 원전 중심으로 키우고 싶은 윤석열 정부는 탈석탄 시점을 앞당기겠다고 얘기해왔다. 정부의 탄소중립 선언 후 발표된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지난해 삼천포 1·2호기와 보령 1·2호기가 폐쇄됐다. 이를 시작으로 30기의 발전소가 문을 닫는다.


강원도 강릉에 위치한 영동에코발전본부에서 터빈 경상정비 업무를 하는 안재영 공공운수노조 금화PSC지부 영동지회장은 10년 째 영동 2호기에서 근무하고 있다. 영동 1, 2호기는 각각 2017년, 2019년 폐쇄돼 나무 펠릿으로 연료로 하는 영동에코발전본부로 전환됐다. 2호기의 경우 공사가 지연되며 전환 과정에서 협력업체 직원들이 상당히 어려운 시기를 겪었다. 영동에코발전본부가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가기 전, 금화PSC 직원 60명 중 절반 정도가 근처에 일할 곳이 없어 서해안의 발전소까지 가야 했다. 태안, 당진 등으로 이동 배치된 사람들도 있지만, 몇몇은 일을 그만두기도 했다.

  강릉 안인화력발전소 건설 현장.

안 지회장은 “계속 석탄을 땠다면 벌써 폐쇄됐어야 했지만 남동발전은 규모가 작다 보니 에너지 전환과 관련한 여러 시범사업을 진행 중이고, 영동 1, 2호를 바이오매스 연료만 사용하는 발전소로 전환할 수 있었다”라며 “LNG로 전환한다고 하면 경상정비 노동자들이 갈 곳이 없어 힘들어질 텐데, 바이오매스는 기존 석탄이랑 연료만 다를 뿐 비슷한 점이 많아서 크게 인력을 감축할 일이 없었다”라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해 석탄발전소 폐지 시 인력 영향과 폐부지 활용 방안을 검토하기 위해 진행한 연구용역에선 ‘연료 및 기타 설비’를 담당하는 협력업체 직원 69%가 일자리를 잃는 것으로 파악됐다. 석탄화력발전소 30기 중 24기를 LNG발전으로 전환하고, 6기는 아예 폐지한다는 전제에서 나온 결론이었다. LNG발전 활용은 정부의 전력 수급 계획이 될 수는 있지만, 비정규직 노동자의 고용대책이 될 순 없었다. 발전소 하청노동자들은 그들의 고용과 관련해 벌써 여러 차례 좌절감을 느꼈다. 그동안 일터에서의 안전과 처우 개선, 이를 위한 정규직화를 요구했지만 관철된 것은 얼마 없었다. 김용균의 사망이 현장을 조금 안전하게 바꿨지만, 단 한 명도 정규직으로 전환한 노동자는 없다. 무기력한 이들의 모습에서 수많은 절망의 시간이 스친다.

“석탄발전소 폐쇄 전에 최소한 먼저 현장에 있는 사람들의 협의체 같은 것을 구성해서 고용 문제 등을 논의했어야 한다는 아쉬움은 들죠. 그런데 정부가 폐쇄 순번은 정해놓고, 현장에 있는 사람들 목소리는 듣지 않고 자기들끼리 추진한다는 것에 현장 노동자들은 상실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는 탄광 산업이 저무는 태백의 사례를 들었다. 지난 3월 노사정은 2025년까지 모든 광업소를 폐광하기로 합의했다. 태백의 장성광업소는 마지막으로 남은 3개 광업소 중 하나로, 100년 역사의 국내 석탄산업을 대표하는 탄광이다. 안 지회장은 탄광 폐쇄를 앞두고도 현장에서 일하는 직원이나 지역민들에겐 거의 보상이나 혜택이 돌아가지 않았다고 한숨을 쉬었다.

“태백시에 대한 지원사업에 대해 이야기는 많이 나왔죠. 그런데 탁상행정에 그치다 보니까 실질적으로 노동자, 시민들에겐 거의 도움 되지 않았어요. 지금 석탄화력발전소도 우선 폐쇄를 결정하고, 이것 해줄게, 저것 해줄게 하잖아요. 그런데 이 약속은 흐지부지될 확률이 높아요. 힘없는 사람들 목소리는 사라지니까요. 노동자에겐 고용 문제가 가장 크니까, 밑그림이라도 그리고 고용을 어떻게 할지 결정짓고, 현장 사람들이랑 대화를 통해 더 좋은 방법을 찾아가면서 에너지 전환을 했으면 좋겠어요.”

가장 뜨거운 도시의 노동자들 “한 치도 예측할 수 없는 미래”

충남은 전국 석탄화력발전소 57기 중 29기가 있고, 제철소, 시멘트 기업 등 온실가스 다배출 업종이 몰려 있는 지역이다.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노동자, 주민 등의 큰 피해가 예상되는 지역이기도 하다. 세계적으로 석탄지역의 노동조합과 지역사회가 정의로운 전환을 가장 크게 요구하고 있는 것처럼, 충남 역시 적극적으로 정의로운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충남은 2019년 동아시아 도시 중 가장 먼저 ‘기후 비상 상황’을 선포하고 탈석탄 정책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중앙정부가 2022년 폐쇄할 예정이었던 보령 1, 2호기가 2020년 폐쇄된 것도 충남도지사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하지만 노동자들은 이 같은 결정을 그저 통보받을 뿐이었다.

남상무 공공운수노조 발전노조 한전산업개발본부 신보령지부장은 발전소 폐쇄가 정부 전력수급계획에 따라 이뤄지는 것처럼 보여도 실제론 여론과 정치적인 영향이 더 크다고 했다. 남 지부장은 “전력수급대책에 따른 구체적인 액션이 일 년에도 서너 번씩 바뀐다”라며 “몇 년에 폐쇄한다고 했다가, 늦춰진다고 했다가, 당겨진다고 했다가 말이 계속 바뀌었다. 보령 1, 2호기에서 근무했지만 폐쇄 6개월 전에야 실제로 폐쇄된다는 사실이 확실해졌다”라고 말했다.

그는 신보령발전소가 건설 중일 때 자원해서 이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새로운 발전소는 일이 많고 복잡해 꺼리는 자리지만, 그는 1, 2호기의 폐쇄를 알았기 때문에 미리 지원해서 갔다고 했다. 원거리 이동 등을 피하고자 미리 준비한 셈이었다. 모두가 그처럼 빠른 대비책을 세우는 건 아니다. 공공운수노조 발전노조 한전산업개발본부 신보령지부 조합원 김홍규 씨는 발전소 폐쇄를 앞둔 노동자라 해도 대비책을 세우지 못한 이들이 대부분일 것이라 이야기했다. 김 씨는 서천발전소에서 일하다 폐쇄 직전 신보령발전소로 옮겨왔다. 때마침 직급이동을 해야 해서 다른 지역의 근무지를 선택해야 했는데, 그는 신보령발전소로 가겠다고 했다.

“서천은 2017년에 폐쇄됐거든요. 그때 사람들이 발전소 폐쇄 소식을 듣고도 ‘그때 가면 어떻게든 되겠지’ ‘설마 폐쇄되겠어?’ 이런 이야기들을 했어요. 그렇게 있다가 많이들 그만뒀죠. 젊은 친구들은 타지로 갔고, 퇴직이 얼마 안 남은 사람들은 떠날 수 없으니 다른 일을 찾든가 했겠죠. 저는 그 점이 답답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뭘 할 수 있었나 싶기도 해요. 걱정한다고 해서 문제를 해결해준다거나, 다른 방법을 제시해주지 않거든요. 하청업체 직원들이 할 수 있는 건 포기하고 기다리거나, 아니면 아예 다른 일을 찾거나 둘 중 하나예요. 걱정해봤자 속만 타죠.”

이들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가족과 인생을 해체할 수 있는 구조조정을 정부가 아무런 대비 없이 몰아붙이는 일이 억울하다. 남 지부장은 “기후위기를 해결하겠다는 것도 사람을 위한 거고, 정부가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을 실제로 소중히 아낀다면 만 명이 넘는 발전소 하청 노동자들을 이런 식으로 내몰아선 안 된다”라고 말했다.

말 많고 탈 많은 탄중위, 충남 탄중위에선 석탄 대체 에너지로 원전까지 거론돼

노동자 대책이 부실한 것은 충남 역시 마찬가지다.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충남의 정책은 중요한 상징을 갖지만, 아쉬움이 큰 것도 사실이다. 충남의 기후정의 활동가들은 “한국 정부도 하지 않은 탈석탄 선언을 선도하고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계획을 세운 것은 성과”라면서도 “선언만으로 그친 것은 한계”라고 지적한다. 가장 큰 실책 중 하나로는 지역민과 노동자를 배제한 탄중위 구성이 꼽힌다. 지난해 11월 출범한 충남 탄중위는 도의 탄소중립 정책과 계획을 의결·심의하는 종합 컨트롤타워다. 위원장 2명을 포함, 7개 분과 87명으로 구성됐는데, 탄중위 위원 중 지역민은 48%뿐이고 노동자, 농·어민은 아예 제외돼 있어 기후위기 충남행동 등으로부터 해체 요구를 받기도 했다. 지역민을 포함한 당사자들의 의견을 모을 창구가 필요하다는 것에 공감하지만 2년 임기 동안엔 보강 없이 가겠다는 것이 도의 입장이다. 충남 탄중위 안에선 윤석열 대통령 당선 직후 석탄발전을 대체하는 에너지로 핵발전을 고려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문재인 정부에서 탈원전을 전제로 구성된 탄중위에서조차 핵발전 인사가 있다는 것은 그것대로 충격이었다.

박기남 충남에너진전환네트워크 운영위원장은 “충남은 2017년부터 매년 탈석탄 콘퍼런스를 개최하는데, 콘퍼런스 자문단 회의에서 세션 중 하나로 핵발전을 다뤄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어차피 국가 계획에 핵발전이 있는데 충남이 선도적으로 핵발전 논의를 하는 게 필요하지 않냐는 것이었다. 내가 근거를 묻자 충남 탄중위 위원으로부터 국가계획에 대해 들은 사전 정보가 있다고 했다. 탄중위 안에서 공공연하게 핵발전을 이야기하는 그룹이 있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다”라고 설명했다.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불거지는 충남 지역 노동자, 주민의 피해에 대해선 실질적인 의견 수용을 담보하는 사회적 대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박 운영위원장은 “몇 차례 이해관계자들을 만나 사회적 대화 프로그램을 진행한 게 있지만, 구체적인 질문이 결여돼 목소리의 구체성이 떨어진다”라며 “이해관계자의 의견과 요구가 구체화할 수 있도록 질문을 벼리는 작업과 함께, 사회적 대화를 바탕으로 모인 목소리들이 정책과 예산에 반영된다는 것을 전제로 사회적 대화가 이뤄져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사회적 대화’는 어디에

  강릉 안인화력발전소 건설 현장.

정부 또한 산업구조 전환 단계부터 사회적 협력 체계를 구축하겠다며 ‘사회적 대화’를 강조하고 있다. 책임 있는 주체 간의 정보 공유를 통해 공동협력과 공동책임의 원칙을 실현하겠다고도 했다. 지난해 7월 정부는 산업별 위원회를 구성해 산업구조 전환을 전망하고, ‘공정한 노동전환 지원방안’을 논의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2) 산업별 위원회 구성의 기반이 되는 창구는 역시나 ‘경사노위’다. 경사노위는 문재인 정부가 차별화된 사회적 대화를 하겠다며 노사정위를 정비해 새롭게 내놓은 대화기구다. 2018년 11월 출범해 첫 사회적 합의로 탄력 근로제를 확대하는 등 친기업적 입장에서 노동권을 후퇴시키는 결정을 잇달아 합의해 정부와 기업의 정책을 관철하는 창구로 기능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민주노총은 2019년 1월 67차 정기대의원대회에서 경사노위 참여 안건이 부결된 이후 경사노위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한편, 정부가 ‘정의로운 전환’을 두고 ‘공정한 노동전환’이라는 말을 쓴 것도 의미심장한 대목이다. 최근 몇 년간 ‘공정’은 노동자들, 특히 비정규직들의 요구와 권리를 막는 데 효과적으로 쓰였다. 오직 공개채용과 공채, 능력에 따른 차등 분배를 우선시하는 이른바 ‘차별적 공정 담론’은 공공기관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을 갈등 속으로 몰아세웠고, 공공기관 등은 이를 방패 삼아 전환을 손쉽게 포기할 수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에너지 전환 시기 피해가 예상되는 노동자들을 향해 정부는 다시 ‘공정’이란 키워드를 꺼내 들었다. 정부의 공정한 노동전환 방안 중심엔 ‘직무 전환 교육’과 ‘재취업 지원’이 있다. 전환 산업 종사 노동자들과 기후정의 운동에서 요구하는 고용보장 정책 대신 현재의 실업 대책과 다를 바 없는 교육과 일부 지원 정책을 내놓으며 이를 ‘공정’이라 포장하는 것이다.

석탄화력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트라우마는 이 지점에서 되풀이된다. 발전소의 사고가 외주화 때문이라는 결론이 지속적으로 나왔고, 당정이 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화를 약속한 지 3년이 지났지만 이들 중 단 한 명도 정규직으로 전환되지 않았다. 전환 논의는 지지부진하다가, 후퇴하기를 반복했다. 남상무 지부장은 ‘인국공 사태’가 발전소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도 영향을 끼쳤다고 주장했다. 차별적 공정 담론이 퍼지기 전엔 발전소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모두가 공감했다. 김용균의 죽음을 모두가 안타까워하고 슬퍼했기 때문이다. 그 사이 인천국제공항, 서울교통공사, 한국도로공사, 건보공단 등에서 연이어 ‘공정성’ 시비가 붙었고, 이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투쟁을 약화했다. 공정성 논란의 정점에서 ‘인국공 사태’를 남긴 인천국제공항공사에서는 결국 정부와 공사의 의도에 따라 자회사 설립과 경쟁 채용 방안 등이 관철됐다. 이런 소동은 되풀이됐고, 윤석열 정부는 공공기관 구조조정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당장 한국전력을 비롯한 에너지 공기업의 인력 구조조정에 힘이 실리는 상황에서 발전소 하청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은 더욱 요원해지고 있다.

“발전소 정규직 전환 관련 기사가 나오면 엄청 댓글이 달려요. 원청 노조에서 조직적으로 다는 것 아니냐고 의심할 정도죠. 저것들 공부도 안 하고 팽팽 놀다가 삽질하는 건데, 몇 년씩 공부해서 들어온 우리랑 똑같은 대우를 받으려고 발악한다, 비정규직 계약직이 왜 시험도 안 보고 정규직을 요구하냐, 그런 얘기들이에요. 도로공사 파업 때 청와대 앞 집회를 간 적이 있는데 도로공사 원청 노조가 맞불 집회를 열고 있었어요. 여성 노동자들이 자식들 밥 챙기는 걸 내팽개치고 온 것처럼 이야기하고, 집회가 시끄럽네 마네 하면서 비난하는데 아직 그 생각을 하면 무섭고 소름 돋아요. 윤석열 정부도 공정, 정의, 상식을 내세우는데요, 저는 뭐가 공정이고, 뭐가 상식인지 모르겠어요.”

<각주>
(1)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2) <산업구조 변화에 대응한 공정한 노동전환 지원 방안>, 관계부처 합동, 2021.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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