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 서장은 “파출소나 지구대는 도둑을 잡는 게 다가 아니라 범죄 예방을 할 수 있도록 부단히 순찰하고 혹시 길을 모르는 사람들이 길이 물어보거나, 112 신고를 하면 다 서비스하고 안내해 주는게 경찰의 모습”이라며 “그런 걸 다 내팽개치고 전부 사복으로 갈아입고 도둑을 잡으러 내몰리고 있는 상황이다. 그 와중에 힘없고 불쌍한 사람들이 억울하게 어디선가 피해를 보고 있을 거라고 생각이 들어 안타까웠다”고 항명이유를 밝혔다.
채 서장은 기자회견을 열어 양천서 고문의혹사건의 배경으로 서울 경찰청의 검거위주의 성과주의를 비판하고, 직속상관인 서울경찰청장 사퇴요구와 자신의 동반사퇴를 밝힌 바 있다. 채수창 서장은 29일 주요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와 경찰서 등급제의 문제점과 검거위주 실적주의를 조목조목 비판했다.
채수창 서장은 이날 오전 MBC 라디오 <시선집중>과 SBS 라디오
채 서장은 “경찰서 등급제에 의한 평가기준의 핵심은 검거에 있다 보니까 일제 검문검색을 하게 되는 거고, 그 파장으로 양천서 고문사건도 나온 것”이라며 “조직문화의 일환으로 나온 거라 확실하게 새로운 지휘부가 들어서서 새로운 경찰문화를 만들지 않으면 제2의 양천서 사건이 터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채 서장에 따르면 조현오 서울청장이 경찰서 등급제를 가지고 보직인사와 승진인사를 공언하자 조직사회에 있는 모든 경찰관들이 거기에 휩쓸리는 상황이 됐다.
채 서장은 경찰조직 일각에서 평소엔 문제제기도 않고 꼴찌하던 서장이 불만을 품고 기자회견을 열었다는 식의 제기에 대해선 이미 문제제기도 했다고 밝혔다. ‘조직 내 지휘계통을 거쳐 정식으로 얘기하는 것이 맞지 않느냐’ 라는 경찰 쪽의 입장을 두고 채 서장은 “사실 이 제도를 하기 전에 서울청에 각 경찰서장들이 모여 회의를 가졌고, 그때 제가 손들고 일어서서 말한 게 ‘이 경찰서 등급제를 해서 1등부터 31등까지 서열을 만들면 아무리 열심히 해도 꼴찌를 할 수밖에 없다. 이런 제도는 잘못됐다’고 분명히 이야기를 했다”고 밝혔다.
그는 검거 위주의 실적주의를 통해 4개월 연속 최하위 등급을 받은 것을 두고는 “경찰의 기본임무라는 게 도둑 잡는 것만이 경찰임무의 전부가 아니”라며 “범죄 예방을 위한 순찰근무, 교통소통 및 안전근무, 112 신고를 받아 대 국민 직접 서비스 등도 경찰의 임무에 많은 부분인데 나머지는 다 도외시하고 검거를 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로 자꾸 유도해나가는 조직문화를 책임지는 사람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채 서장은 경찰서 등급제에서 꼴찌를 하고나자 청문감사관실 감찰들이 붙어 강북서 직원들의 사생활 뒷조사를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이렇게 수모를 겪고 나자 그도 평소 소신을 접고 직원들을 닦달했다. 채 서장은 “제가 부끄럽게 생각하는 건 꼴찌를 당하고 나서 얼마나 압박을 받았는지 갑자기 제가 돌변해 우리 강북서 직원들한테 ‘순찰차를 세우고 법인을 잡아라’, ‘교통소통, 교통안전근무는 그만하고 전부 검거에 나서라’ 라고 같이 휘둘려 직원들께 요구를 했던 지난 한두 달 간의 그게 참 부끄러웠다”고 토로했다. 채 서장이 이번엔 동반 사퇴를 결정한 것도 이런 부끄러운 행동에 동참했던 과거를 책임진다는 뜻에서 나왔다.
채 서장은 경찰서 등급제에 대해 “등급제는 전화친절 이런 것들도 점수에 있지만 그런 것 가지고 점수 올리긴 상당히 어렵다”면서 “검거점수가 제일 많은 비중을 차지하니까 모든 직원이 검거에 매달릴 수밖에 없고, 결국 그렇게 되면 주민들한테 피해가 간다”고 밝혔다. 그는 “형사 절차의 가장 기본전제는 범인 10명을 놓치는 한이 있더라도 절대 억울한 사람 하나를 만들지 말라는 건데 그런 것 없이 검거에 매진하다 보니까 그게 국민들한테 피해가 가게 된다”고 털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