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지난 4일 경총은 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면책에 대하여 80.1%가 반대, 노조법상 사용자 개념 확대에 대하여 67.1%가 반대했다는 등의 내용으로 보도자료를 배포했고, 언론사들은 이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국민 80%가 노조법 2·3조 개정안, 일명 노란봉투법에 반대한다는 기사들을 쏟아냈다. 하지만 설문조사의 설문 항목이 노란봉투법 취지를 왜곡할 뿐 아니라, 노동자 파업에 부정적인 인식을 줄 수 있는 표현들로 구성됐다는 것이 드러나 논란이 됐다.
[출처: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 |
이에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는 14일 오전 서울 마포구 경총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총의 여론 조작 혐의를 규탄하며 경총이 지금이라도 설문 문항을 공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권순택 언론개혁시민연대 활동가는 경총의 여론조작 혐의를 두고 설문조사를 의뢰한 경총과 여론조사를 실시한 여론조사기관, 이를 보도한 언론사 3주체가 “스스로의 신뢰도를 갉아먹는 사건”이었다고 꼬집었다. 권순택 활동가는 “‘낮은 신뢰도’의 경총 설문조사 결과를 그대로 보도한 곳이 30여 곳이나 된다고 하니 씁쓸하지 않을 수 없다”라며 “그를 통해 ‘국민들 다수가 노란봉투법에 반대한다’라는 경총의 목소리가 일방적으로 독자들과 만났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이번 설문조사를 실시한 여론조사기관 '글로벌리서치’는 ‘여론조사기관’이라는 수식을 붙이는 것을 창피하게 생각해야 한다”라며 “아무리 발주처가 원한다고 하더라도 본인들이 여론조사기관이라고 한다면 최소한의 선은 지켰어야 한다. 공개할 수 없는 수준의 설문지를 가지고 여론조사를 실시했다는 것은 스스로 여론조사기관임을 포기했다고 밖에 볼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이날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는 경총과 고용노동부에 노조법 2·3조 개정 관련한 여론조사를 공동으로 진행할 것을 제안하며 “설문 문항 설계와 조사기관 선정, 결과 공표 등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을 공동으로 논의하고 투명하게 공개하자”라고 밝혔다.
김미숙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 공동대표는 “질문 자체가 노란봉투법의 내용을 심각하게 왜곡했다”라며 노란봉투법 취지를 다시 한번 설명했다. 김 공동대표는 “우리가 만들려고 하는 노란봉투법 내용은 폭력과 파괴에도 책임을 면하도록 하자는 것이 아니다”라며 “폭력과 파괴가 없는 파업을 불법이라고 함부로 규정해 손해배상을 할 수 있게 한 지금의 조항을 바꾸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조법 2·3조 개정을 촉구하며 단식 중인 윤장혁 금속노조 위원장은 “노조법 2·3조를 개정하지 않으면 노동자들은 이 한국사회에서 살아갈 수 없는 상황이다. 택배 노동자들의 투쟁이, 얼마 전 화물 노동자들의 투쟁이 이를 보여줬다. 단체행동권을 손해배상 폭탄으로 억제하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라며 “대한민국 국회는 지금 당장 노조법 2·3조를 개정해서 헌법 정신에 맞게 노동3권을 온전하게 구현해야 한다”라고 노조법 2·3조를 국회에 촉구했다.
한편, 손배가압류 소송 당사자 등 노조법 피해 당사자들은 노조법 개정을 요구하며 지난달 30일부터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금속노조 윤장혁 위원장을 비롯해 금속노조 거통고조산하청지회의 유최안, 강인석 부지회장, 이김춘택 사무장, 서비스연맹 택배노조 CJ대한통운본부 유성욱 본부장, 민주노총 박희은 부위원장 6명이 단식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