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13일 용산 살인진압 여론조작 사실을 시인했다.
김유정 민주당 의원이 청와대 국민소통비서관실 소속 행정관이 경찰청 홍보담당관에게 전자편지로 여론조작을 지시했다는 폭로를 한 지 3일째만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13일 <연합뉴스>와의 통화를 통해 “자체적으로 경위조사를 벌인 결과 온라인 홍보를 담당하는 모 행정관이 개인적으로 경찰청 홍보담당관에게 이메일을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그러나 청와대는 이 행정관에게 ‘구두경고’ 하는 것으로 사건을 마무리하려고 하고 있다.
이에 노영민 민주당 대변인은 “(청와대는) 은폐 조작사건을 개인행위로 발표하고, 구두경고 했다고 밝혔다”고 지적하고, “어떻게 개인행위가 될 수 있는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구차한 변명일 뿐”이라고 비난했다.
용산 살인진압 보도량이 급격히 준 이유
그렇다면 청와대의 이 지침은 실제 언론 보도방향에 영향을 줬을까.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이 군포연쇄살인사건의 용의자가 경찰에 잡힌 지난 1월 25일부터 2월 8일까지 지상파 방송의 보도를 분석해 내놓았다.
이에 따르면 살인사건의 용의자가 체포된 25일부터 29일까지 지상파 3사는 이에 대해 하루 평균 2~3건에 그치다 30일부터 보도양이 급증하기 시작한다. 살인사건에 대한 보도가 급증하자 용산 살인진압에 대한 보도는 급격하게 줄어든다. 이는 민언련이 조사 한 2월 8일까지 변화하지 않는다.
▲ 방송 3사 메인뉴스의 '경기서남부 연쇄살인사건'과 '용산참사' 보도량 비교 [출처: 민언련] |
2월 9일은 용산 살인진압에 대한 검찰수사결과 발표가 있었던 날이었다. MBC <피디수첩>이 경찰과 용역의 진압합동작전 폭로한 3일에도 관련 보도는 늘지 않았다.
민언련은 언론들의 보도에서 청와대 행정관이 지시했다는 ‘긍정적 프레임’이 작동했음을 지적하기도 했다. 민언련은 “경찰이 용의자를 잡게 된 과정에서 DNA 검출 등 과학수사 기법, 프로파일러의 활양상 등 경찰에 대한 ‘긍정적 프레임’을 적용한 보도가 여러 건 있었다”고 설명했다.
민언련은 “연쇄살인을 다루는 범죄보도에서 언론보도는 경찰에 상당부분 의존할 수밖에 없으며, 문제의 청와대 문건에서 ‘언론이 경찰의 입만 바라보고 있는 실정이니 계속 기사거리를 제공해 촛불을 차단하는 데 만전을 기해주기 바란다’는 대목이 의미심장한 이유다”라고 밝혔다.
특히 2004년 유영철 연쇄살인사건 발생때 보도와 비교해 절대적 보도량만 따져 봐도 큰 차이가 있다. KBS는 28:56, MBC는 27:60, SBS는 35:48. 민언련은 “2004년 방송3사 보도를 살펴보면 유영철이 검거된 둘째 날 이후에는 보도량이 급감했으나 2009년에는 연쇄살인 용의자가 검찰에 송치된 다음날에도 4-6건을 보도했다. 2004년 유영철 때와 비교하면 여전히 상대적으로 많은 보도량”이라고 분석했다.
▲ 방송 3사 메인뉴스의 유영철 관련 보도량(단위: 건) [출처: 민언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