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대회 열려…안전하고 평등한 일터 요구

“최저임금 30% 인상, 저임금 여성노동자 생존권 쟁취”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이 최저임금 30% 인상을 요구하며 생존권 투쟁을 선포했다. 3.8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모인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은 저임금에 묶인 현실뿐 아니라 현장에서 겪는 성폭력과 비정규직 차별을 비판하며 안전하고 평등한 일터를 위해 싸워나가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3.8 여성파업을 여는 준비위원회(이하 준비위)는 8일 오후 덕성여대 종로캠퍼스 앞에서 ‘3.8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대회’를 개최했다. 비정규직 여성노동자와 연대자를 포함 500여 명이 참가했다. 이날 대회 장소는 덕성여대 청소노동자들의 투쟁이 장기화함에 따라 이들의 투쟁을 지지하는 차원에서 정해졌다.

덕성여대 청소노동자 한원순 씨는 “온갖 차별과 멸시 속에 싸움으로 지쳐가는 서로를 격려하며 2022년 400원 합의, 2023년 조정안 합의를 끌어내고자 부단한 노력을 하고 있다”라며 “이 사회가 공정과 정의가 바로 서지 못하고 성차별과 직종차별 학력차별 등으로 난도질당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 씨는 “3.8 여성의 날을 맞이해 다시 한번 결의하자”라며 “아픈 상처를 끌어안고 투쟁으로 우리의 생존권을 지켜내며 온갖 차별과 불평등에 맞서 싸우자”라고 외쳤다.

덕성여대 청소노동자들은 지난해부터 시급 400원 인상을 요구하며 기나긴 교섭과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시급 400원 인상요구에 대해 학교 측은 노동시간을 단축하고 퇴직자 TO를 충원하지 않겠다는 조건을 내걸고 있다. 이에 노동조합과 시민사회에선 “너무도 소박하고 당연한 요구가 수용되지 않아 1년째 고령의 청소노동자들이 싸우고 있다”라며 “시급 400원을 인상해도 여전히 생활임금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라고 덕성여대 총장과 재단을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날 516명의 개인과 45개 단체는 덕성여대 청소노동자 싸움을 지지한다는 연서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덕성여대 졸업생 윤정아 씨는 “덕성여대 졸업생으로서 저의 꿈은 청소노동자”라며 “덕성여대 청소노동자들의 노동환경이 제 미래의 노동환경이고, 그러니 그들의 인생이 곧 제 미래”라고 말했다. 윤 씨는 김건희 총장에게 “청소노동자가 꿈인 졸업생이자 후배가 묻는다. 청소노동자로서 저는 이 사회에서 어떤 노동자로 살아갈 수 있나. 청소노동자들의 투쟁을 보며 어떤 깨달음을 얻었나” 물으며 “독립운동가가 설립한 자랑스러운 덕성여대가, 사회의 불평등한 노동환경을 고스란히 되풀이하며 사회의 차별적인 구조를 강화하는 곳이 아니기를 간절히 바란다”라고 밝혔다.

  발언 중인 허지희 세종호텔지부 사무장

이날 다양한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은 공통으로 일터의 성폭력 문제를 지적했다. 요양보호사 김춘심 씨는 센터에서도 고객 유치를 위해 성폭력 문제를 쉬쉬한다고 비판했다. 김 씨는 “소름끼치지만 강하고 단호하게 대처하기 어렵다. 손을 뿌리치다 혹여 대상자가 낙상당하는 사고가 발생하면 요양보호사에겐 치명타다”라며 “고용주인 센터에선 요양보호사의 성희롱 피해보다는 대상자의 낙상이 중요하다. 대상자가 빠져나가면 수익이 줄고, 요양보호사까지 일자리를 잃을 수 있어 대처하기 매우 어렵다”라고 토로했다.

김윤석 서울도시가스점검분회 분회장은 가스점검노동자에 대해 “고객의 감정상태에 따라 폭언과 욕설을 듣고, 민원의 최일선에 있으며, 성희롱과 갑질로 감정을 다치는 감정노동자”라고 밝히며, “나체 상태의 고객, 음란물을 크게 틀어놓고 보는 고객, 몸을 만지는 고객들 때문에 치욕과 모멸감을 느끼고 있다”라고 말했다. 김 분회장은 “업무할 때 위험요소를 줄이고, 노동력을 팔 때 인격까지 팔라고 강요하지 말고, 성범죄자 정보를 알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 가스점검노동자들의 요구”라며 “노동의 가치가 존중되는 일터를 만들고 사회 풍조가 변하도록 노력하고 싸울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하대 페미니즘 동아리 여집합에서 활동하는 대학생 A씨도 연대 발언에 나섰다. A씨는 지난해 동급생에 의해 살해당한 여성 학우의 일에 대해 “학생들이 보지 못했던 곳에서 축적됐던 노동착취와 차별대우의 시간이 학생들, 특히 여성 학생에게 끔찍한 오늘이 되어 나타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여집합은 지난해 살해 사건 이후 기사를 찾아보고 비정규직 노동자와 인터뷰하며 그 과정에서 인하대 당국이 이윤을 위해 경비노동자를 비롯한 학내 비정규직 노동자 인력을 감축하고 처우를 열악하게 방치한 것을 알게 됐다”라며 “이는 경비인력 공백, 시설 노후화, 안전관리 미비로 이어졌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학교가 여성노동자에게 위험하고 불평등한 일터가 되면 여성 학생에게도 위험하고 불평등한 배움터일 수밖에 없다”라고 강조했다.


이날 대회 참가자들은 선언문 낭독을 끝으로 보신각으로 이동, 민주노총 3.8 세계 여성의 날 전국노동자대회 행진을 함께했다. 준비위는 “우리는 더 이상 쥐어 짜일 수 없다. 이에 우리는 여성노동자에 대한 체계적인 억압과 차별에 맞서 투쟁을 조직하고 여성파업의 포문을 열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라며 “세계 여성노동자들의 역사적인 투쟁에 어깨를 걸고 여성해방의 사회를 위해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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