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에 반대하는 촛불이 타오른지 5개월 여, 그동안 정부가 추진해 온 '촛불 탄압' 사례를 망라한 보고서가 발표됐다. 전국 94개 노동 인권 시민사회단체들은 15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민주수호, 촛불탄압 저지를 위한 비상국민행동'을 발족하고, 공안탄압 현황 보고서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비상국민행동이 발표한 공안탄압 사례는 네티즌 탄압 사례, 정보인권 탄압 사례, 야간집회 위헌심판 보고, 국가보안법을 이용한 탄압 사례 등이다. 비상국민행동은 촛불시위 소강국면 이후 정부가 보인 이같은 탄압들이 "촛불에 대한 이성을 잃은 복수극"이라며 "공포 정치와 공안 탄압은 이명박 정권의 본질이자, 일시적인 현상이 아닐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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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 94개 단체로 구성된 '민주수호, 촛불탄압 저지를 위한 비상국민행동'이 15일 발족했다. |
"촛불로 놀란 가슴 인터넷 통제로 다스린다"
다음 카페 '촛불연행자모임' 회원인 네티즌 '오만과잡설'은 네티즌에 대한 탄압 사례를 보고했다. 이 보고에 따르면 채증사진 속의 마스크를 쓴 인물과 주민등록상 사진이 비슷해 보인다는 모호한 정황만으로 긴급체포한 사례, 이웃 주민들에게 체포될 사람이라고 말해 명예를 훼손한 사례, 영장이나 사전 동의 없이 사진 촬영한 사례, '조서에 지장이 안 찍혔다'는 등 소환 이유를 거짓 통보한 사례,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하고 밤샘수사를 강요하는 등 조사중 인권침해 사례 등이 있었다.
없는 배후 조직을 만들어내려는 짜맞추기식 수사, 압수수색 및 조사 과정에서 영장을 제시하지 않고 욕설을 사용하는 인권침해, 법적 근거 없는 체포동의서 강요 등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장여경 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는 정부의 '정보인권 탄압' 현황을 세 시기로 나누어 발표했다. 5월 첫 촛불시위가 시작된 후 즉시 '인터넷 광우병 괴담' 수사가 개시된 것을 시작으로 '동맹휴업' 문자메시지 발신 청소년 불구속 입건, '여대생 사망설' 제기 네티즌 구속수사, '쥐박이' 운운하는 농담조의 게시물에 '대통령 살인음모 혐의'로 조사한 사례 등이 보고됐다.
법무부 장관이 촛불시위 강경대응 방침을 천명한 6월 말부터는 촛불 수사가 더 공세적이었다. 7월 들어 검찰은 전담팀을 꾸려 조중동 광고지면 불매운동 네티즌을 대대적으로 수사하고 출국금지, 압수수색, 구속 등 강도높은 수사를 벌였다. 8월 이후에는 다음 아고라 '권태로운창' 구속, '유모차부대', '촛불자동차연합', '예비군부대'에 대한 표적 수사를 벌였다고 보고 있다.
한편으론 '인터넷 조기 대응반', '인터넷 전담 대응팀' 설치 운영, '사이드카' 제도 도입 시도, 인터넷 실명제 확대, 사이버 모욕죄 신설 검토 등 인터넷 통제 정책이 본격적으로 도입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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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최근 '집회시위 복면금지 조항'이 발의된 것에 항의하는 뜻으로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
"메뉴별 맞춤형 공안탄압, 1% 부자 위한 공포 정치"
정원섭 사노련 공대위 상황실장도 이명박 정부 들어 있었던 국가보안법을 이용한 탄압 사례를 보고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10년 만에 처음으로 국가보안법 기소가 증가하고 있으며, '사노련'과 '실천연대' 사건 조사에서 촛불 관련설을 쏟아내는 등 탄압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움직임은 국정원법, 테러방지법 등을 동원한 공안기구의 강화 시도와 결부되며, 검찰 공안3과 부활, 경찰 체포전담반 신설, 전의경제 폐지 백지화, 집시법 개악 등과 함께 '공포 정치'의 우려를 낳고 있다.
더구나 최근 신지호 한나라당 의원이 '집회 시위 때 복면착용 금지조항'을 넣은 집시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해 논란을 빚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이에 반발하는 뜻으로 두건과 마스크를 이용해 얼굴을 가리고 배석하기도 했다.
비상국민행동 발족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자발적으로 촛불을 들고 나섰던 시민들을 향한 보복 수사엔 광기마저 어려 있다"며 "온 사회로 확대된 탄압은 모든 권력을 국민의 손이 아닌 권력자에게 집중시키려는 하나의 목적을 가진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우리 사회의 인권과 민주주의를 결정적으로 위협하는 이명박 정부의 총체적인 탄압에 직면해 힘을 모아 맞서겠다"면서 "위기의 이 순간 시민들, 누리꾼, 사회운동 간의 굳건한 연대를 통해 진정한 민주주의를 쟁취하기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고 선언했다.
비상국민행동은 이후 '공안탄압 피해자 가족대책위' 구성, 공안탄압 저지를 위한 공동행동 등을 진행한 후 오는 25일 '99% 국민을 위한 희망 만들기 민주주의 페스티벌'을 대규모로 개최할 예정이다. 민주주의 페스티벌 이후부터 12월 인권주간까지는 공안탄압 저지를 위한 연속 기획토론회, 2차 공동행동, 인권침해 고발대회 등의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MB 공안탄압 현황보고서 중 인터넷 통제 일지
ㅇ 5월 6일 검찰은 긴급회의를 열어 ‘광우병 등 인터넷 괴담’에 대해 형사처벌을 검토하겠다고 밝힘.
ㅇ 5월 7일 분당경찰서 사이버수사팀의 경찰관 2명, ‘괴담 문자 메시지’ 현황 파악을 이유로 경기도 성남 분당구 소재 고등학교를 방문조사
ㅇ 5월 22일 국세청, 댓글 삭제 요청 거부한 인터넷 포털 “다음”에 대한 세무조사 실시
ㅇ 5월 26일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 문자 메시지로 ‘517 등교거부’라는 허위 사실을 유포하고 모교에 대한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장모(18)군을 불구속 입건
ㅇ 5월 27일 한겨레21, 문화부 신재민 차관이 문화부 홍보지원국 “인터넷 조기 대응반” 설치하였음을 보도
ㅇ 6월 2일 서울지방경찰청, 여성시민 사망설 네티즌 허위사실 혐의로 구속
※ 경찰은 ‘여대생 사망설’을 처음 유포한 지방신문 기자 최모씨 구속을 비롯해 ‘망치남 프락치설’을 유포한 유모씨, ‘제2기동대 전경 항명’ 허위사실을 유포한 대학강사 강모씨, ‘여대생 성폭행설’을 유포한 김모씨 등을 구속수사
ㅇ 6월 16일 어청수 경찰청장, 경찰내부망에 온라인 허위정보 적극 대응 주문 이후, “인터넷 전담 대응팀 추진” 경찰 전격 발표
ㅇ 6월 16일 김성훈 한나라당 디지털정당위원장, “인터넷사이드카 제도 도입” 발언
ㅇ 6월 16일 검찰, 촛불시위 생중계한 나우콤 문용식 사장 구속
ㅇ 6월 17일 이명박 대통령, OECD IT 장관회의 개막연설 “인터넷의 힘은 신뢰가 담보되지 않으면 우리에게 약이 아닌 독이 될 수도 있다” 발언
ㅇ 6월 18일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대통령의 지적은 올바른 것이며, 괴담을 증폭시켜 선량한 시민들을 선동하는 인터넷은 독”, “인터넷 실명제 도입” 주장
ㅇ 6월 20일 대검찰청, 조중동 광고지면 불매운동에 대해 ‘협박죄, 업무방해죄’ 혐의 적용, 수사 착수 선언
ㅇ 6월 20일 김경한 법무부장관, “인터넷상의 유해요소를 철저히 단속하라”고 지시
ㅇ 6월 23일 검찰, 경찰, 방통위 합동 관계기관 대책회의에서 조중동 광고지면 불매운동 네티즌 단속, 처벌키로 협의
ㅇ 7월 1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조중동 광고지면 불매운동 네티즌의 게시글에 대해 위법 삭제 결정
ㅇ 7월 8일 검찰, ‘인터넷신뢰저해사범수사전담팀’을 투입, 조중동 광고지면 불매운동 네티즌 수사 착수, 주동자로 지목한 20인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
ㅇ 7월 15일 검찰, 광고지면 불매운동 네티즌 5인에 대한 자택 사무실 압수수색
ㅇ 7월 15일 손욱 (주)농심 회장 기자간담회, ‘광고불매운동 네티즌에 대한 검찰의 고소 종용’ 사실 밝힘
ㅇ 7월 22일 방송통신위원회, ‘인터넷 정보보호 종합대책’ 발표하면서 인터넷 사업자에 대한 임시조치 의무화와 불법정보 모니터링 의무화, 인터넷 실명제의 확대 방침을 밝힘
ㅇ 7월 22일 김경한 법무부장관, 국무회의에서 ‘사이버 모욕죄’ 신설을 검토하는 등 인터넷 유해사범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겠다고 밝힘
ㅇ 7월 29일 대구 수성경찰서, 대통령 살인음모 혐의로 C(37.여)씨를 조사하고 귀가조치
ㅇ 8월 4일 서울지방경찰청, ‘여성시민 사망설’ 광고를 위해 모금한 대학생을 횡령혐의로 입건
ㅇ 8월 13일 서울지방경찰청, 광화문상인 목록을 게시하고 전화한 네티즌들에 대해 입건, 구속영장 청구
ㅇ 8월 21일 검찰, 조중동 광고지면 불매운동 네티즌 2인 구속
ㅇ 8월 31일 아고라에 촛불시위를 공지하고 경찰에 투석한 혐의로 ‘권태로운 창’ 구속
ㅇ 9월 2일 아고라에서 활동한 배모씨 등 2명의 네티즌 압수수색
ㅇ 9월 4일 ‘촛불자동차연합’ 등 카페 회원 25명 집시법 위반 불구속 입건
ㅇ 9월 11일 은평촛불 소환조사
ㅇ 9월 1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12단독 김민기 판사, ‘학생시위-5월17일 전국 모든 중고등학교 학생들 단체 휴교시위, 문자 돌려주세요’라는 내용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발송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장모(19)군에게 무죄를 선고
ㅇ 9월 24일 청와대, 44개 법안을 ‘대통령실 중점 관리 대상 법률안’으로 분류하여 한나라당에 정기국회 통과를 주문, 이에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이 포함됨.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은 통신사업자들에게 휴대전화와 인터넷에 대한 감청설비 구비와 통신자료 보관을 의무화하는 것을 골자로 17대 국회에서 시도하였으나 인권단체들의 반대로 무산됨
ㅇ 9월 25일 법무부,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7차회의에서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한 법질서 확립 방안’을 대통령에게 보고하면서 연내 사이버 모욕죄를 신설하고 인터넷 실명제를 확대하는 한편 도메인 등록 실명제를 추진할 계획을 밝힘
ㅇ 9월 26일 노원촛불 소환조사
ㅇ 9월 29일 방송통신위원회, ‘2008년 상반기 감청협조, 통신사실확인자료, 통신자료 제공 현황’ 공개, 인터넷 감청은 320건에서 356건으로 11.3% 늘고 IP주소 등에 대한 ‘통신사실 확인자료’ 요청 또한 인터넷 부문에서 14.4% 증가한 것으로 드러남
ㅇ 9월 30일 ‘유모차부대’ 카페회원 조사
ㅇ 9월 30일 예비군부대 회원 2명 경찰무전기 탈취 등을 이유로 압수수색, 체포조사
ㅇ 10월 6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장세환 의원(민주당), 문화부 홍보지원국이 지난 5월16일부터 하루 두 차례 씩 정부정책에 대한 비판적인 댓글들을 모니터링해 청와대 대검찰청 경찰청 방통위 등 사정 단속기관을 포함한 42개 정부부처에 메일을 통해 전달해온 것을 확인함. 5월부터 정부기관에 보고된 누리꾼의 아이디 규모가 700~800명에 이른다고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