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시간선택제공무원노동조합에 따르면 2014년부터 6,500여 명이 시간선택제 공무원으로 채용됐으나, 열악한 노동조건을 버티지 못하고 절반 가까운 인원이 임용을 포기하거나 퇴사했다. 2021년 기준 시간선택제 채용공무원(국가직과 지방직 포함)의 약 78.4%가 여성임을 고려하면, 정부가 여성의 불안정 일자리에 기여하고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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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전국시간선택제공무원노동조합(시선제 노조)은 16일 오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에 근로시간 선택권을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정성혜 시선제 노조 위원장은 시간선택제 공무원 일자리를 ‘시간강요 악질 일자리’라고 비판하며 “이름과는 달리 시간선택권이 없고 현장에서는 짧게 일한다는 이유로 차별을 받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근무시간에 비례해 인정되는 승진에서 불이익을 겪거나, 계약기간, 보수 등에 있어 정규직 공무원에 비해 불리한 점들이 지적된다.
김진식 시선제노조 부위원장은 “시간선택제 채용공무원에게 근로시간 선택권이 부여될 수 있도록 「공무원법」 또는 「공무원 임용령」 법을 개정해 ‘임용권자와 공무원이 협의하여 근무시간을 정한다’라는 내용을 추가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시간선택제 채용공무원의 노동시간은 2019년 「공무원 임용령」 법개정으로 주당 20시간에서 주당 15시간 이상 35시간 이하의 범위로 바뀌었지만, 시간선택제 공무원들은 자신의 결정대로 노동시간을 선택하지 못하고 있다.
김 부위원장은 기자회견 직전 진행된 ‘시간선택제 채용공무원 근무시간 주권확보 등을 위한 국회토론회’에서 “주 20시간을 일하다 운좋게 결원이 생겨 주 35시간으로 근로 시간을 확대할 수 있었다. 문제는 언제든지 다시 주 20시간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다시 새벽 우유 배달을 하거나 다른 직장을 구해야 하는데, 다른 직장을 구하려고 해도 40대 중반의 나이에, 세 아이의 가장이 또 다른 취업 준비를 하긴 현실적으로 어렵다”라며 “시간선택제 채용 공무원 역시 정규직 공무원인데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 달라”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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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선택제 채용공무원 제도를 정부 인건비 축소에 악용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시선제 노조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해양경찰청 소속 시간선택제 채용공무원 A씨가 주 35시간 근무 중 육아휴직을 쓰자 임용권자가 휴직 전날 주 20시간으로 강제 발령하는 일이 벌어졌다. 육아휴직급여가 삭감되고, 경력산정 기간이 단축되는 노동조건이 악화하는 피해가 발생한 것이다.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사업주는 육아휴직을 이유로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처우를 하여서는 아니되며” 이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되지만 어떤 조치도 이뤄지지 않았다. A씨는 한부모 가정의 세 아이를 키우는 가장이었지만, 이같은 주 20시간 강제 발령으로 임금이 적어졌고, 기초 생활수급자로 전락해 현재까지 어려운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이성철 한국노총 공무원본부 정책실장은 앞선 토론회에서 “민간 노동자의 노동시간 및 노동조건 변경은 당사자의 동의를 전제로 하고 위반 시 근로기준법 제17조 위반으로 형사 처벌을 하고 있으나 공무원 임용 관련 법령은 당사자의 동의나 협의 절차를 규정하는 법령이 없어 현장에선 일방적인 인사발령과 근무시간 지정으로 많은 시간선택제 공무원들이 고통당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정부는 앞서 지난 7월 120대 국정과제를 공개하며 ‘노사 협력을 통한 노동시장 구축’ 과제의 세부 내용으로 근로시간 선택권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는 정부가 취하고 있는 노동시간 유연화 전략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현재 민간전문가들로 구성된 미래노동시장 연구회에서 선택적 근로시간제 정산 기간을 확대하는 방향의 정책 연구를 진행 중인데, 노동계에선 ‘노사 자율적인 선택권 확대’라는 명분을 앞세워 장시간 노동을 조장한다며 우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