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주사바늘에 찔려도 집에서 치료하지요

고대병원 청소노동자 절반이상 집에서 치료...치료비만 임금의 1/5

고려대병원 청소노동자 중 58.5%가 일하다 다친 경험이 있지만, 58.6%가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따뜻한 밥 한 끼의 권리(따밥) 캠페인단’은 지난 7일, 고려대병원 청소노동자 74명 중 53명을 대상으로 노동안전, 식사 및 식사 공간, 업무량 등 노동환경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 결과 58.5%에 달하는 노동자들이 일을 하다 다친 경험이 있으며, 다친 후 전문적인 치료 없이 집에서 치료하는 경우가 58.6%인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병원 청소노동자들의 경우, 병원에서 나오는 오염된 적치물들에 노출되어 있어 상황은 더욱 심각한 실정이다. 청소노동자들이 아침마다 손수 치워야 하는 쓰레기들은 환자들의 기저귀나 고름이 묻은 거즈, 쓰다 남은 주사기 등이다.

실제로 청소노동자의 부상 종류는 주사바늘에 찔리는 경우가 42.8%로 가장 많았다. 또한 응답자의 76.2%가 다쳤을 경우, 의료비를 본인이 부담했다고 밝혔다. 고려대병원에서 의료비를 부담한 경우는 한 건 도 없었다. 후속 치료의 평균 치료비는 186,750에 달했는데, 이는 100만원 남짓한 한 달 임금의 1/5에 해당하는 금액이었다.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고려대병원 청소노동자들의 열악한 근무환경 역시 공개됐다. 출근시간 등을 통해 파악해 본 업무량 조사에서는 설문에 응답한 50명 중 49명이 취업규칙상 출근시간인 6시보다 일찍 출근하고 있었다.

조기출근의 이유로는 응답자의 100%가 일이 너무 많기 때문이라고 응답했으며, 이들은 평균 68.2분을 일찍 출근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식사의 경우 86%가 도시락으로 해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새벽 출근으로 아침과 점심식사를 병원에서 해결해야 하는 청소노동자들은 보통 하루 한 끼는 도시락을 이용하고 있다. 응답자 중 88.6%가 ‘구내식당 비용이 부담스러워서’라는 문항을 선택했다.

한편 도시락을 이용하는 노동자 중 66.7%가 ‘ps 실’에서 식사를 하고 있었다. 현재 고려대병원에는 72명의 청소노동자들이 일을 하고 있지만, 휴게실은 10평남짓한 공간 하나뿐이다. 때문에 노동자들은 배기관과 환기통이 들어차있는 어두컴컴한 ps실에서 식사를 할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화장실에서 식사를 해결하고 있다는 응답자도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밥 캠페인단은 8일 낮 12시부터 1시까지 고려대병원에서 청소노동자들의 환경 개선을 위한 6차 캠페인을 진행한다. 이들은 고려대병원을 이용하는 환자보호자들에게 청소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알리고, 고려대병원 측의 개선대책 마련을 촉구할 계획이다.

류남미 공공노조 미조직비정규실장은 “주사바늘에 찔렸을 경우, 감염이 의심되기 때문에 적절한 응급조치가 필요하다”면서 “고려대병원에 응급조치가 필요한 청소노동자들에게 이를 지원하도록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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