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파견에 과태료나 벌금 때리지 말라”

‘현대차 불법파견 판결 그후 토론회’...행정부, 입법부 역할 강조

7월 22일 대법원의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불법파견 판결의 후속조치를 두고 갖가지 논의가 나오고 있다. 특히 민주노총 금속노조는 다양한 토론회를 통해 전사회적으로 이번 판결의 의미를 상식적인 수준으로 굳히기를 하고 나섰다. 후속조치로 발 빠르게 가야 한다는 것이다. 금속노조와 민주노동당은 17일 오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현대차 불법파견 판결 그후, 정규직 전환 방안 토론회’를 열고 불법파견 판결 후속조치를 논의했다. 이날 토론회는 입법부와 행정부의 불법파견 후속조치를 어떻게 취해야 하는지가 논의 됐다.


대법, 하청사 현장대리인 논란에 종지부 찍어

주 발제에 나선 권두섭 민주노총 법률원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제조업 사내하청 = 불법파견'이라는 것을 판시한 것”이라며 “대법원이 불법파견으로 2년이 지나 직접고용이 되면 큰 사업장에서 크게 문제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스스로도 많이 제기했지만 2년간 고심해 법대로 해야한다고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고 평가했다. 권두섭 변호사는 “특히 이번에 판시 된 내용은 제조업 사내하청의 전형으로 볼 수 있는 사항들로 무엇보다 현장대리인에 대한 판시가 의미가 있다”며 “대법은 누가 업무를 전달하느냐가 아닌 누가 지시내용을 결정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봤고, 도급인이 전달하거나 지시 명령이 도급인에 의해 통제되어도 원청이 업무지시를 한 걸로 봐야한다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 의미”라고 설명했다. 2002년 이후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불법파견 투쟁을 일으키자 사용자들은 현장대리인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현장대리인은 하청업체의 소장, 반장, 직장 등이 지시를 하는 방식으로 도급인과 원청인이 업무협의를 해 직접적인 업무지시를 내리지 않기 때문에 파견이 아닌 도급이라고 원청사는 주장해 왔다.

권 변호사는 또 “기존의 불법파견 판결은 규모가 작은 사업장이나 일반화하기 어려운 사업자에서 나왔는데 이번 판결이 나온 경위나 내용을 볼 때 현대자동차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이런 방식의 제조업 사내하청엔 모든 적용이 가능한 판결이라는데 가장 큰 의미가 있다”며 “완성차업체, 부품사, 전자, 철강 등 컨베이어 벨트방식에 생산라인에 인력 투입되는 방식에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고 의미를 뒀다.

권 변호사는 “대법이 정책법원을 지향하고 있고 그런 고심 하에 내린 판결이라고 생각된다”며 “대법판결이 사건 발생이후 5년 6개월이 지나 나온 만큼 개별노동자가 다 소송해서 해결하라는 방식이 아닌 노동부나 국회에서 그 취지에 따라 입법과 행정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형우 금속노조 부위원장은 “이번 대법 판결은 대한뉴스 감”이라며 “똑같은 불법파견인데도 2년 이하는 정규직이 안 되게 한 것은 웃기는 일”이라고 비난했다. 김형우 부위원장은 “2년 이상과 2년 이하를 구분해서는 안 된다. 상시적인 공정이냐로 보고 사람에 관계없이 상시적인 공정은 다 정규직이 되어야 한다. 2년 이하 노동자를 포함해 전부 조직해서 희망을 가지는 그런 투쟁을 일으켜야 한다”고 밝혔다. 김 부위원장은 “상시업무는 정규직화 해야 한다는 방침을 현장에서 확인시켜내는 투쟁을 해야 한다”며 “현대차지부부터 1사1조직(노조)를 통해 우리내부에서부터 스스로 원청 사용자성을 인정해야 한다. 내 사용주가 정몽구면 비정규직 사내하청의 사용자도 정몽구인 것을 인정해야하는데 그러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시간 오래걸리는 사법부 보다 행정부와 입법부의 발 빠른 조치 필요

토론자로 나온 조경배 순천향대학교 교수는 “이번 대법 판결에 한계가 있다”며 판결의 한계와 정확한 의미를 잘 이해해야 구체적인 행동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법적인 투쟁을 통해 법원에 소송 전개로 구제받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조경배 교수는 “이번 판결은 2년이 되지 못한 사람에게는 어떻게 할지를 내놓지 않았다”며 “이들에 대해 구체적인 법률이 없어도 법 일반원칙에 따라 판단해야한다. 파견법은 법률의 모든 요건을 갖추었을 때 만 예외적으로 파견을 하도록 근로자가 불리해도 하도록 한 법이다. 따라서 예외가 잘못됐으면 원칙으로 돌아가야 한다. 근로기준법과 중간착취금지 등의 법질서를 파악하면 된다. 불법이 되는 순간부터 노동법의 일반원리에 따라 직접고용으로 간주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전속적인 사내하청 경우는 파견도 아니고 사업체로서 실체도 없어 회사도 아니다”며 이미 불법이라고 판정이 난 상황에선 직접고용 관계임을 재차 강조했다.

사법부의 한계를 지적한 조경배 교수는 사법부의 역할을 넘어 행정부와 입법부의 역할을 강조했다. 행정부를 향해선 “노동부가 불법파견업체에 과태료나 벌금 얼마씩 때리는 것은 하지말라”며 “외국의 법들은 형벌이 강한 게 아니라 집행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파견법 적용시 검찰이 한 달 징역형 정도를 주면된다. 한 달 간 감옥에 있다면 사업주들은 끔찍하지만 회사업무에 큰 지장을 주진 않는다. 그런 식으로 위반할 때마다 한 달 씩 하면 굉장히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정부에 주문했다. 조경배 교수는 또 “법원은 항상 최후적이고 시간이 많이 걸린다. 가장 빨리하는 것은 행정부가 최소한 법의 범위에서 조치를 하고 입법부의 개정노력이 중요하다. 판사들은 법률이 없으면 판단을 못하고 부담스러워한다. 따라서 국회가 법령을 만들어 줘야한다. 입법부가 파견법이 바보법이 아니라 제대로 된 법이 되도록 파견이 상용화 되지 않도록 해야한다”고 촉구했다.

노동부, 일단 실태조사 부터

김동욱 고용노동부 고용평등정책과 서기관은 “이번 불법파견 판결은 개별 사업장 실태를 보고 난 후 판단할 사항이라고 본다”며 “모든 하청에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것이 아닌 법 집행입장에서 개별실태를 보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김동욱 서기관은 “사내하도급근로자를 많이 활용하는 사업장이나 원하청 근로자가 혼재 된 사업장, 문제제기가 많은 사업장을 중심으로 주로 파견관련과 노동관계법위반, 하도급 근로자임금실태 등을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동욱 서기관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실태조사시에 근로자에게 객관적인 설문 분위기를 조성하고 직접 설문을 받을 계획이다. 또 노조나 노사협의회가 있으면 의견을 청취하고 실태조사 결과는 노조 상급단체와 공유하도록 할 방침이다. 김 서기관은 “불법파견은 법에 따라 조치하고 고용 안정을 위해서 직접 고용하도록 우선 지도할 계획”이라며 “노동부는 직접고용 위반시 과태료는 근로자 1인당 1천만원으로 집행해 왔다. 1인당 3천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 서기관은 금속과 공동 실태조사를 할 의향은 없느냐는 참가자의 질문엔 “사내하도급 실태점검은 노사 당사자간 주장이 엇갈려 해당사업장 노조의 상급단체가 직접 참가하거나 근로감독관 아닌 3자의 참가는 사용자의 거부나 영업비밀 등을 들어 자료제출 거부 등이 있을 수 있다”며 “다만 계획수립단계에서 상급단체 의견을 들을 방안은 있다. 목요일(19일)에 노동부에 노사 상급단체 관계자들이 와 실태점검 계획을 공유하고 근로자 설문이나 실태점검표를 검토하기로 해 실태점검 계획수립단계에 참석하는 것으로 했다”고 밝혔다.

GM 대우 사내하청 노동자로 5년 동안 일한 한 참가자는 김 서기관에게 “실제 GM대우 부평공장은 노동부에서 실태조사를 나왔지만 반나절만 조사했고, 설문조사도 회사 말을 잘 듣는 20명 정도가 했다. 지금은 대부분 해고가 많이 돼 부평공장에서 일하는 사람 중 2005년 7월 1일 이전입사자를 찾기가 어려워 실태조사를 제대로 할 수가 없다. 현장 안 노동자 조사를 넘어 다각적인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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