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계는 6월 11일 열린 3차 전원회의에서부터 최저임금 동결안을 제시했다. 그들은 “원래는 최저임금을 36.2% 삭감해야 하는데 사정을 감안해 동결안을 제출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며, 경영계의 한 위원은 저임금 노동자의 한 달 생계비를 74만원으로 책정하며 “이 돈이면 충분히 생활 가능하고, 저축하면서 사는 사람도 있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경영계는 동결안의 근거로 경기지표의 호전이 일부 대기업에만 해당하며, 중소기업은 대부분 어렵다는 것을 내세우고 있다.
이에 이강실 전국여성연대 대표는 기자회견 자리에서 “중소기업 문제는 최저임금 문제가 아닌, 단가 문제”라고 지적하며 “대기업이 법인세를 올려 중소기업을 지원해야하는데, 오히려 저임금 노동자들에게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지난 15일, 중소기업중앙회가 304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경영애로 사항’ 조사결과, 47.4%의 중소기업이 ‘원자재 등 제조원가 상승’을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꼽았다.
다음으로 22.7%가 ‘자금 등 유동성 확보’를, 10.9%의 중소기업이 ‘인력 부족 등의 어려움’을 꼽았다. 반면, 최저임금과 간접적이나마 관련 있는 ‘인건비와 물류비의 증가’는 5.6%에 그쳤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원자재 값 폭등에도 납품단가를 동결하는 대기업의 횡포가 중소기업 위기의 주범이기 때문에, 경영계는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분배구조 개선에 나서는 것이 도리”라면서 “그럼에도 최저임금에 그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도둑이 엉뚱한 사람을 잡아놓고 누명을 씌우는 형국”이라고 비난했다.
이어서 “민주노총과 최저임금연대는 최저임금이 의결되는 시한인 6월 말까지 가능한 모든 투쟁방법을 동원하여 올해 최저임금만큼은 ‘저임금 노동자 생활안정’이라는 최저임금법의 입법정신을 지켜낼 것”이라고 의지를 다졌다.
한편 지난 15일 오후 5시 30분경, 방문 온 조합원과 최임의 건물 1층 현관에서 얘기 중이던 이찬배 위원장에게 경찰과 최임위 사무국장이 폭력으로 출입을 저지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찬배 여성연맹 위원장은 “어떻게 최임위 직원이 정부에서 정한 최임위 근로자 위원에게 폭력을 행사할 수 있나”면서 “사지를 쥐고 내팽개쳤는데, 너무 아파서 울면서 소리를 지르니, 그제서야 놔 주더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서 “그 뿐 아니라, 사무국장은 폭력행사 뒤, 따라오면서 한 발짝이라도 나오면 자물통을 채워버리겠다고 협박까지 일삼았다”고 밝혔다.
또한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 14일 최임위원 4명이 농성중인 최임위 5층 회의장의 문마다 자물통을 박아 놓고, 15일 오전 11시 경에는 산재심의위원회 직원 2명을 최임위 회의실 앞에 보초를 세우기도 했다.
이에 대해 기자회견단은 “공익을 대표하는 위원회는 노사 양측을 오가며 간담회를 개최하는 등 의견 조율에 분주해야 했다”면서 “그렇지만 작년과 올해 위원회는 경영계의 삭감안이나 동결안을 방치한 채 적당히 시간만 보내며 노동자들을 궁지로 몰아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기자회견이 끝난 뒤, 오후 2시부터 최저임금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제 5차 전원회의가 개최됐다. 정의헌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은 “만약 5차 회의에서도 경영계에서 동결안을 철회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농성을 계속 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 5차 전원회의 모습 |
민주노총과 최저임금연대는 사용자측의 태도에 따라, 이후 농성은 물론 대규모 거리집회 등 투쟁계획의 수위와 방식을 다양하게 고려한다는 입장이다. 전원회의는 18일 5차 전원회의와 25일 6차 전원회의를 남겨두고 있다.
현재 민주노총 교섭위원 4명은, 경영계 동결안 철회를 요구하며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11일 밤부터 점거농성을 진행 중이다. 또한 여성연맹 조합원 등은 최임위 앞에서 15일째 농성을 계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