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안전 역행하는 윤석열 정부 규탄한다!”
“국민 안전 외면하는 국회를 규탄한다!”
“더 크고 더 넓게 안전운임제 지켜내자!”
“국민 안전 외면하는 국민의힘 규탄한다!”
“안전운임 전면 확대 민주당이 책임져라!”
▲ 12월 10일 오후, 서울 산업은행 앞 집회를 마치고 민주당 당사를 향해 행진하고 있는 집회 참가자들 [출처: 연정 작가] |
12월 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산업은행 앞 집회('화물안전운임제 사수! 노조파괴 윤석열 정부 규탄! 국민안전 외면 국회 규탄!'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결의대회)를 마친 참가자들이 인근에 있는 국민의힘·더불어민주당 중앙 당사에 항의 집회를 하기 위해 구호를 외치며 행진한다. 첫 번째 도착한 곳은 민주당으로, 이미 많은 경찰이 당사 앞을 막고 있다.
“6월에 8일 동안 힘찬 파업 투쟁을 전개하면서 정부와 국토부가 약속한 게 있었습니다. 민주당이 그 당사자가 아니기에 자기 책임이 없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민주당은 안전운임제 일몰 폐기와 품목의 전폭적인 확대에 대해 화물 노동자들에게 분명히 이야기했습니다. ‘자기들이 책임질 수 있는 일들을 하겠다’고 6월 파업 이후에 분명히 이야기했습니다. 그런데 2차 파업 기간인 16일 동안 민주당은 사실상 실종 상태였습니다. 마지막에 당 대표가 이 문제를 정치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며 이야기한 게 ‘3년 연장안’이었습니다. 화물 노동자들은 분노합니다. 윤석열 정부가 온갖 권력기관을 동원해 화물 노동자들을 때려잡으려 할 때 우리의 방패막이가 되지 않으려 했다는 거 이미 예상했지만, 그때의 분노를 화물 노동자들은 분명히 갖고 있습니다. 70%의 여론이 안전운임제의 전면적인 확대와 지속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민주당은 그 책임을 다해야 합니다.”
민주당은 2년 전부터 자신들이 여러 차례 발의해온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와 품목 확대에 관한 법률(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에 대해 논의조차 진행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현 정부가 ‘처음에 할 생각이 있었지만, 파업에 들어갔으니 원점 재검토하겠다’고 한 3년 연장안을 12월 9일 국토위에서 통과시켰다. 이조차도 여당과 합의하지 못하여 이후 법제사법위원회 통과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국민의힘은 이를 두고 ‘민주당이 민주노총의 하수인 역할을 하는 입법쇼’라고 했다. 컨테이너와 시멘트 2개 품목 시행과 3년 일몰제라는 한계가 있는 지금의 안전운임제는 2018년 문재인 정부 당시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을 통해 만들어진 것이다. 당시, 정부는 "화물차 안전운임제 도입으로 안전운행이 담보된다면 그 혜택은 운전자뿐 아니라 가족과 온 국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라며 안전운임제 도입의 긍정적인 취지를 설명한 바 있다. (2018. 5. 3. 국토교통부 보도자료) 하지만, 정작 그 좋은 안전운임제를 확대할 시점이 오고 화물 노동자들이 이를 위한 적극적인 실천에 나서자 민주당은 ‘셀프 실종’을 선택한다.
“화물 노동자 생존권 민주당이 책임져라!”
“안전운임제 전면 확대 민주당이 책임져라!”
민주당사 앞 집회가 이어지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손등에 차가운 무언가 스치고 지나갔다. 아침부터 날씨가 흐리더니 우박이나 진눈깨비가 오는가 했는데, 누군가 소리친다.
“민주당에서 비비탄을 쏘고 있습니다!!”
▲ 12월 1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민주당 중앙당사 앞에서 민주당 규탄 집회가 진행되고 있다. [출처: 연정 작가] |
우리한테는 가만있어도 카메라를 들이대더니
바닥 곳곳에 하얀색 구슬이 떨어져 있다. 경찰이 상주하고 채증하고 있는 집회 장소에 비비탄이 발사된 것이다. 눈에 맞으면 실명 등 큰 상해를 입을 수 있는 상황이다. 집회 주최 측은 경찰 측에 민주당사 건물에서 비비탄을 발사한 사건을 즉시 확인해서 알려줄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경찰들은 멀뚱멀뚱 민주당사 쪽을 쳐다만 볼 뿐 현행범 체포를 위해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건물 안에 들어가서 확인조차 하지 않는다. 경찰의 카메라는 여전히 집회 참가자들을 향하고 있다. 잠시 뒤, 다시 몇 차례 비비탄이 날아왔다. 경찰이 인지한 상황임에도 대범하게 비비탄을 계속 쏘았고, 비비탄에 머리와 손등 등을 맞은 집회 참가자가 다수 발생했다. 경찰은 그제야 채증 카메라 방향을 비비탄이 날아온 곳으로 바꾼다. 1차 확인 결과, 민주당사 옆 건물에서 쏘았다고 한다. 집회 참가자들이 현장에서 수거한 비비탄만 두 주먹에 달한다. 주말이라 해당 건물 출입자가 많지 않아 확인이 어렵지 않을 것임에도, 집회 참가자들은 눈앞에 있는 현행범이 검거되는 것을 확인하지 못하고, 국민의힘 당사로 발길을 돌려야 했다.
▲ 12월 10일 오후, 민주당사 앞에서 공공운수노조에 수거된 비비탄의 절반. 나머지 절반은 경찰에게 전달되었다. [출처: 공공운수노조] |
“아파트도 아니고 사무실·상가 건물이잖아요. 주거용 공간은 아니니까 아이들 장난은 아닌 거예요. 노동조합이나 민주노총에 대한 혐오감을 가진 사람들이 고의로 한 거겠죠. 위험한 거고 큰 상처를 입을 수도 있는데, 경찰은 다 보고서도 적극적으로 대처도 안 하고 멀뚱멀뚱 서 있기만 해요. 우리한테는 가만있어도 카메라를 들이대면서 강 건너 불구경하듯이 있더라고요.”
이날 집회에 참석했다가 민주당사 앞에서 비비탄 발사 상해를 당할 뻔했던 허지희 씨(세종호텔 해고노동자, 민주노총 세종호텔지부 사무국장)는 경찰의 무성의한 대응이 몹시 화가 난다고 했다. 화물연대 조합원이 운행 중인 비조합원 화물차량에 쏜 쇠구슬에는 즉시 CCTV를 조회하고 노조 사무실을 수색하며 발 빠르게 대응하던 경찰의 태도가 달라도 너무 달랐기 때문이다. 이날 범인은 참가자가 밀집한 집회대오 정중앙을 겨냥해 비비탄을 발사해 집회에 혼란을 야기했다. 집회 참가자들에게 상해를 입히려는 의도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치밀하게 모의하고 연습한 결과일 것이다. 또한, 범인은 이날 집회 일정을 사전에 알고 있을 만한 위치에 있는 이로, 경찰이 있는 공간에 수차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볼 때 경찰을 두려워하지 않을만한 위치에 있는 것으로도 추정할 수 있다. (며칠 뒤, 공공운수노조에 진행 상황을 확인했으나, 경찰로부터 진행된 수사 내용을 공유받은 게 없다고 했다. 공공운수노조는 노동조합 법률원을 통해 공식 대응할 예정이다.)
▲ 국민의힘 당사를 향해 행진하고 있는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공공운수노조 소속) 조합원들 [출처: 연정 작가] |
자기 책임은 방기하고 화물 노동자 탄압에만 몰두
다시 행진해 도착한 국민의힘 당사 앞은 민주당과는 비교가 안 될 수준의 경찰병력과 차벽이 기다리고 있었다. 국민의힘 당사 앞을 막는 것으로도 불안했는지 국회 쪽 대로와 이어진 길을 경찰과 차벽으로 완전히 차단해 두 방향이 사전 봉쇄됐다. 국민의힘 당사 맞은편에 있는 빌딩으로 인해 실질적으로 집회 참가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통행로는 한 방향뿐이다. ‘석열산성’을 여기에서 본다.
▲ 12월 10일, 공공운수노조 항의 집회에 대비하여 국민의힘 중당 당사 앞에 설치한 차량과 그물막 [출처: 연정 작가] |
▲ 12월 10일, 공공운수노조 항의 집회에 대비하여 국민의힘 당사 앞에 경찰이 방어막을 설치하여 국회 쪽 진입로를 막고 있는 모습 [출처: 연정 작가] |
“6월에 있던 안전운임제의 전면적인 확대, 일몰제 폐기에 대한 약속은 국토부가 실제로 한 것과 다름없습니다. 그런데 화물 노동자들이 그 약속 이행을 하라고 두 번째 파업에 돌입하니까 대화에 나서야 할 국토부 장관은 유튜브에 나서고 컨테이너 기지를 찾아다니며 쇼를 하면서 헌법에도 위배되는 업무개시 명령으로 화물 노동자들을 겁박했습니다. 화물 노동자들의 파업은 ‘파업이 아니라 업무 거부’라고 이야기해 놓고, 강제적인 업무개시명령을 했습니다. 그리고 공정거래위라는 권력기관을 동원해 우리 노조와 화물연대본부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강제 조사를 하겠다는 둥 국민의 안전 요구를 담아내야 할 자기 책임은 방기하고 화물 노동자들의 탄압에만 몰두했습니다.”
국민의힘 당사 간판 앞에는 그물망이 설치돼 있다. 최소한 계란 세례는 예상한 것 같다. 파업에 복귀한 화물 노동자들에게 보낼 청구서를 운운했던 이들이, 실은 당명을 감출 만큼 노동자들이 들고 올 청구서를 두려워하고 있었던 것일까.
“계란이 아니라 당장 이 문짝을 뜯고 들어가 화물연대 파업을 매도한 김정재 성일종 주호영에게 책임이라도 묻고 싶지만, 우리의 분노는 그렇게 담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저들이 저렇게 방어에 나섰지만, 오늘 집회는 힘찬 결의의 마음을 모으는 것만으로 종료하려고 합니다.”
국민의힘 성일종 정책위 의장(서산 태안 국회의원)은 화물연대 총파업에 대해 "섬뜩한 국가파괴 선동" “민주노총의 약자에 대한 갑질 행위”,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대구 수성구갑 국회의원)는 "불법파업 정치파업" "노조가 죽어야 청년이 산다", 국민의힘 국토위 김정재 간사(포항 북구 국회의원)는 "화물연대 파업은 민주노총이 조직을 확대하려는 행위" 등 서로 경쟁적으로 화물연대본부 총파업을 매도·비하하는 발언을 해왔다. 국민의힘 중앙당의 기대와는 달리, 집회 주최 측에서는 어쩐 일인지 계란을 준비하지 않았다.
집회가 끝난 직후에도 경찰은 국회 앞 전철역에 가려는 집회 참가자들의 이동을 막았다. 집회 참가자들이 모두 돌아가고 나서야 차벽을 해체하고 철수를 진행한다. 그물망도 국민의힘 당직자의 지시를 받으며 경찰이 철거한다. 마지막에 국민의힘 당사 앞에 남은 경찰 인원은 6명이다.
화물연대 조합원들에게 고생했다고 박수라도 쳐주고 싶어 참석했다는 허지희 씨는 민주당과 국민의힘에 좀 더 기세 있게 분노를 표현하지 못한 게 많이 아쉽다고 했다.
▲ 12월 10일 오후,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항의 집회를 하고 있는 모습. [출처: 연정 작가] |
“파업을 한 화물연대의 의견도 듣지 않고 일방적으로 파업을 정리하려 한 민주당이나 노동조합을 밟고 지지율을 올려 보겠다고 하는 국민의힘이나 정말 화가 나요. 화물연대 파업할 때, 의왕시 파업 현장에도 갔었어요. 화물차들이 도로 양쪽에 서 있는데, 한 차 당 불법 주정차 스티커가 몇 개씩 붙어있더라고요. 우리가 회사에서 파업하는 거하고는 느낌이 달랐습니다. 이 모든 걸 조합원 개인들이 다 감당해야 할 수도 있는 거잖아요. 저는 전체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응원하는 큰 투쟁을 만드신 것만 해도 존경합니다. 힘이 있는 노동조합이니까 이번에 성과가 미약했더라도 기회는 또 올 거라고 믿어요. 응원합니다.” (허지희, 세종호텔 해고노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