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조 6년, 우리는 테러리스트가 아니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3)

단식 농성을 하던 이주노동자노동조합(이하 이주노조) 미셸 파울로 위원장이 응급실로 실려 갔다. 명동성당 들머리에서 금요일마다 진행되는 ‘이주노조 촛불문화제’를 몇 시간 앞두고 그 소식을 들었다. 이주노조는 G20 정상회의 개최를 빌미로 강화되고 있는 미등록이주노동자 단속에 항의하며 명동 향린교회에서 농성을 하고 있었다. 농성 25일째이자, 미셸 위원장의 단식이 13일째인 날이었다. 위원장의 입원 소식을 듣고서야 명동성당으로 걸음을 옮긴다.

명동성당 들머리에 들어서자 계단에 모여 앉은 80여명의 사람들이 보인다. 노래 공연을 하고 있다. 반주가 준비되지 않았다는 말에 집회에 참가한 민중가수 박준 씨가 무대로 달려가 기타 연주를 한다. 기타 소리를 듣고 있자니, 2003년 명동성당 들머리를 메웠던 이주노동자들의 농성천막이 떠오른다.

이주노조 6년의 역사

90년대 산업연수생이라는 이름으로 한국으로 온 이들은 비인간적인 대우와 저임금 노동에 시달린다. 2000년대 들어, 십여 년간 말을 배우고 기술을 익힌 이주노동자들이 자신의 권리를 요구하는 움직임들을 만들어가기 시작한다.

그러나 2003년, 노무현 정부는 ‘합법적인 외국인력 활용제도를 통해 생산직 인력난을 완화하고 불법체류자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고용허가제를 도입했다. 그 시행에 앞서 ‘불법체류자 문제’ 해결 방안으로 미등록이주노동자에 대한 대규모 단속이 이뤄졌다. 10년 가까이 한국에 체류한 대다수의 이주노동자들이 추방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이주노동자들은 집과 공장에 숨어들었다. 지하철 선로에 투신한 스리랑카 노동자 다르카씨를 비롯해 수많은 이주노동자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기까지 했다. 그러나 이주노동자들 중 일부는 웅크려 숨죽이고 있기를 거부했다. 단속에 항의하는 농성이 명동성당을 비롯한 각지에서 일어났다.

당시 학생이었던 나는 이주노동자들 농성 소식을 듣고 명동성당으로 갔다. “랠리(rally) 할 거예요. 다들 나오세요.” 한국인 사회자의 말에 천막에서 낯선 얼굴들이 하나둘 나왔다. 이렇게 가까이서 많은 수의 외국인을 보는 건 처음이었다. 긴장한 나와 친구들은 한쪽 구석에 모여 “랠리가 뭐야? 집회 말하는 거야?”라고 수군거리며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들도 우리를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농성 1년 동안 우리가 ‘랠리’라는 말에 익숙해진 것처럼, 그들도 변해갔다. 농성장을 찾아온 한국인들을 보고 ‘도와주세요’라고 눈을 동그랗게 뜨던 이주노동자들이 어느덧 ‘우리의 문제는 한국 노동자들의 문제이기도 하다'고 외치게 됐다. 그 변화의 결과로 2005년, 이주노조가 만들어졌다. 이주노동자들이 만든 독자적인 노동조합이다.

한국 정부는 6년이 지난 지금도 이주노조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아노아르, 까지만 등 역대 위원장을 비롯한 활동가 대부분을 표적 단속해 추방시켰다. 그들은 빈털터리 신세로 낡은 옷에 슬리퍼를 신은 채 한밤중에 몰래 비행기에 태워져 고국에 버려졌다.

사노위(사회주의노동자정당건설공동실천위원회) 유현경 씨가 문화제 자유발언을 통해 화성보호소에 구금된 아노아르 전 위원장을 면회한 일을 말해준다. 함께 간 딸아이에게 아노아르 위원장은 ‘삼촌이 한 번도 용돈을 못 줬다’며 주머니에서 구겨진 만 원짜리 한 장을 꺼냈다. 플라스틱 투명창과 쇠창살로 막힌 벽에 작게 난 구멍으로 지폐를 구겨 넣으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그 모습이 눈에 선하게 그려진다. 덧붙여 유현경 씨는 질문 하나를 던진다.

“왜 이주노동조합 농성이 거리가 아닌, 교회 안으로 들어가 이루어질 수밖에 없는가”

그것은 단속 추방의 공포에 떨고 있는 이주노동자들의 열악한 처지를 말해주는 것이 아니다. 유현경 씨는 이주노동자 운동에 있어 한국 노동자들의 연대가 부족하다는 사실을 이유로 든다. 2003년 이주노동자들의 대규모 농성은, 자신의 처지를 뚫고 나온 이주노동자들 스스로의 힘이기도 했지만 또한 많은 한국인들의 연대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출범한 지 6년, 이주노조의 상황은 좋지 않다. 미등록이주노동자에 대한 단속은 해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단속연행 과정에서 욕설, 폭행, 성폭력 등의 문제도 심각하다. 이주민 인권침해 감시단 ‘Cats-Eye'의 조사에 따르면, 심지어 지갑 안에 ID카드가 있는 등록 이주노동자에게 수갑을 채워 연행한 사건도 있다. 비자가 있음을 뒤늦게 확인하고 풀어주는 과정에서 출입국 직원들은 "앞으로 조심해"라며 윽박을 지르기까지 했다고 한다.

그러나 누구도 연행과정에서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인종차별과 인권침해에 대해 책임지고 않는다. 쫓겨나는 이주노동자들만 늘고 있을 뿐이다. 이주노동자들은 더 깊이 숨어들고 있다.

토르너 위원장이 표적 연행되어 추방된 이후 노조 위원장 자리조차 한동안 공석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2009년 7월 미셸 위원장이 선출됐다. 간혹 집회에서 만난 미셸 위원장은 작지만 다부진 인상을 가진 사람이었다. 이번 단식은 그의 고집이었다. 자신의 단식농성이 지역에 움츠려 있는 이주노동자들에게 전해지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이주노동자들이 사라진 날

오는 11월에 한국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담을 앞두고 이명박 정부는 부산하다. 장학사 방문을 기다리는 초등학교 담임 같이 광화문을 날림공사하고 국격을 높인다며 껌 뱉는 거조차 관여하기 시작하더니, 드디어 70만 명이나 한국에 거주하는 이주노동자들을 테러리스트 취급하며 단속 검문을 강화했다.

이날 문화제 사회를 본 이주노조 정영섭 사무처장은 “G20을 빌미로 사람들이 쓰레기처럼 삶의 터전에서 거리에서 밀려나고 있다”고 했다. 이날 문화제에는 G20을 앞세워 거리에서 내쫓긴 노점상과 노숙인 등이 참가한 빈곤연대도 함께했다.

언론과 인터뷰에서 미셸 위원장이 한 G20 비판은 의미심장하다. “G20 참여 국가들이 자신들의 부를 지키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모였을 뿐이며, 오히려 가난한 나라에 빈곤을 강요해 이주노동자들을 만들고 있다.”

이들 국가는 이주노동에 대한 장벽과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 4월, 인종차별적 검문관행을 법적으로 보장한 이민법이 애리조나 주정부에서 통과되는 등 미국은 여전히 이주노동자들의 문제에 날을 세우고 있다. 유럽 각 국가들도 경제위기가 닥치자 저마다 이민법을 강화하는 데 나서고 있다.

멕시코-미국 국경을 넘으려는 남미인들의 몸부림은 처절하다. 달리는 기차 위나 트럭 밑바닥에 매달려 국경을 넘는 건 양호한 축에 속한다. 차 좌석 시트 안에 들어가 온몸을 스펀지로 덮어 위장한 남미인들의 사진이 인터넷에 떠돌고 있다. 미국으로의 이주를 꿈꾸며 국경을 넘는 이들은 연 30만 명에 다다른다. 이 중 국경수비대의 총에 맞거나 달리는 열차에서 떨어져 사망하는 이들의 수가 매년 500명을 넘어선다. 일자리가 창출되지 않는 자국 경제 속에서 젊은이들의 탈출구, 아니 생존구는 ‘이주’이지만 그 과정은 죽음을 담보해야 할 만큼 어렵다.

그러나 캘리포니아에서 모든 멕시코인들이 사라진 상황을 코믹하게 그린 영화 <멕시코인이 사라진 날>은 남미 출신의 이주노동자들이 미국에서 어떤 노동을 담당하고 있는 지를 보여준다. 농장노동, 시설관리 등 저임금 노동을 감당하고 있는 것은 대부분 히스패닉이나 아시아 출신 이주노동자들이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가의 기업들은 값싼 노동력을 필요로 한다. 더 싼 노동력을 찾아 세계 각지로 이동한다. 얼마 전, 중국 노동자들의 임금인상 요구가 커지자 다국적 기업들이 캄보디아와 같은 동남아시아로 공장을 이전하고 있다는 기사를 보았다. 자본을 가진 이들은 낮은 임금을 기반으로 한 생산비 절감을 위해 세계 각지로 이동한다. 동시에 저개발 국가와 인력송출계약 MOU를 맺어 이주노동자들을 불러 모은다. 저개발 국가의 내전, 전쟁, 빈곤은 그들에게 저임금 인력을 마련해 준다.

한편으로는 국가의 힘을 빌려 이주노동자들을 통제한다. 불법과 합법이라는 기준을 만들어 이주노동자의 수를 제한한다. 이주노동자들이 실업과 테러, 범죄의 주범인 것처럼 언론을 조장하고,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편견을 방치해 이주노동자와 내국인 노동자들의 갈등을 부추긴다. 그로써 그들이 얻는 것은 생산비 절감이다.


농성 참가자가 손에 든 피켓을 본다.

<우리는 테러리스트가 아니다>

이들은 단지 돈을 벌러 온 노동자일 뿐이다. 오히려 돈의 논리로 인간의 삶을 밑바닥으로 끌어내리는 저들이야 말로 테러리스트들이 아닌가.

미셸 위원장은 중환자실에서조차 단식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주노조 위원장의 쾌유를 빈다. (사진=이주노조)
덧붙이는 말

이 글은 <울산노동뉴스>에 연재되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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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ddd

    불체자도 이주노동자???범법자을 숨겨주는 한국 잘한다..

  • ㄷㄷㄷㄷ

    한국에서 배운게 단식 ??>???먹지마...

  • ㅇㅇ

    대한민국 법이 만만한가??ㅋㅋ
    암튼 사이비 인권단체들이 문제다.

  • 이해불가

    불체자는 추방해야지 뭐 돈만 벌러온 노동자일뿐이라고 당신들은 칼만 안들었지 강도 인신매매범이야 왜 국제결혼해서 온 여성을 꼬셔 같은 불법 체류자가 돼게 만드는지 진짜 이해 불가 상식을 넘나드는데 그리고 그렇게 꼬셔서 한곳에 갇아놓고 전화도 못하게 하고 외국인 등록증 뺏어 어디 못가게 하고 공장에 처박아 놓고 일시킨데메 에라이 지네 나라 동포 팔아먹는 자이 자이 자슥들아 당신들 나라로 가 재발 좀 국제 결혼해서 행복하게 잘사는 사람 행복 깨지 말고

  • 이자식

    아주 악질이던데, 2004년도서부터 무슨 불체자 따위에 농성을 벌이고, 시위하고 ㅋㅋ 참내 대한민국에서 나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