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위험천만한 국민연금기금 운용체계 개편방안

‘노후소득 곳간 열쇠’를 금융시장의 논리에 맡기다니!

국민의 노후소득을 보장하는 게 목적인 국민연금 기금운용의 ‘열쇠’가 민간금융전문가에게 넘어가는 방안이 제출됐다. 오늘(11일) 보건복지부는 국민연금운용위원회를 모든 정부부처에서 떼어내 민간전문가들로 짜인 독립상설위원회로 만드는 내용을 골자로 한 국민연금기금 운용체계 개편방안을 발표했다. 국민연금운용위원회는 현재 복지부장관을 위원장으로 관계부처 당연직 위원과 가입자 및 사용자 대표 추천위원 등 총 21명으로 구성된 비상설 최고 의결기구이다. 개편안에 따르면 이 위원회는 금융.자산운용 분야 민간전문가 7명(상근위원 2명 포함)으로 구성되어 연금자산의 수탁책임자 역할을 맡게 된다. 그리고 국민연금운용은 ‘국민연금운용공사’가 설립되어 여기에서 담당하게 된다.

정부의 개편안은 그동안 국민의 주머니에서 나온 돈을 자신의 ‘쌈짓돈’으로 여겨왔던 정부의 입김에서 자유롭게 하기 위하여 기금운용은 정부로부터 ‘독립’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를 반영한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가 비상설적이고 효율적이지 못하게 운용됨으로 해서 안정적이지 못하다는 비판을 받아온 것 또한 사실이다. 개편안도 외형적으로 보면 이러한 ‘독립’과 ‘상설화’라는 요구를 반영한 듯 보인다.

하지만 ‘전문성’이라는 미명하에 민간금융전문가에게 운용을 맡김으로써 금융자본의 이해에 더욱 종속되거나, 국민연금기금이 노후소득 보장이라는 목적보다는 금융시장을 부양할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 그동안 경제신문 등 자본의 이데올로그들은 끊임없이 국민연금 운용을 민간에게 맡겨야 한다고 주장해 왔고, 수익성 위주로 투자하여야 함을 강조해 왔다. 국민연금의 소관부처인 복지부는 지난 6월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를 열어 지난해 11% 수준이던 국내주식투자 비중을 올해는 13.6%로 높이기로 했다. 이어 내년에는 17%로 늘리고 2012년까지는 20%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주식시장으로 투입되는 금액은 2008년에 42조에 달할 전망이다. 투자허용 범위도 사모펀드, 파생상품 등 투자위험이 높은 종목으로 확대되는 추세이다. 이런 덕분인지도 몰라도 상반기 주가 상승은 사상 초유의 기록을 세운 바가 있다.

정부의 입김으로부터 자유로운 것도 아니다. 운용위원회가 정부 산하에 편재되어 있으며, 운용위원을 추천하는 추천위원의 구성도 11명 중 8명이나 정부의 입김이 작용할 수 있게 만들었다. 가입자 대표는 기존 기금운용위원회에서 과반수 이상을 점했던 데에 비해 운용위원이 아니라 운용위원 추천위원회의 3명만을 구성하게 되어 국민연금의 주인인데도 불구하고 주인행세를 못하고 들러리만 서게 될 전망이다.

이러한 개편 추세가 지속될 경우 국민연금기금은 노후소득보장기금이라는 성격과 사회복지를 비롯하여 공공성을 감안한 운용보다는 ‘수익성’만을 쫓는 ‘금융자본’으로서의 성격을 더욱 강화시키게 될 것이다. 올해 4월 정부와 보수정당은 재정이 고갈되느니, 미래 세대의 부담이 늘어나느니 하면서 ‘그대로 내고 덜 받는’ 국민연금 개혁안을 통과시킨 바가 있다. 그리고 ‘용돈’에도 미치지 못하는 기초노령연금제도를 만들고는 최소한의 노후소득을 보장받을 수 있게 되었다고 생색을 낸 바가 있다.

국민의 피와 땀이 배인 소중한 ‘곳간’을, 노후소득 보장이라는 ‘열쇠’를 금융시장의 삼엄하고 위험한 정글 경쟁속으로 내몰려는 지속적인 시도가 관철되고, 또 다시 제출되는 현실. 이 현실속에서 무엇보다도 국민연금기금의 진짜 주인인 노동자들의 일차적인 관심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