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영혼마저 무장해제하는 한국노총

한미 자본가 앞에서 벌거벗은 이용득 위원장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이 28일 맨하탄 팰리스 호텔에서 열린 한국투자환경설명회(IR)에 참석, 노동운동의 변화 노력을 역설하며 외국자본의 한국 투자를 요청했다. 언론은 월가에 간 노총위원장, 노사정드림팀 5500만 달러 투자협약 성과, 노동 투사 투자유치 나서다 등의 제목으로 이용득 위원장의 일거수일투족을 한껏 다루었다.

이용득 위원장은 정세균 산업자원부 장관, 태미 오버비 암참 대표 등과 함께 3M, 화이자, 씨티,AIG, 푸르덴셜 등 투자자 250여 명을 상대로 가진 한국투자환경 설명회(IR)에서 "이제 투쟁 일변도의 노동운동은 상황에 맞지 않다" "앞으로 노조가 가장 신경을 쓰고 해결해야 할 과제는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 "한국에 투자했다가 노사관계로 문제가 생기면 한국노총이 직접 나서 조정하고 해결" 한다는 요지의 발언을 했다. 이어서 씨티은행, 푸르덴셜, 화이자, 노바티스, 노바텍 등 한국에 이미 투자한 기업 및 투자 가능성이 있는 기업 대표들과의 미팅에서 지속적인 대한국 투자 확대를 당부했다. 투자환경설명회에 참석한다고 따라나설 때부터 예고된 일이기는 하다.

이에 대해 한국노총의 주요 결정단위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홈페이지에는 "노총, 해외 투자 유치 활동 적극 나서"라는 글을 실어 "노(勞)ㆍ사(使)ㆍ정(政)ㆍ외(外) 대표들이 함께 참석한 이번 투자설명회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우려와 오해를 상당부분 불식시키는 계기가 된 것으로 평가된다"며 응원하고 있다. 결정단위든 단위 노조든 어떤 형태로든 특별한 반발이 없다면 이 집단은 노동자성을 완전히 상실하는 것이나 진배없게 된다,

"투쟁일변도의 노동운동" 운운은 노사합의주의자나 비정규입법, 로드맵 따위를 추진하는 사람들이 단골로 읊어대는 풍월이다. 과거와 달라진 게 있다면 고용은 악화되고, 비정규직은 늘어나고, 자본의 노무관리는 지능화되고, 사회적 빈곤은 확대되고 그런 따위인데, 따라서 노동조건이나 노동운동이나 할 것없이 갈수록 환경이 나빠지는 실정인데, 거꾸로 앞뒤 맥락도 없이 노동운동 변해야 한다고 떠들다니 어이없을 따름이다. 지금도 현장에서 민주노조운동의 발전을 위해 애쓰는 현장활동가들, 공공성 쟁취와 고용안정과 한미FTA 저지를 위해 싸우는 노동자들, 최저임금에 고통받는 노동자들, 장기투쟁사업장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들, 이중 부담에 시달리는 여성노동자들을 우롱하는 처사다. 노동자의 대표가 투쟁 외에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처지에 몰려있는 노동자를 보고 지지는 못할망정 뒤통수를 치다니, 어찌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다 있단 말인가.

노조가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니 송장도 웃을 노릇이다. 이건 자본가나 정부가 하는 일이다. 도대체 정부도 제대로 못하는 일자리 창출을 노조가, 노동자가 무슨 수로 만들어낸다는 말인가. 더군다나 외자를 들여오면 일자리가 는다는 것이 거짓말이란 건 지난 외환위기 이후 만천하에 확인된 일이다. 한국에 들어온 외자는 이미 주식시장의 40% 이상, 시중은행 주식의 60% 이상, 5대 주요 기업의 지분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돈이 될 만한 곳은 유치하러 다니지 않아도 알아서 들어왔다. 들어오면서 글로벌스탠다드 주문하고, 법 제도 바꾸고, 투자환경 제맘대로 다 뜯어고쳤다. 외자는 인수합병을 통해 절대지분을 확보한 후 구조조정을 하거나 유량주에 투자하여 배당몫을 넓히는 방식으로 설치고 다녔다. 삼성전자, 포스코, KT, 국민은행, 현대자동차 등이 다 그렇다. 외자는 인수합병, 대량해고, 고배당, 유상감자, 주식시장 교란 등 치밀한 수법으로 돈을 긁어갔다. 문제는 외자에 따른 직접적인 피해 당사자가 바로 대량으로 해고된 노동자라는 점이다. 외환은행을 인수한 투기펀드 론스타는 1,000여 명의 노동자를, 오리온전기에 투자한 외자는 4개월 만에 회사를 청산해 1300여 명의 노동자를 거리로 내몰았다. 하나로텔레콤, (주)만도, 브릿지증권 등 사례를 열거하자면 끝도 없다. 일부 기업이 성장했을 지는 몰라도 고용은 감소하는 악순환이 계속되었다. 이걸 빤히 봐왔음에도 불구하고 일자리 창출과 외자 유치를 연관하는 발언이라니, 도대체 이게 제정신인가.

한국에 투자했다가 노사관계로 문제가 생기면 나서서 조정하고 해결하겠다니, 이건 경찰이나 공권력이 하는 일 아닌가. 노사관계 문제란 대부분 노동자가 노동3권과 같은 기본적인 권리를 지키려는 데서 발생한다. 정확히 말하면 자본이 노동자의 생초보적인 권리조차 침해, 박탈하며 이윤을 챙기려 할 때 이른바 노사문제가 발생한다. 이렇게 노사문제가 발생해서 문제가 커지기 시작하면 예외없이 친자본언론과 정부와 공권력이 개입해서 해결하곤 한다. 그런데 노사문제가 생기면 직접 나서서 조정하고 해결하겠다니, 웃찾사도 이런 개그는 안 한다.

한국노총은 앞으로도 산업자원부와 협의를 거쳐, 차후 지자체 해외투자설명회 시 한국노총 지부와 해당 지자체가 동반해서 개최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한 번 정도 립서비스 하러 맨하탄에 간 게 아니라는 이야기다. 바야흐로 한미 자본가들이 한미FTA를 놓고 치밀한 작전을 펼치는 정세, 전투가 벌어지는 한 복판에서, 한국노총은 정녕 몸도 마음도 영혼마저도 스스로 무장해제하고 마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