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측은 △도난예방과 사후관리 △폭력·난동 등으로부터 교직원 위해 예방과 사후관리 △화재 및 침수 등 재난 발생시 현황식별 및 통제·안내 등의 목적으로 병원 내에 CCTV를 설치할 예정이다. 설치 위치는 계단, 복도, 환자대기실, 내원객이 많은 외래 등이며 설치 예정 대수는 108대에 이른다.
이같은 계획은 현장을 순회하던 노동조합에 의해 발견됐으며, 지난 8월 16일 단체협상 자리에서 문제제기됐다. 서울대병원에는 이미 주차장, 응급실, 정신병동 등에 90대의 CCTV가 설치돼 있다.
▲ 서울대병원 CCTV 설치계획서 [출처: 공공노조 의료연대 서울대병원분회 제공] |
서울대병원의 이번 CCTV 설치 추진 방침은 '근로자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과 노사 단체협약에 배치돼 문제를 빚을 소지가 있다. 해당 법률에는 "신기계·기술의 도입이나 사업장 내 근로자 감시설비의 설치 시 노동조합과 협의"하도록 명시돼 있다. 서울대병원 노사의 단체협약은 이와 관련해 '노동조합과 합의'하도록 했다.
이에 대해 서울대병원 측은 "근로자 감시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도난 방지'가 목적"이라는 입장이나, 노동조합은 "도난방지가 주 목적이라면 환자와 직원들의 인권침해 소지가 많은 CCTV 설치보다 '잠금장치가 달린 환자·직원장과 갱의실의 외부인 침입방지를 위한 출입문 잠금장치 설치'를 제안했으나 병원 측이 노동조합의 견해를 무시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공공노조 의료연대 서울대병원분회는 헌법 제17조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받지 않을 권리'와 헌법 제10조 '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복을 추구할 권리' 등을 들며 "환자들이 입원한 병동, 내원객이 많은 외래, 환자대기실, 보호자대기실 등의 CCTV 설치 운영은 모든 사람들의 초상권과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침해 문제 야기, 사생활 비밀과 자유를 침해할 수 있는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병원이 '도난 예방'이라는 목적으로 CCTV를 설치한다 해도 "노동자 감시기구로 전락"한 사례가 많다며, 현재 국가인권위원회 조정 상태에 있는 영남대의료원의 CCTV 사례를 들었다. CCTV 설치가 "서울대병원의 EMR(전자의무기록), ERP(전사적 자원관리)에 이은 노동자 현장 통제 시스템"이라는 주장이다.
실제로 여러 사업장에서 '범죄 예방'을 빌미로 설치한 CCTV가 종업원을 감시하는 용도로 쓰여 오랫동안 노사갈등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하이텍알씨디코리아'의 경우 작업장 내 CCTV로 감시받던 노동조합 조합원 전원이 우울증 등 집단 정신질환 판정을 받기도 했다. 굳이 작업장이 아니더라도 거리나 주거지역 곳곳에 설치된 CCTV는 '사생활 침해' 등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고 있기도 하다.
더구나 올해 11월 18일부터는 5월 17일 개정된 '공공기관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시행될 예정이라, 서울대병원 측이 대대적인 CCTV 설치를 서두르고 있는 것이 이 법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개정안에는 공공기관에서의 무분별한 CCTV 설치와 남용에 대해 법적으로 규제하는 내용이 들어 있다.
서울대병원분회는 이같은 이유들을 들어 CCTV 설치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으며 "노동자들을 감시하려는 불순한 의도와 환자, 보호자, 직원에 대한 몰상식하고 비인권적 태도"라고 병원 측을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