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대일 외교와 관련해 "성숙한 한일관계를 위해 사과나 반성하라는 말은 하고 싶지 않다"고 밝힌 것에 대해 각 정당들이 일제히 비판하고 나섰다.

이 당선인은 지난 17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외신기자회견에서 "역대 대통령처럼 일본에 대해 사과와 보상 문제 등을 언급할 것이냐"는 질문에 "일본도 형식적인 사과와 반성을 한 것도 사실"이라며 "일본도 이제는 그 말(사과)을 요구하지 않더라도 성숙한 외교를 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에 대해 한나라당을 제외한 각 정당들은 18일 이 당선인을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특히 일본 국토지리원이 독도의 정밀지도를 완성했다는 요미우리신문 보도내용이 국내에 전해지자 대통합민주신당은 이 당선인에게 외신기자회견에서의 발언 취소와 사과를 촉구하고 나섰다.

각 정당 "이 당선인 발언, 국민정서와 동떨어져" 일제히 비판

최재성 신당 대변인은 18일 "이 당선인의 발언은 국민감정과 동떨어진 것"이라며 "그 발언하는 순간에 일본은 1/25,000 정밀지도를 만들어 일본 전역의 기본도를 완성했다고 발표했다"고 지적하며 이 당선인의 대국민 사과를 요구했다.

민주노동당도 공식 논평을 통해 "이 당선인의 발언은 국민정서와 동떨어졌을 뿐 아니라 실용주의가 경계를 넘어서 실용 앞에서는 민족 자존심까지 구길 수 있다는 얘기로 들린다"고 비판했다.

손낙구 민주노동당 대변인은 "일본과 잘 지내야 하지만, 일본은 과거 침략행위를 진심으로 반성하지 않고 오히려 군국주의 부활을 꿈꾸고 있다"며 "민족자존심과 같은 중요한 가치를 갉아먹는 실용은 경계를 넘어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종필 민주당 대변인도 "한일 간에는 역사왜곡, 종군위안부, 독도 문제 등 아직 해결되지 않은 중대현안이 많이 있다"며 "이 당선인의 발언은 일본으로 하여금 이런 현안에 대한 한국의 입장을 오해하도록 만들 소지가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한나라당, "이 당선인의 성숙하고 세련된 대일관 드러났다"

한편, 이들의 반응과 대조적으로 한나라당은 "실용주의 외교노선을 중시하는 이 당선인의 조용하고 실익 있는 외교노선을 실천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며 "성숙하고 세련된 대일관"이라고 이 당선인을 한껏 치켜세웠다.

박 대변인은 이 당선인의 발언에 대해 "성숙된 한일관계는 일본의 진정한 과거 잘못에 대한 사과와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행동이 있을 시에만 이루어지는 것"이라며 "행동이 따르지 않는 형식적인 사과는 큰 의미가 없다는 대한민국 국민들의 마음을 조용하게 대변한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