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 노동자-이용자가 희생되는 ‘공멸’이 가시화하고 있다

[이슈]서울시사회서비스원의 후퇴로 본 사회서비스 민영화

① 들어가며
②“공적 체계 안에서 요양보호사 보호하고 역량 강화해야”
③ 돌봄 노동자, 이용자가 희생되는 ‘공멸’이 가시화하고 있다
④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그렇다면, 우리 모두의 미래도 장담할 수 없다

[출처: 공공운수노조]

“이용자 만족도가 기관을 평가하는 기준이 될 순 없는 걸까요? 돌봄 서비스 질 향상을 목표로 한다면서 돌봄 노동자들을 도덕적 해이에 빠진 월급 도둑으로 만들고 있어요. 인건비 아껴서 비용을 절감하라는데 민간 과당 경쟁으로 생긴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거기 뛰어들라는 거죠. 민간과 경쟁해서 생존할 구조를 만들라고 하는 것도 돌봄의 질은 전혀 고려하지 않아서 할 수 있는 말이죠. 저는 서사원 말살 시도라고 보고 있습니다. 돌봄을 다시 민간이 주도하는 시장으로 되돌리려는 거죠.”

공공운수노조 서울시사회서비스원지부 오대희 지부장은 상기된 목소리로 현재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이하 서사원)에서 추진하려는 역할 축소 및 민간 이전 정책을 비판했다. 오 지부장이 이야기한 말살 시도는 서사원을 대상으로 한 표적감사, 서울시의회에서 지속해 나온 인건비 시비, 142억 원에 달하는 예산 삭감, 돌봄 노동자 구조조정이 포함된 서사원의 자구책 마련 등이다.

서울시는 2019년 사회서비스원 시범 사업에 나선 4개 지자체 중 하나로, 시범사업을 시작한 네 지역 가운데 가장 먼저 사회서비스원 종합재가센터를 출범시켰고, 이후에도 사업을 가장 빠르게 확대한 지역이었다. 권역별로 총 12개소의 종합재가센터를 설치·운영했으며 종합재가센터에서는 지역 내 돌봄 서비스의 공공성 강화와 지역사회 돌봄 체계 구축을 시도하고, 재가 장기요양 서비스(방문요양, 방문목욕, 방문간호), 긴급돌봄 서비스, 장애인활동지원 서비스, 발달장애 청소년 방과 후 활동서비스를 제공했다. 특히 코로나19가 한창이었던 2021년과 2022년은 237명에게 긴급돌봄서비스를 제공하며 서울시의 돌봄 공백을 메워왔다.

더불어 서사원은 종사자 모두를 월급제로 직접 고용해 돌봄 노동자의 처우 상승을 견인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받아왔다. 하지만 설립 4년째인 올해, 서울시 사회서비스원은 그 목표와 기능을 다시 설정하고 있다. 지난 4월, 예산 삭감에 따른 자체혁신 방안이 발표됐다. 돌봄 노동자의 처우를 개선하고, 서비스의 질을 높여 민간을 견인할 역할을 요구받았지만, 민간기관을 지원하는 쪽으로 큰 방향을 재설정하겠다는 것이다.

□ 서울시사회서비스원 자체 혁신계획안 주요 내용
ㅇ (추진방향) 민간에서 제공 가능한 부분은 민간 이전하고, 민간 곤란 영역(긴급·틈새 등) 및 민간 지원을 확대하여 공적 돌봄기관으로서 공공성 강화

ㅇ (내용) 직접서비스 제공 중단, 민간지원 집중을 중심으로 4대 혁신과제 설정, 9대 실행과제 제시
① 민간에서 기피하는 긴급·틈새돌봄(최중증, 치매 등) 중심으로 운영 전환
② 위탁사업 민간 이전(국공립어린이집 7개소, 데이케어센터 2개소 위탁 종료)
③ 민간 지원사업 확대(민간기관 지원 시범사업 참여, 요양보호사 보수교육 의무화)
④ 시설 통합 및 이전(종합재가센터 통폐합(12 → 4개소), 본부 이전 통한 비용절감)

서사원은 송파어린이집을 시작으로 서사원이 위탁 운영하던 모든 어린이집과 데이케어 센터의 운영 중단 계획을 밝힌 상황이다. 자체 혁신계획안엔 오는 6월 임차가 만료되는 성동종합재가센터를 시작으로 12개 센터를 4개 센터로 축소 통폐합하겠다는 내용도 담겨있다.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영세한 민간기관의 난립으로 인한 과당 경쟁, 이로 인한 서비스 질 하락, 현장 돌봄 노동자들의 저임금과 불안정한 고용 구조는 사회서비스의 공공성 확보 필요성을 확인했다. 하지만 정권이 바뀌고 사회서비스 공급에 대한 정책 방향을 민간시장으로 돌리려 하고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회서비스에 대한 제공을 다시 민간시장에만 맡기려는 이들은 부당행위와 편법이 횡행하는 민간기관의 문제는 덮어둔 듯하다. 민간의 영세업체들이 제공하는 사회서비스의 질 문제는 객관화한 수치로도 나타난다. 정기적인 기관평가가 이뤄지는 장기요양기관을 살펴보면 국공립시설과 개인시설 간의 뚜렷한 서비스 질의 격차가 나타난다. 장기요양입소시설 중 노인요양시설의 경우 국공립시설의 A등급 비중은 46.5%인데 비해 개인시설은 9.2%에 불과하다. 장기요양 재가기관의 경우에도 국공립시설은 58.7%가 A등급을 받았지만, 개인시설은 23.4%만 A등급을 받았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올해 4월 “노인 돌봄서비스의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하여 전체 장기요양기관 중 국·공립 장기요양기관이 차지하여야 하는 목표 비율을 설정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이행계획을 수립할 것”을 보건복지부에 권고하기도 했다.

한편, 서사원의 자구책에 대해 서울시는 더욱 강도 높은 구조조정 조치를 주문하고 나섰다. 지난 6월 13일, 서울시는 ‘서울시사회서비스원 혁신계획안 검토의견’을 서사원 측에 전달했다. 서울시는 “혁신 요구의 근본 원인인 전문서비스직 임금체계 개선, 도덕적 해이 방지에 대한 개선방안 없이, 서울시 출연금에 의존한 경영방식 유지를 전제로 하고 있다”라고 밝히며, 서사원이 지적받은 핵심 사항에 대해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로 접근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두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①근로 동기부여 및 종사자 도덕적 해이 방지를 위한 임금체계 개선방안 제시 필요 ②민간과 동일한 여건 하에서 경쟁을 통해 생존할 수 있는 구조 마련이다. 서울시의 이러한 의견은 서사원 노동자들의 도덕적 해이와 임금체계 문제가 존재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지난해 6월부터 7월에 이르기까지 20일에 걸친 서사원에 대한 감사 결과가 근거가 됐다.

[출처: 공공운수노조]

사회서비스 시장화 정책 위에서 먼저 희생되는 돌봄 노동자들

지난 3월 발표된 서울시 감사 결과에서 감사위원회는 서사원 돌봄 노동자들의 매칭률이 일평균 서비스제공시간에 비해 현저히 적고, 이를 보수액으로 환산하면 민간기관 요양보호사의 경우 시간당 평균 급여가 3배 이상 높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평균 서비스제공시간은 전일제 요양보호사의 경우 6시간 이상, 전일제 활동지원사는 7시간 이상이다. 오대희 지부장은 “출근 후 가정으로 이동하는 시간, 교육 시간, 상담 시간, 행정적 필요를 위해 써야 하는 시간 등이 고려되지 않았다”라며 “서사원의 운영 책임을 가장 약한 돌봄 노동자들에게 전가하면서 돌봄 노동자들을 무능하고 무책임한 사람들로 프레임화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돌봄 노동자를 비용 문제로만 보는 관점은 서사원 내부에도 존재한다. 2021년 11월 서사원 대표로 부임한 황정일 대표는 취임 직후 돌봄 노동자들의 월급제와 병가제도를 비판해 물의를 빚기 시작했다. 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시작된 돌봄 노동자들의 ‘월급제’ 지적은 돌봄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는 그동안의 사회적 합의와는 동떨어진 것이었으나, 황 대표는 직원들을 보호하기는커녕 “서울시 의원들의 지적은 일견 타당하다”라고 말했다. 이후 사회서비스원은 본격적으로 노동자들이 일은 적게 하고, 돈은 많이 받고 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내기 시작했다. “동일 시간 노동에 민간은 92만 원,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은 223만 원 받았다”라는 자극적인 제목의 보도자료에선 서사원 종사자의 처우를 ‘삼성그룹’ 노동자에 비유하며 이들의 임금이 부당하게 높다는 식으로 주장했다.

서사원은 민간기관 요양보호사의 노동시간과 임금을 조사한 자료를 이용하면서 “(서울시 사회서비스의 요양보호사, 장애인활동지원사들이) 64만 원어치의 노동을 하고 223만 원의 임금을 받아 간 셈”이라고 주장했다. 서사원은 “서사원은 정규직 · 월급제로 고용되어, 계약직 · 시급제인 민간기관 종사자가 겪는 고용불안과 생계불안에 시달릴 필요가 없다. 99.7%의 민간 종사자가 저임금과 고용불안을 겪고 있을 때 0.3%의 서사원 종사자는 높은 임금과 안정적인 고용조건에 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라며 “‘돌봄업계의 삼성’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라고 밝혔다.

이에 서사원은 인력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지난 4월, 서사원이 제공했던 직접 서비스를 종료하겠다고 밝히며, “돌봄근로자(요양보호사, 장애인활동지원사) 정규직의 신규 채용은 더 이상 없다는 의미”라고 못 박았다. 서사원은 민간기관이 기피하는 중증치매, 와상, 정신질환 등의 영역에 남아있는 직원들을 재배치하고, 민간기관에 대한 지원을 집중하는 것이 ‘공공돌봄의 기능’이라고 주장했다. “일부의 돌봄 근로자를 직접 고용 운영하는 것으로, 전체 근로자의 처우개선과 서비스 질 향상이라는 성과를 거두기는 불가능”하고, “그렇다고 그들 전체를 공공기관이 세금으로 직접 고용, 운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도 가능하지도 않다는 것”이 서사원 측의 입장이다.

정년을 맞은 노동자들과, 계약종료를 앞둔 촉탁직 노동자들도 계약 연장 없이 ‘해고’를 마주하고 있다. 요양보호사, 장애인활동지원사 등 모두 26명이다. 현재 서사원과 교섭 중인 서울시사회서비스원지부에 따르면 6월 30일을 목전에 두고도 서사원은 예산이 확보되면 촉탁직을 언제든 고용할 것이라며, 정년에 그만두라는 건 부당하다, 재고용이 안 된다면 본인(대표)이 먼저 물러나겠다는 뜻을 전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러한 예산 확보는 7월로 이야기했는데, 노동자에겐 중요한 문제일 수밖에 없는 고용 보장이 이런 식으로 구두로밖에 약속되지 않아 촉탁직 노동자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서울시사회서비스원지부 등은 7월 초 노동부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진정하기로 했다. 정년이 도래한 돌봄 노동자들을 3년 동안 촉탁직으로 채용한다는 단체협약 등이 근거가 될 예정이다.

보건복지부 실태조사에 따르면 요양보호사가 대다수를 차지하는(91.0%) 장기요양요원은 60대가 전체의 40.4%로 가장 많다. 70대 이상도 8.4%나 차지하고 있다. 50대는 39.4%, 40대는 8.6%를 차지했고, 30대와 20대는 각각 2.1%, 1.0%로 소수에 불과했다. 60~62세의 정년을 고려하면 많은 이들이 촉탁직으로 근무하고 있고, 이는 비정규직 비율로 나타난다. 전체 장기요양요원 중 정규직은 38.1% 계약직은 61.9%다. 이 중 재가기관은 시간제 종사자가 많아 계약직 비율이 74.7%로 훨씬 높았다. 사회서비스를 다시 민간을 중심으로 공급한다는 것은 돌봄 노동자를 다시 저임금, 불안정한 일자리에 놓겠다는 시도와 같다.

[출처: 공공운수노조]

복지 민영화 천명한 윤석열 정부

장기요양제도는 최근 매우 빠른 속도로 수급자와 재정지출이 증가하고 있고, 초고령사회 진입으로 더욱 큰 규모로 확대될 제도이다. 장기요양수급자는 노인인구 대비 21.4만 명 3.1% 수준에서 출발, 2020년 기준 75.4만 명을 돌파했다. 65세 이상 노인인구 대비 9.3%로 약 3배 커진 수치다. 장기요양 지출규모도 2019년 8조 2천억 원으로 2009년 대비 4배 이상 증가했다.

지난 6월 16일 보건복지부는 제3차 장기요양기본계획(2023∼2027) 공청회를 개최해 큰 틀의 내용을 발표했다. ▲장기요양서비스 강화 ▲맞춤형 서비스 이용체계 구축 ▲공급체계 혁신 및 역량 지원 ▲제도 지속가능성 제고 등 주요과제를 제시했지만, 시민사회에선 부실하다는 평가가 잇따랐다. 참여연대는 “장기요양의 질 제고, 공공책임성 강화 등을 위한 통합적, 근본적 제도 개선 방향과 의지는 확인하기 어려웠다”라며 “지역격차, 노동환경 개선 방안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정부가 제시한 서비스 질 개선, 급여 다양화는 시장 유인력이 있던 일부 지역 중심으로만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라고 비판했다.

사회서비스를 다시 시장 메커니즘에 맡기겠다는 방식은 서울시 같은 지자체뿐 아니라 정부의 입장이기도 하다. 지난 5월 31일, 윤석열 대통령은 직접 주재한 사회보장전략회의에서 사회보장 서비스를 시장화·산업화하고 경쟁 체제를 도입해야 한다며 민영화 뜻을 분명히 했다. 사회서비스 분야에서 정부의 역할은 관리자로 한정하고, 각종 규제 완화, 민간 투자, 민간 지원 등의 내용을 담은 ‘사회서비스 고도화 추진’ 정책이 계속 추진될 예정이다. 이미 보건복지부는 올해 1월부터 ‘사회서비스고도화추진본부’를 설치하고 운영하는 중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보건복지부는 사회서비스산업부로 봐야 한다”는 발언에서 드러나듯이, 보건복지부는 돌봄을 복지의 차원에서 강화하기보다 산업의 차원에서 시장 확대와 기업 이윤 추구로만 나아갈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취약계층 위주의 사회서비스를 중산층으로 확대하고 서비스 이용료 차등부담으로 서비스 수요를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민간이 창의와 기술을 바탕으로 혁신적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지원해 실버산업 같은 복지 영역에서의 산업화를 노린다는 것인데 고도화된 사회서비스를 이용할 수요층이 얼마나 될 지도 의문이다. 양난주 대구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현재 우리 사회에서 급격히 수요가 증가한 노인장기요양 이용자인 노인의 구매력 수준은 아직까지 높다고 하기 어렵다”라며 “베이비부머 세대의 높은 구매력을 거론하며 실버산업의 가능성을 논하는 기사들이 있지만, 적어도 현재 우리나라 노인 90%의 가처분소득은 중위소득 150%를 넘지 못한다”라고 지적했다.

황정일 서사원 대표는 서사원 내부의 ‘공멸’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서사원에서 2년여 이상 휴일 및 야간 돌봄서비스를 받고 있던 뇌병변 최중증 장애인이 지난 5월 민간으로 이관된 사례를 언급하며,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와 체결한 단체협약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단체협약을 문제시했다. 해당 장애인을 돌보던 돌봄 노동자가 공공운수노조 서울시사회서비스원지부의 전임 간부가 되고, 대체 인력이 없어서 벌어진 문제였다. 노조활동과 노조 전임자에 대한 근로시간 면제는 법에서 보장하는 제도다. 당시 황 대표는 노동조합의 단체협약 갱신요구에 대해 “‘노동자 왕국’을 건설하려는 시도 외에는 달리 해석할 길이 없어 보인다”라며 “천국은 풀어갈 여지가 있으나 왕국은 자칫 노사 모두 공멸(共滅)의 길로 가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이 공멸은 지금 돌봄 노동자들과 돌봄서비스 이용자의 미래로 가시화하고 있다.

[출처: 공공운수노조]

<각주>
(1) <사회서비스 공공인프라 확충의 필요성>, 국민건강보험 건강보험연구원, 2021.
(2) {총 매칭시간 / (종사자 일 적정 서비스시간 × 근무일 × 인원수) × 100}
(3) 일 근무 8시간 중 이동거리, 기록, 교육, 회의 등을 고려한 일 적정 서비스시간
(4) 2019 장기요양 실태조사 결과 발표
(5) 제11차 비상경제 민생회의, 2022.10.27.
(6) <“혁신인가, 퇴행인가” 윤석열 정부 사회서비스 정책 문제 진단>,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남인순·강훈식·최혜영 의원, 돌봄 공공성 확보와 돌봄권 실현을 위한 시민연대, 2023.06.19.

태그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박다솔 기자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