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8월, 정부가 공기업 선진화 방안에 따라, 인천공항 민영화에 착수했다. 세계적인 허브공항이 되기 위해서는 선진운영기법을 배워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인천공항 민영화가 오히려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인천공항의 서비스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인천공항, 왜 민영화 하나
인천공항은 작년 한 해, 2600억 원의 흑자를 기록했으며, 올해 순이익은 5000억 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5년 째 세계 1위 공항으로 선정되었으며, 환승객 수도 500만 명이 넘어선 상황이다. 이는 인천공항이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증거지만, 정부는 민영화를 통한 또 다른 경쟁력 확보를 이야기 하고 있다.
지난 29일, MBC [시사매거진 2580]에서는 정부에서 추진하는 인천공항 민영화가, 오히려 인천공항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미 인천공항의 우수경영이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상황에서, ‘선진운영기법’을 도입한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김상도 국토해양부 과장은 [시사매거진 2580]과의 인터뷰에서 “공기업 형태로 100% 정부가 주식을 갖고 있는 것 보다는 민간이 일정 부분 주식을 가지면서 경영의 통제나 가이드를 할 수 있는 형태가 더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인천공항의 경영 기법은 이미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상황. 지금까지 인천공항의 경영 기법을 배우겠다고 찾아온 세계 각국 항공 관련자만 4000명이 넘는다. 또한 이라크 아르빌 공항과 러시아 하바로브스크 공항에는 인천공항의 운영기술이 수출되기도 했다.
이에 홍장표 부경대 교수는 “우리 공항 건설과 운영 기법이라는 것을 해외에 전수하는 길을 찾아나가는 것이 합당하다”고 설명했다. 이명식 인천공항 전 감사위원 역시 “와서 보던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저희들 시스템을 굉장히 부러워한다”면서 “성장하고 있는 인천공항을 서둘러 매각하면 헐값으로 국고가 유출될 수 있는 우려가 높다”고 설명했다.
인천공항의 자산 가치 산정에도 문제가 있었다. 인천공항공사가 용역을 준 외국계 컨설팅 업체 매킨지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는 지분의 51%만 확보해 경영권을 유지한다고 나와 있다. 나머지 49%의 지분은 민간에 매각하며, 그 중 30% 까지는 외국인이 소유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특히 매킨지 보고서에는 정부가 49%의 지분을 매각하고, 3.6조원 보다 많은 금액으로 매각하면, 정부는 이익을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인천공항의 전체 자산가치를 7조 3000 억 원으로 산정한 것인데, 많은 전문가들은 이런 셈법이 인천공항의 자산가치를 충분히 반영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이에 김태승 인하대학교 교수는 “현재 인천공항의 자산이 10조 내외라고 이야기 하는데, 이는 액면가 이야기”라면서 “하지만 그것의 실질적인 자산가액은 10배가 될 지, 20배가 될 지, 알 길이 없다”고 주장했다. 인천공항의 잠재적 가치가 높아져 있어, 이를 산술적으로 계산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홍장표 부경대학교 교수 역시 “당장의 수입 매각 대금을 위해서 향후에 이와 같은 막대한 재정 수입원들을 포기하는 것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민영화가 이루어지면, 인천공항의 막대한 수익이 결국 외국인 투자자들의 몫이 된다는 것이다.
민영화, 인천공항 경쟁력 떨어뜨린다.
민영화로 인한 서비스 질 하락과, 이에 따른 경쟁력 하락의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미 해외의 많은 공항이 민영화를 추진하며 이 같은 문제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세계 9위였던 아테네 공항은 민영화 후, 세계 50위로 공항서비스 평가가 하락했다. 시드니 공항 역시 21위에서 81위로, 스키폴 공항도 18위에서 55위로 순위가 하락했다.
특히 민영화에 따른 요금 인상이 경쟁력 하락의 주원인이 되고 있다. 민영화가 추진되면 착륙료, 터미널 이용료 등 각종 공항시설이용료가 오르고, 이에 따라 항공사는 승객들의 항공요금을 올릴 수밖에 없다. 때문에 값비싼 요금은 승객들의 몫으로 고스란히 돌아가게 된다.
김용복 서울경제연구소 박사는 “(영국) 히드로 공항이 1987년 민영화를 한 후 항공요금이 전체적으로 4배 정도 상승했으며, 시드니 공항의 경우 민영화 과정에서 민영화 전에 100% 요금을 인상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가격 인상의 부작용에 대해 ‘서비스 가격 억제 정책’으로 이를 해소하겠다고 밝혔지만, 전망은 그리 밝아 보이지 않는다. 정부가 인위적으로 가격 상승을 막을 경우, 운영 업체는 수익을 내기 위해 서비스 개선에 자본을 투자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자연히 공항 서비스 질 하락으로 이어진다.
영국 정부의 경우, 히드로 공항을 민영화하면서 서비스 인상 요금을 억제했다. 그러자 운영 업체는 수익을 내기 위해 공항 확장을 비롯, 시설 개선 등에 투자하지 않았다. 히드로 공항의 경쟁력이 급락한 가장 큰 이유다. 심지어 2008년에는 수화물 시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서 2만 8000개의 가방이 분실됐고, 하루 평균 60편의 항공기 운항이 취소되기도 했다.
한편 정부는 인천공항의 활주로와 개발제한지역 등은 지분매각 대상에서 제외할 계획이라고 밝히면서 ‘돈 안되는 것만 정부가 떠안으려는 것이냐’라는 여론의 뭇매를 맞아야 했다. 면세점이나 여객 터미널 등 가장 큰 수입창출원만을 매각하는 것이어서 결국 외국 자본에 국고를 고스란히 갖다 바치는 꼴이기 때문이다.
김태승 인하대학교 교수는 “수익성이 안 나는 자산은 정부가 떠안으라는 소리이며, 수익성이 날 가능성이 있는 부분만 남겨서 민영화 하자는 얘기”라며 비판했다.
지난 8월 6일, 가수 김C가 트위터를 통해 ‘인천공항이 일본 ANA사에 팔렸다’는 소문을 전해 논란이 된 바 있다. 정부는 ‘아직 매각 대상은 결정된 바 없다’고 해명했으나, 인천공항 민영화를 반대하는 여론은 더욱 들끓었다. 오는 9월부터 시작되는 정기국회에서는 인천국제공항공사법 등 관련법 개정안이 상정될 예정이다. 또한 정부는 민영화 계획을 예정대로 추진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여론의 민영화 반대 여론이 가라앉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의 민영화 강행이 성공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