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가족들, 오랜만입니다"

두 달 만에 청계광장에 모인 촛불시민들




18일 2천여 개의 촛불이 청계광장을 가득 메웠다. 8월 이후 지역에 따라, 사안에 따라, 모임에 따라 촛불은 타오르고 있었지만, 촛불시민들이 청계광장으로 모인 것은 두 달만의 일이다. 촛불문화제에 참석한 촛불시민들은 오랜만에 만난 가족처럼 웃음이 만연했다.

오후 1시에 '촛불연행자모임'의 집회가 탑골공원 앞에서, 오후 3시에는 민주노동당의 집회가 대학로에서, 오후 4시에는 '촛불시민 회칼테러 진상규명 비상대책위' 주최로 청계광장에서 집회가 열렸다. 그리고 저녁 6시 각자의 집회를 마친 촛불시민들은 청계광장에 모여들었다.

저녁에 열린 촛불집회에서 윤종희 기륭분회 조합원이 "이제 동지라고 불러도 되죠"라고 묻자 참석자들은 환호와 함께 "네"라고 답을 해왔다. 그녀는 "기륭투쟁의 가장 큰 성과는 시민들이 비정규직 문제를 나의 문제로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이라며 "현장으로 돌아가지 못했지만 절반은 성공한 것이며, 여러분과 함께 투쟁한다면 반드시 현장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잠시 등장했던 색소 물대포



촛불문화제가 마지막을 달릴 무렵 경찰 방송차에서 "불법 야간집회를 하고 있으니 해산하라"는 방송이 나왔다.

촛불시민들이 경찰 방송차 앞에 몰려들어 항의하자 방송차가 물러선 후 전투경찰이 배치됐다. 앞에선 전투경찰은 색소물대포를 매고 있었다. 20분 정도 대기했던 전투경찰은 별다른 마찰이 없자 다시 뒤로 물러서기 시작했다.

김랑희 인권단체연석회의 활동가는 "경찰이 임의적으로 헌법재판소에 위헌 재청이 된 야간집회를 금지한 집시법을 해석한 것이다"라며 "색소물대포로 시위대를 체포하겠다는 경찰의 방침은 편의적 발상으로 시민들을 잠재적 범죄자 취급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녀 외에도 두 달동안의 소식을 전하 듯 소속이 다양한 촛불시민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촛불연행자모임'은 검찰의 약식기소 불복종 운동을, '촛불자동차모임'의 촛불시민은 경찰의 운전면허 취소처분을, 청소년 촛불은 일제고사 반대 등교거부를 촛불시민들에게 '보고'했다.

'쥐사냥꾼'은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의 30%만 지지해도 괜찮다고 했는데, 이를 받쳐주는 집단인 뉴라이트를 박살내자"라고 말했다. 김민영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1% 강부자를 위한 정권에 맞서 모든 민주세력이 다시 한 번 힘을 모으자"라고 주장했다. 심상정 진보신당 대표도 "국회가 우리를 지켜주지 않아, 촛불들이 청계광장에 모였다"라고 밝혔다.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는 "군화발로 짓밟으면 쉬었다가 끈질기게 싸우자"고 말하는 등 미 소고기 수입으로 시작된 촛불이 이명박의 정부에 대한 저항세력으로 자리 잡았음을 이야기했다.

한편, 조계사에서 수배생활을 하던 백은종 '안티2MB' 부대표가 이날 경찰에게 연행되는 영상이 상영되기도 해 촛불시민의 안타까움을 사기도 했다. 이날 촛불문화제는 참석자들이 25일 열릴 '민주주의 페스티벌'에 서로에게 참석을 독려하며 마무리됐다.



"촛불은 이 시대의 양심수"

검찰이 90여명의 촛불시민을 약식기소한데 이어 '법 체험 프로그램'을 참여하면 벌금형을 면해주겠다고 하자, '촛불연행자모임'는 18일 탑골공원 앞에서 집회를 열고 규탄에 나섰다.

김종웅 변호사는 검찰의 약식기소에 이은 법 체험 프로그램에 대해 "일반적 사법적용은 범법자가 죄를 인정하는 것에서 시작되는데, 자신의 행동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촛불시민들은 일종의 양심수"라며 "검찰의 법 체험 프로그램은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 독재정권 시절 공안사범에게 반성문을 강요했던 것고 같다"고 설명했다.

촛불연행자모임의 '바라기'는 "촛불은 잘못한 게 없는데 범죄인을 만드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면서 "한 회원은 대법원까지 가더라도 사법처리의 부당함을 알릴 것이고, 최종적으로 벌금형이 선고되어도 벌금형을 거부할 것이라 밝히고 있다"고 말했다.

  '촛불연행자모임' 회원들이 검찰의 약식기소에 항의하며 약식기소장을 찢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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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수일

    정치적으로도 좋치만 경제적문제 쪽으로 나라를 생각하는 집회도생각해보심이...정유사들은 기름값 국제유가는 확내렸는데 환율핑계로 기름값 받을거 다받고 이어려운때 쫌배풀면 안되나 비도안오고 농사짓는 농민도 죽을맛이고 촛불염원으로 비라도 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