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보호소에서 감쪽같이 사라진 이주노조 지도부

강제출국 위해 인천공항으로 빼돌린 듯

청주외국인보호소에 수감되었던 서울경기인천이주노동자노동조합(이주노조) 토르나 위원장과 소부르 부위원장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보호소측이 15일 오후 4시경 이주노조 지도부의 면담을 요구하는 시민단체들에게 “이곳에 이미 없다”고 답변했다.

이에 이주노조와 시민단체는 “현재로선 정확히 알 수가 없다. 다만 인천공항으로 빼돌린 건 아닌가 생각된다. 자세한 건 저녁이 되어야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민주노총 대전·충북본부와 외국인노동자센터 등 시민사회단체는 이날 오후 3시경 청주외국인보호소가 위치한 청주교도소에 모여 이주노조 지도부 강제연행과 청주외국인보호소 인권 탄압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한 후 면회를 하려다 이 같은 소식을 들었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 충북본부 김성봉 대외협력부장은 “인권위에서 긴급구제명령을 내리려고 보호소측에 전화하면 수화기를 들었다가 끊어버렸다고 한다”며 “아마도 법무부에서 강제출국 조치가 내려질 것으로 짐작해 일단 공항으로 데리고 간 것 같다”고 짐작했다.

설명에 따르면 지난 5일부터 9일까지 인권보호자에 대한 특별보고관(UN Special Representative on Human Rights Defenders)에 긴급구제신청을, 국가인권위에 인권침해 진정 및 강제퇴거 집행중지에 대한 긴급구제 신청을 수차례 제출했으나, 그동안 보호소측은 일방적으로 인권위의 연락을 무시했다는 것이다. 그러던 차에 보호소측이 강제출국 결정이 나지도 않은 상태에서 앞질러 일을 저지른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 상황을 전해들은 이주노조와 시민단체들은 “작년 11월 이주노조 지도부 3인에 대한 강제 출국 이후 또다시 이주노조 지도부를 강제 출국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표했다.

한편, 이주노조에 따르면 2일 오후 이주노조 사무실을 나서던 토르나 위원장은 잠복해 있던 법무부 출입국관리소 직원 십여 명에 의해 연행됐으며, 같은 날 소부르 부위원장은 집에서 강제 연행되었다. 토르나 위원장과 소부르 부위원장은 청주외국인보호소에 수감된 이후 각각 지난 15일과 13일부터 외부진료 허용을 요구하며 단식 투쟁을 진행하고 있었다.(천윤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