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민주노총 제15차 중집이 결정한 것

칭찬받는 민주노총, 어찌 하오리까

민주노총이 언론으로부터 크게 칭찬받고 있다. 보수언론 개혁언론 할 것 없이 '대화 복귀'가 기특하고 갸륵한 일이라는 환영 사설을 게재했다. 민주노총이 강경투쟁으로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점을 뒤늦게라도 깨달은 게 다행스럽다는 촌평도 아끼지 않았다. 더욱이 김금수 노사정위원장과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의 따끔한 훈계도 결과적으로는 칭찬 분위기를 고무한다.

민주노총이 보고한 중집 결과에 따르면 '노사정대표자회의 참가 만장일치 결정'이라고 되어 있다. 6월 19일 오후 2시부터 열린 제15차 중앙집행위원회와 제5차 투본대표자회의에서 '노사관계 민주화방안 민주노총 요구안, 노사관계 민주화방안 및 특수고용 노동기본권 쟁취 당면 투쟁방침, 저출산 고령화 협약 인준' 등의 안건을 처리했다. 전체 성원 54명 중 41명이 이 안건을 가결했다고 한다.

민주노총은 만장일치 가결을 강조하는 가운데 "이번 결정은 특수고용 노동3권 쟁점화, 로드맵에 대한 구체적 대응 등이 미흡하다는 판단 하에 교섭과 투쟁을 병행하겠다는 집행부의 입장이 강하게 반영된 결과"라고 발표했다. 집행부의 의지대로라면 복수노조 허용과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 특수고용 노동자 지위 보장 등을 사회쟁점화 하는 가운데 민주노총의 요구를 관철해나간다는 이야기다.

19일 조준호 위원장은 대의원, 조합원에게 보내는 글을 통해 현 정세가 엄중해서 23일 개최 예정이었던 임시대의원대회를 유보한다고 밝혔다. 당면 투쟁과제가 워낙 시급한 사항이 많아서 불가피하게 양해를 구한다는 내용이다. 참으로 역설적인 주장이다. 정족수를 채우기조차 힘든 대의원대회의 상황을 모르는 바 아니나, 정세가 엄혹할수록 대의원과 현장의 의지를 모아내는 것이 민주노조운동을 이끌어가는 지도부가 가져야 할 기본 태도일 것이다. 현장의 힘을 북돋고 대의원의 사기를 진작하는 조직활동에 임하는 대신, 집행부 중심의 상층 전술에 힘을 쏟는 결정이란 개탄스럽기 짝이 없다.

현 집행부가 말하는 '만장일치 통과'에는 절차상의 문제도 있어보인다. 6월 13일 열린 민주노총 제4차 중앙위에서 첫 번째 안건인 규율위원 선출을 다룰 때 정족수가 안 된 상태에서 일부 중앙위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민주노총 위원장이 '투쟁과 교섭' 전술을 위임해달라고 주문한 바 있다. 그러나 19일 15차 중집에서 ''노사관계 민주화방안 및 특수고용 노동기본권 쟁취 당면투쟁 방침 건'에 대해 "중앙위에서 위임했으니 결정해달라"고 주문함으로써 일방적으로 회의를 운영했다는 지적이다.

지난 시기 '사회적 교섭'을 둘러싼 논란에도 불구하고, 현 집행부와 찬성 측 중집위원들은 '노사정대표자회의 참가'를 위해 집요한 모습을 보여왔다. 5월 23일 중집회의에서 금속연맹, 공공연맹, 공무원노조, 전교조, 사무금융연맹 등 주요 연맹과 지역본부 일부가 반대의사를 표했고, 민주노총 위원장이 반대가 많으므로 재고하겠다는 결정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물고늘어져 소기의 목표를 달성한 셈이다.

이런 모습을 보노라면 더 이상 말리기 힘든 불가피한 상황인 듯도 하다. 그러나 분명히 해둘 일이 있다. 이미 비정규법안 처리가 목전에 있고, 이후 자본과 지배세력이 노사관계로드맵 처리 자체를 양보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점이다. 현 민주노총 집행부의 뜻대로 현장투쟁력을 키우면서 교섭에 임해서 사회쟁점화를 하고, 사와 정이 성실교섭에 임하도록 강제한다고 치더라도 노사정대표자회의 자리에서 다루는 안건은 '로드맵 그 자체'라는 사실을 잊지 않아야 한다. 따라서 민주노총 집행부는 노사정대표자회의에서 얻을 수 있는 실리란 게 무엇인지에 대해 최소한의 답변만큼은 내놓아야 한다.

한편 '사회적 합의주의'에 반대하고, 따라서 노사정대표자회의 참가를 비판해온 세력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 묻지 않을 수 없다. 도대체 알고나 있는가. 민주노총의 노사정대표자회의 참가 '만장일치' 결정이 저출산고령화협약 인준과 함께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이것이 가까운 미래, 이 땅에서 살고 있는, 또 살아가야 할 모든 노동자에게 무엇이 되어 다시 되돌아오게 될 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