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중동, 자율고 취소 전북교육감에 일제히 이념 공세

자율고 지정과정 문제점엔 눈감고 좌파교육감 딱지붙이기만

조중동(조선, 중앙, 동아일보)이 동시에 2일자 사설에서 김승환 전북교육감을 비난하고 나섰다. 이들 신문의 김승환 교육감 비난은 친전교조, 좌파, 이념 등의 단어로 시작했다. 이들이 김승환 교육감을 강하게 비난한 것은 김승환 교육감이 이끄는 전북도 교육청이 1일 익산 남성고와 군산 중앙고의 자율형사립고(자율고) 지정을 취소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조중동 사설의 핵심은 자율고가 무조건 좋은 제도라 김 교육감의 일방 취소는 이념적이고 독선적이라는 것이다.


문제가 된 두 학교는 최규호 전 전북도교육감이 교육감 선거를 이틀 앞둔 5월 31일 전격 자율고로 지정하면서 논란이 됐다. 당시 자율고 지정은 해당 지역고교의 파탄, 평준화 해체, 귀족학교 등장, 수도권 자사고 들러리 서기 등 분열과 갈등만 조장한다는 논란이 일면서 전북전교조 등 교육단체와 학부모 단체가 강하게 반발했다. 이들은 또 자율고 지정 과정에 대해서도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었다. 조중동의 기사와 사설엔 이런 내용은 전혀 담겨 있지 않았다.

전북지역 교육, 학부모 단체들은 두 학교가 자율고로 지정될 당시 “남성고, 중앙교 두 학교가 2009년에는 법정부담금이 턱없이 모자랐는데도 1년도 채 되지 않아 지정요건을 충족됐다는 이유로 적합결정을 받았다”면서 “도교육청이 이 과정을 밝혀줄 회의내용과 이행계획서를 공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자율고 심의위원회를 놓고도 “총 10명의 위원중 도교육청 내부인사 5명, 전직 교장 출신 1명 등 실질적으로 과반수를 점유하고 있고, 이들이 도교육청의 입장을 그대로 대변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김승환 교육감은 취임때부터 "자율고 지정 과정에 법적하자가 있거나 절차상 문제가 있다면 지정을 취소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 "현재 익산이나 군산 모두 해당 지역에서 중학교를 졸업했을 경우 같은 지역 고등학교에 진학하지 못하는 학생이 1000명에 가깝다"면서 "여기에 자율고가 더해지면 어려움은 가중될 것이고, 차별 없는 공교육을 위해서는 이런 문제점을 시정해야 한다"고 지정 철회를 위한 조사 이유를 누누이 강조해왔다.

자율고는 학비가 기존 학교보다 3배정도 높은데다 중학교부터 입시경쟁을 통한 사교육비 증가논란을 일으켜 왔다. 학부모 입장에서는 공교육비와 사교육비 부담이 함께 커지면서 돈 있는 사람들만 갈 수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전임 교육감의 잘못된 정책 바로잡기를 좌파적 독단으로 몰아

이런 논란 속에 전북도교육청은 내부적으로 두 학교의 자율고 지정과정을 다시 검토한 결과 지정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북도 교육청이 이렇게 자율고 지정을 취소하겠다고 밝히자 조중동은 사회면과 사설에서 김승환 교육감을 좌파적 독단으로 몰아붙였다. 조중동은 모두 자율고의 문제점은 전혀 지적하지 않고 자율고에 대한 찬사로 김승환 전북교육감을 깍아 내리기에만 열중했다.

동아는 ‘김승환 교육감, 전북교육 혼란 혼자 책임질 건가’라는 사설에서 “두 학교는 5월 적법한 절차에 따라 자율고 지정을 마쳤고 10월 원서접수를 시작해 내년 첫 신입생을 받을 채비를 하고 있었다”며 “‘교육의 양극화 계층화를 초래하는 특권교육에 반대한다’고 공언하던 김 교육감의 평준화 집착증이 자율고를 첫 희생양으로 삼은 것”이라고 비난했다. 동아는 심지어 “최대호 안양시장(민주당)이 불법 단체인 전국공무원노조(전공노)에 대한 징계를 담당한 공무원들을 인사위원회도 거치지 않고 대거 좌천시켰다”며 “좌파 성향의 교육감과 지자체장이 자신들의 ‘영지(領地)’에서 사사건건 정부에 맞서면서 국민에게 혼란을 주는 모습을 바라보는 국민은 불안하다”고 전혀 다른 문제와 연결시켜 김 교육감이 독선적이라는 인심을 심어줬다.

중앙은 ‘일방통행식 교육정책은 교육 불신 부른다’는 사설을 통해 근거 없는 자율고 찬사만 늘어놓으며 김 교육감을 공격했다. 중앙은 “자율고는 학교가 자율적으로 교육 과정을 편성할 수 있어 특색 있는 교육이 가능하고 학생의 학교 선택권이 확대되고 학교 간 경쟁을 촉진한다는 점에서도 바람직한 제도”라며 “김 교육감은 ‘교육의 양극화·계층화를 초래하는 특권 교육에 반대한다’는 교육철학을 앞세워 자율고 발목 잡기에 나선 것이다. 안타깝기 짝이 없는 일”이라고 김 교육감의 교육철학을 깍아내렸다.

또 김 교육감의 정책결정이 신중치 못한 것처럼 사설을 이어갔다. 중앙은 “지방교육의 수장인 교육감의 권한은 막강한 만큼 교육감의 교육정책은 신중하게 시행돼야 한다”며 “자신의 이념적 성향이나 교육철학만 고집해선 안 된다. 교육감의 성향이나 철학에 따라 모든 교육정책이 송두리째 뒤바뀌는 일이 반복돼선 교육에 대한 신뢰를 잃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교육자치 시대 전임 교육감의 잘못된 정책을 바로잡는 것이 교육감의 본연의 임무인 점을 감안한다면 사실상 교육감의 고유업무를 중단하라는 식으로 읽힌다.

조선은 특히 사회면에서 김 교육감과 다른 진보교육감을 비교하며 과격 급진 좌파 이미지로 다뤘다. 조선은 “진보성향 교육단체나 다른 진보교육감 측도 ‘김승환 교육감이 성급하게 무리수를 둔 것 아니냐’는 지적이 흘러나온다”며 “김 교육감은 취임 후 지난 한달동안 ‘가장튄다, 너무 과속한다’는 평가를 받아왔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또 익명의 진보성향 교육계 관계자의 말을 빌어 “김 교육감이 먼저 총대를 메면서 논란은 활성화 되겠지만 진보가 권력을 잡았다고 한꺼번에 바꿔버리면 우리가 비판해온 현 정부 행태와 다른 게 무엇인가”라며 독단으로 몰았다.

이 기사는 전북지역 두 학교가 자율고 준비 단계인 점을 제대로 알리지 않아 전형적인 왜곡 이다. 김승환 교육감도 이미 시행이 된 전북의 다른 자율고는 취소하지 않았다. 다른 진보교육감과 특별한 차이가 있지 않는데도 익명의 말을 빌어 전북교육감만 앞서 나간다는 식의 보도를 한 것이다. 실제 문제가 된 두 학교는 자율고로 지정된 지 2개월밖에 안 됐고 자율고 지정과정도 논란이 많아 지금 지정을 취소하는 것이 가장 적절할 수 있다.

조선은 또 ‘전북 학부모 희망 꺾는 친전교조 교육감’이라는 사설에서 김 교육감을 친전교조라고 규정하고 자율고의 장점을 설파하면서 저소득층 아이들이 미래를 걱정하기도 했다.

조선은 “자율형사립고는 내신 50% 이내의 응시자를 대상으로 추첨으로 신입생을 뽑고, 재단이 학교 운영비의 3~5%를 내야 하고, 등록금은 일반고의 3배까지 받을 수 있으며, 교과과정에 자율성을 갖는다”는 자율고 소개로 사설을 시작했다. 조선은 이어 “올 1학기부터 자율형사립고가 된 서울 한가람고는 '75분 수업제'와 학년에 상관없이 선택과목을 골라 듣는 '학점제'를 시행하고, 교육과정이 학교 자율이어서 '영어 작문' '영어 강독' 같은 심화 과정을 설치했고, '비교 문화' '국제법' '패션 디자인' '디지털사진 촬영' 등의 대학에서나 볼 수 있는 과목도 개설해놓고 있다”고 칭찬을 늘어놨다.

조선은 “한가람고 같은 자율형사립고가 전북에도 생긴다면 전북의 우수 학생들이 수도권 등으로 빠져나가는 일은 많이 줄어들 것”이라고 낙관론을 펴기도 했다. 이런 칭찬과 낙관론을 전개하며 조선은 무상급식 논란대마다 써먹던 저소득층 아이들을 또 언급했다. 조선은 “자율고는 신입생의 20%를 저소득층·소년소녀가장·다문화가정 출신 등에서 '사회적배려대상자 전형'으로 뽑고 있다”며 “김 교육감이 자율형사립고를 아예 없애버리면 머리도 좋고 의욕은 있지만 사교육(私敎育)을 받을 형편은 못 되는 전북의 저소득층 우수 학생들이 질 좋은 공교육을 받아 앞날을 개척할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 된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조중동 사설과 기사 어디를 찾아봐도 김 교육감에 대한 비난만 있을 뿐 두 학교의 자율고 지정과정에 대한 논란과 자율고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내용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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