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 대리기사, 주먹으로 맞고 살려달라 애원하기도”

특수고용직 대리운전기사 법 사각지대서 신음..산재보험 등 절실

지난 6월 26일 경기도 남양주에서 대리운전기사의 운전이 맘에 안 든다며 다툼을 벌이다 차량으로 치어 숨지게 한 사건으로 특수고용직 인권 문제가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특수고용직은 사실상 사업주에 지시를 받고 종속 되어 있으면서도 수수료나 건당으로 임금을 대신해 근로자가 아닌 사업자 취급을 받는 고용 유형이다. 대리기사는 특정회사에 소속되어 있고, 타인의 차량을 운전하는 특정한 업무를 수행하며 자신이 일한 대가로 사실상 임금을 받는 전형적인 특수고용직이다. 문제는 이들이 근로기준법이나 노동조합법상 근로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각종폭력과 사고에 노출되어 있어도 산업재해보험 가입도 안 된다는 데 있다.

이번 대리운전기사 사망사건을 계기로 노동계가 나섰다. 민주노총과 서비스연맹, 대구지역대리기사노조는 3일 기자회견을 열고 “대리기사 사망사건은 특수고용직에 대한 노동3권만 보장됐다면 죽음까지 이르지 않았을 것”이라며 “대리운전 노동자 산재적용과 특수고용노동자 전면 산재 적용을 위한 법제도 장치를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출처: 이명익 노동과 세계 기자]

산재는 물론 범죄를 막기 위해서도 대리기사 법제화 절실

이날 노조가 공개한 대리운전기사 근로조건은 법의 사각지대에선 특수고용직의 문제점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2008년 대리기사를 하던 여 모씨는 대리기사의 특성상 무리하게 야간 일을 하다 심장마비로 사망하기도 했다. 하지만 여 모씨에 대한 회사의 보상이나 사후 대책은 전혀 없었다. 대리기사는 야간일이라 장기간 일을 할 경우 뇌심혈관계 질환 등에 노출돼 건강에 심각한 문제를 불러온다.

최근 대구지방노동청에 산재적용을 요구하며 1인 시위를 해온 김 모씨는 대리운전을 하다 교통사고가 났지만 당시 대리운전 한 차량이 보험 가입이 안 된 차량이었다. 그는 치료비도 제대로 보상 받지 못했다. 대부분 대리기사가 그렇듯이 형편이 어려운 상황에서 김 씨가 입원해 있자 부인이 대신 나와 대리운전을 했다.

여성 대리기사들은 폭력과 성추행에도 노출돼 있어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은 더 시급하다. 한 여성 대리기사는 최근에 함께 차에 탄 손님들을 차례로 목적지에 내려주고 대리요금 룰에 따라 손님 한 명당 2천원씩 추가해 달라는 얘기를 했다가 폭행을 당했다. 최종 목적지에 내린 차주가 ‘뭐 이런 게 다 있느냐’며 주먹으로 사정없이 가격하자 차주에게 ‘살려달라’고 애원 했다. 많은 대리기사들은 차주에게 뺨을 맞는 일도 많고 돈을 못 받는 일도 많다.

최영환 대구지역대리운전노조 위원장은 “콜센터는 이런 폭력 사건이 일어나도 쉬쉬하고 있어 남양주 사망사건 이후에도 끊임없이 전국적으로 폭력사건이 일어난다”며 “대리기사에겐 인권은 전혀없다. 하루 빨리 대리운전기사 업무를 법제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최영환 위원장은 “여기사 성추행 사건도 시도별로 경찰서 마다 몇 건씩 걸려 있다”며 “산재는 물론 범죄를 막기 위해서도 대리기사 법제화는 절실하다”고 밝혔다.

강규혁 서비스 연맹 위원장은 “대리기사의 죽음을 단순한 취객 실수로 치부하기엔 이 사회의 구조적 모순이 심각하다”며 “노동자인데도 앞에 특수라는 천형이 붙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 적나라하게 나타났다. 취객 한 명의 문제가 아닌 근본적인 해결책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규혁 위원장은 “이번 계기로 재발이 안 되려면 특수고용노동자 노동3권을 국회에서 본격적으로 논의해야한다”며 “특수자가 붙은 노동자가 100만명 인데도 국회의원 대부분이 제도적이나 법적으로 보호 장치 마련을 외면하는 게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박대규 민주노총 특수고용대책회의 의장도 “퀵 서비스 노동자는 오토바이 한 대가 나가면 관 틀이 한 대 나간다고 한다. 바퀴두개로 급하게 배달하면 과속을 할 수밖에 없고 사고가 나면 어떤 법제도 적용이 없는 위험 속에 일을 한다. 간병인 노동자들은 환자들을 직접 돌보며 세균에 노출되는 상황인데도 어떤 병에 걸리든 다 자기잘못이고 사회적으로 어떤 보장제도가 없다”며 “10년 넘게 특수고용 문제를 제기해 왔지만 아직도 메아리로만 떠돈다”고 비판했다. 박대규 의장은 “사용자 입장에서 특수고용직은 노동자가 아니다는 한마디로 모든 인권이 무시되고 법의 사각지대에서 외면당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하다못해 산재보험이나 다른 사회보장이라도 올바르게 적용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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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망할놈들

    대리기사 깔아 죽인 넘, 여성대리기사 주먹으로 친 넘--> 이 새끼들 죄다 똑같이 보복당해야 해... 조금 가졌다고 덜 가진 사람들 패악질을 하는 못된 마름같은 넘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