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인 6월 29일 오전, 공공운수노조 서울시사회서비스원지부는 빗속에서 서울시청 앞에 섰다. 오세훈 시정 1주년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기 위해서였다. 이 자리엔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했다.
서울시청 앞에 서면 보이는 것들
서울시청에서 기자회견을 하면 보이는 것들이 있다. 넓은 서울광장, 시청역 5번 출구 인근에 있는 10.29 이태원 참사 분향소 등이 바로 그렇다.
노조에서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의 문제에 대해 대응하는 것이 주된 활동이지만 서울시와 관계된 다양한 사안들을 언론이나 직접 눈으로 접하게 된다. 이태원 참사 분향소, 건설노조 투쟁 등에 떨어진 변상금 폭탄, 서울퀴어문화축제의 서울광장 사용불허 등이 대표적이다. 넓은 서울광장, 분향소를 보면 이러한 것들이 생각난다.
서울시청에 분향소가 있을 수 있다. 올해 서울광장에서 퀴어문화축제가 열릴 수 있었다. 하지만 누군가는 변상금을 내야하고, 누군가는 행정적 결정으로 서울시청 앞에서 축제를 하지 못한다. 이들이 모두 본질적으로 약자였기 때문이다.
동성애 반대한다고 당당히 말하는 오세훈 시장, 그에게 과연 약자는 있는가
본질적으로 시민은 다양한 사람들이 구성되는 단위다.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서 모든 권리와 의무를 가지는 사람이다. 시민으로서의 권리는 성적지향, 종교, 인종 등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그런 측면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시민들의 권리를 위해 애써야하는 자리다.
서울시의회를 모니터링하며 아주 황당한 장면을 봤다. 시정 질의에 답하면서 오세훈 서울시장은 아주 공공연한 장소에서, 공개적으로 동성애에 대한 반대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너무 선명해서 ‘아, 오세훈은 성소수자에 대해 저렇게 생각하는구나’ 와 닿을 정도였다. 서울시의회라는 곳, 여러 시민들을 대변하는 민주주의의 상징인 의회 안에서 성소수자라는 사회적 약자에 대해 반대입장을 밝힌 것은 서울시장으로서 아주 부적절한 처사였고 오세훈 서울시의 약자와의 동행은 ‘위선’이었다는 것들 다시금 확인되었다. 오세훈과 서울시의 ‘약자’의 범위에 들어갈 수 있는 약자는 얼마나 될까.
약자들이 모여 오세훈 시정을 규탄해보면 어떨까?…동국대 학생들이 준 가르침
지난 5월 오세훈이 동국대에 온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와 함께 동국대학교 학생단체 몇몇이 오세훈 시정에 대해 “동행특별시 서울”이 허상이라고 규정하고 오세훈 시장이 이태원 참사 피해자, 성소수자, 취약계층과 동행하고 있냐는 질문을 던졌다.
▲ 동국대에 붙은 대자보와 노조의 감사인사 |
노조는 바로 동국대에 방문해서 학생들의 대자보 옆에 감사인사를 붙였다. 문득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 서울퀴어문화축제 관계자,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의 돌봄노동자들이 함께 오세훈 시정을 규탄하면 어떨까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오세훈 시정 1주년 규탄 기자회견이 진행되었다.
오세훈 시정 규탄을 위해 모인 ‘오세훈이 외면한 약자들’…“약자는 여기에 있다”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와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와 함께 소통을 했다. 흔쾌히 노조의 제안에 응해주셨다. 약자의 문제는 기본적으로 계급의 문제다. 무산계급, 피지배계급 등 우리 사회에서 약자라 부를 수 있는 계급과 단위는 참 다양하다. 참사로 가족을 잃고 정부를 상대로 투쟁하는 유가족, 광장에서 밀려난 성소수자, 예산삭감이란 행정‧정치로 인해 벼랑 끝에 몰린 공공돌봄의 노동자들과 이용자들. 이들 모두가 계급적 연대를 가지고 위선적인 서울시의 “약자와의 동행”을 규탄할 수 있었다.
우리가 부정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이태원 참사로 가족을 잃은 여러 유가족들의 슬픔, 우리 사회를 함께 살아가고 있는 차별과 혐오에 노출된 성소수자들, 공공돌봄에 대한 예산삭감으로 위기에 빠졌지만 돌봄을 중단할 수 없는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의 돌봄노동자들과 그들의 돌봄에 일상을 유지하는 시민들.
▲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 양선우 조직위원장에게 우산을 씌워주는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의 돌봄노동자 |
이들은 부정할 수 없는 존재들이지만 오세훈 서울시의 동행에 포함되지 못한 약자들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지난 1년 오세훈 서울시의 약자와의 동행을 위선으로 평가했고 그날 외친 구호도 “위선적인 약자동행 약자들은 분노한다”였다.
위선적인 오세훈 서울시의 약자와의 동행…계급적 연대로 약자의 권리를 찾자
약자와 동행한다는 말은 함부로 쓸 수 있는 말이 아니다. 약자와 동행한다는 것은 다양한 계급들의 이해를 품고 포용할 수 있어야만 쓸 수 있는 말이다. 하지만 다양한 계급들을 품지 않은 오세훈 시정의 지난 1년 “약자와의 동행”은 그저 말 뿐인 위선이었다.
어제 빗속의 기자회견은 기자들의 관심이 많은 기자회견은 아니었다. 하지만 참가자들 모두 서로의 사안을 가지고 구호를 외쳐보며 우리 사회의 약자들이 연대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온전히 추모할 권리, 2024년 서울퀴어문화축제의 서울광장 개최, 지속되어야하는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의 공공돌봄 등 서울시의 약자들이 찾아야할 권리다.
권리를 찾기 위한 싸움은 이제 다시 시작이다. 앞으로 여러 약자들이 서울시를 상대로 권리를 찾기 위해 목소리 낼 때 빗속에서 함께 한 그날의 기억을 바탕으로 서로 응원하고 연대하며 서로를 지켜줬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