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는 9일 오전 전국 16개 지역본부에서 전 조합원을 대상으로 총파업 종료 여부를 두고 찬반 투표를 진행했고, 과반 찬성으로 총파업 종료와 현장복귀의 건이 가결됐다. 전체 조합원 2만6,144명 중 3,575명이 참여한 이번 투표에서 찬성은 2,211표(61.84%), 반대는 1,343표(37.55%), 무표는 21표(0.58%)를 기록했다.
화물연대의 현장 복귀에 대해 공공운수노조는 “일몰 위기에 놓인 안전운임제를 지키기 위한 결단이자 동시에, 제대로 된 안전운임제 지속-확대를 위한 투쟁의 2막에 접어들었음을 의미한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오는 10일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화물안전운임제 사수! 노조파괴 윤석열 정부 규탄! 국민안전 외면 국회 규탄! 공공운수노조 결의대회>를 진행할 것이라 예고했다. 공공-운수-사회서비스 노동자 1천여 명이 결의대회에 참석해 화물연대의 투쟁을 지지하고 엄호할 예정이다.
9일 공공운수노조는 결의대회 개최를 알리며 “윤석열 정부와 여당은 지지율 놀음에 빠져 노조파괴를 지속하고, 이를 위해 국제노동기구(ILO)의 긴급개입과 기존 권고를 무시하는 것은 물론, 공정거래위원회까지 동원한 위헌적 행정 권력을 마치 망나니처럼 휘두르고 있다”라고 정부를 비판했다. 또한 국회를 향해서도 “이성을 잃은 행정부를 견제하고 올바른 입법으로 바로 잡아야 할 국회 역시 ‘일몰 3년 연장’만을 두고 줄다리기를 하면서, 국민의 안전과 화물노동자의 권리 보장 등 안전운임제가 담고 있는 본질을 망각하고 있다”라고 일갈했다.
화물연대는 조합원 투표 전날 발표한 성명에서 “조합원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강경탄압으로 일관하는 정부의 태도변화를 촉구하기 위해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라며 “정부와 여당 역시 당정협의를 통해 발표했던 안전운임 3년 연장 약속을 지키라”라고 밝힌 바 있다.
화물연대의 토로대로 정부는 연일 강경 대응 기조로 맞섰고, 파업을 지지해온 민주당 또한 악화하는 파업 여론 속에서 입장을 급선회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민주당 위원들은 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안전운임제 지속과 경제적 피해 최소화를 위해 정부여당이 제시한 '품목 확대 없는 안전운임제 3년 연장안'을 수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동안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를 요구했던 화물연대는 야당마저 등을 돌리자 더 이상 파업을 지속할 동력이 부족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원희룡 장관은 안전운임제 3년 연장안조차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원 장관은 9일 오전 페이스북을 통해 “화물연대가 주장하는 ‘안전운임제 3년 연장’은 11월 22일 정부·여당이 집단운송거부로 인한 국가적 피해를 막기위해 제안한 적은 있으나, 화물연대가 11월 24일 집단운송거부에 돌입하였기 때문에 그 제안은 무효화된 것”이라고 썼다. 원 장관은 화물연대 파업 기간 ‘안전운임제’를 원점에서부터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
한편, 지난 화물연대 파업에 대해 정부는 ‘법과 원칙’을 강조하며 탄압의 수위를 점점 높여갔다. 윤석열 대통령은 화물연대 파업을 ‘북핵위협’에 비유하며, 지속적으로 현장 복귀를 명령했다. 특히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타협은 없다’면서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내기 바빴다. 화물연대의 파업에 대해 “떼법”을 쓴다거나 “조폭행위”를 하고 있다며 갈등을 키웠다. 직접적인 제재 역시 동원됐다. 정부는 지난 29일 시멘트 분야에 업무개시명령을 내리더니 화물연대 파업 종료 전날인 8일엔 철강, 석유화학 분야에서도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했다.
공공운수노조 등은 노동3권을 보장하는 헌법에 반하는 조치라며 반발했고, ILO에 긴급개입을 요청해 지난 2일 ILO는 한국정부에 ‘긴급개입 개시’ 공문을 발송했다. 이를 두고 정부는 ‘단순한 의견 조회’라며 ILO의 조치에 대해 축소해석했으나, 공공운수노조는 “긴급개입은 오히려 정부가 (ILO) 협약을 이행토록 의무를 부여하기 위한 절차로 사용되고 있다”라고 정부 해석을 비판했다. 공공운수노조는 “ILO는 공문을 통해 화물노동자 파업권 보장의 당위성, 6월 국토부-화물연대본부 간 이뤄진 합의에 대한 이행의 필요성, 결사의 자유를 제한하는 업무개시명령의 부당성 등을 매우 선명하게 명시”하고 있다며 “ILO 협약 비준은 무거운 책임이 뒤따르는 절차임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는 지속적으로 국제노동기준을 무시하며 ILO의 긴급개입을 경시하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