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방송사에 난입해 생방송 직전의 프로그램 대본을 요구, 언론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한 사태가 발생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민주방송실천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6월28일 서울 경찰청 정보 2분실 박 모 경위가 서울 여의도 MBC 본사 라디오 본부 5 스튜디오에 와서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의 생방송 대본을 요구한 일이 발생했다고 9일 밝혔다.
언론노조에 따르면, MBC 라디오 PD들 역시 서울 경찰청장의 진상 공개 및 책임자 처벌과 공개 사과, 권력기관의 방송사 사찰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고 밝혔다.
MBC본부 민실위는 “경찰이 생방송 스튜디오에 무단 침입해 대본을 요구한 것은 군사독재 시절에도 없었던 일”이라며 “언론 자유에 대한 중대한 침해이자 방송의 독립성을 현저하게 위협하는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도발”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사건 당일인 6월28일 김미화씨가 진행하는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에서는 경찰 수뇌부의 실적주의를 비판한 채수창 강북 경찰서장을 전화인터뷰가 예정돼 있었다.
언론노조와 MBC 민실위에 따르면 생방송 시작 10분전에 박 모 경위는 프로그램 담당 김 모 PD에게 전화해 “채수창 서장이 출연하느냐” “언제 나오느냐?” 등 재차 질문을 했고, 이에 김 PD는 “도대체 왜 그러시느냐, 지금 생방송 준비로 정신없다. 핸드폰 전화를 주면 방송 후 연락하겠다”고 말한 뒤 전화를 끊었다.
그 뒤 김 PD가 생방송을 위해 스튜디오로 가 보니 이미 박 경위가 있었고, 박 경위는 김 PD에게 “채수창 전 서장 인터뷰 대본 보러왔다”고 말했다. 이에 김 PD는 “인터뷰 질문지는 우리(MBC) 심의실에서도 미리 보는 경우가 없다”고 말하고, 스튜디오는 외부인 출입 금지 구역으로 나갈 것을 요구하고 박 경위를 내보냈다.
언론노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관계자들은 9일 MBC을 찾아 서경주 라디오 본부장을 만나 “그저 알고 싶은 내용이 있어 찾아갔으나 무리한 점이 있다”며 “스튜디오까지 간 것은 잘못된 일로 사과하지만 사찰이나 사전 검열은 아니였다”고 말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