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근무제, 여성들 ‘고용불안’과 ‘임금차별’로 내몰아

공무원노조 조합원 63%, ‘여성 비정규직 고착화 시킬 것’

여성들의 ‘일, 가정 양립’을 위해 정부가 2010년 핵심고용정책으로 내놓은 ‘유연근무제’가 실제로는 여성들의 고용불안과 임금차별을 부추기고 있어 비난을 받고 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공무원노조)은 30일 오전, 민주노총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직사회 유연근무제 도입 대응 방안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들은 결과 발표에서, 유연근무제가 여성 정책과 고용 문제의 총체적 부실을 야기하고 있다며 유연근무제 철회를 요구했다.


“유연근무제, 민간부문 비정규직 확대가 목적”

현재 정부는 ‘일, 가정 양립’과 ‘고용창출’, 그리고 ‘공공부문의 성과중심 문화’를 유연근로제 도입 목적으로 내놓았다. 하지만 공무원노조는 유연근로제가 비정규직 확산을 위한 포석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박재범 공무원노조 연구원은 “유연근로제의 정책적 시행 과정에서 졸속성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또한 이는 단시간 근로와, 비정규 노동자를 전체 민간부분까지 확대 적용시키기 위한 합법적 표준모델을 만드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실제로 행전안전부는 지난 5~6월에 걸쳐 유연근로제를 시범 실시했다. 하지만 중앙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 20곳 중 시간제 근무 신청자가 없거나 한 명인 곳이 13곳에 달했다. 또한 20개 기관 중 시범 실시한 41명의 공무원은 유연근무제 신청인원의 3%에 해당하며, 해당기관 공무원 수로 따지면 0.01%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여서, 실시 인원의 열악함을 보였다.

박재범 연구원은 “게다가 시범 실시 이후 객관적인 평가와 준비 절차를 생략한 채 중앙행정기관은 물론 250개가 넘는 전 지방자치단체에 전면 실시했다”고 비판했다.

고용 불안과 임금차별의 문제도 있었다. 기존 계약직 공무원은 전문직으로,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이 적용됐다. 하지만 유연근로제 도입으로 단시간 시간제 공무원이 늘어나면 임금 지급액 역시 높아지기 때문에 행안부는 계약직공무원 규정 일부개정령을 입법예고한 상태다.

9월 국회에서 법안이 처리될 경우, 한시계약직 공무원과 봉급액 기준표가 신설된다. 박재범 연구원은 “한시적 계약직 공무원 임금표에 따르면, 이들은 100만원이 채 안 되는 임금을 받게 돼, 인건비 절감 효과까지 발생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지난 2차 국가고용전략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단시간 근로를 공공부문부터 시행해, 민간으로까지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밝힘으로 ‘단시간 근로’형태의 비정규직은 사실상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노우정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정부는 유연근무제로 여성들에게 저임금과 불안정한 일자리를 돌려, 편법으로 수치상 고용률을 늘리려 한다”면서 “임신과 출산 등으로 해고 위기에 놓여있는 여성들이 필요한 것은, 하루 4~5시간 일하는 불안정한 일자리가 아닌, 정부 차원의 육아와 실업문제 해소”라고 강조했다.

공무원 63%, “유연근무제, 여성 직무 비정규직으로 고착화 시킬 것”

공무원노조에서 지난 6~7월 한 달간 조합원 1,251명을 상대로 ‘유연근무제 도입 실태 및 의식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55.8%가 ‘시간제 근무’에 대해 잘 모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연근무제 활성화로 출산휴가 및 육아휴직 제도가 활성화 될 것’이라는 예상에 대해서는 52.5%가 부정적인 답변을 내놨다.

반면 ‘유연근무제가 일, 가정 양립의 도움보다는 여성의 직무를 비정규직 업무로 고착화 시킬 것’이라는 입장에 대해서는 전체 응답자의 63.8%가 ‘그렇다’고 답했다. ‘유연근무제 활성화는 공직사회 내의 정규직 업무와 계약직 업무로 양극화 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응답은 68%에 달했다.

또한 응답자의 84.4%가 ‘일, 가정 양립 활성화를 위해서는 임금삭감 없는 남녀할당제 실시와 육아휴직 비용 전액지원 등 제도개선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답했다. 특히, 지난 3월 26일 일부 개정한 지방계약직 공무원 규정으로 ‘계약기간을 6개월 이하로 채용할 경우 공고 등 채용절차 생략 가능’하게 됨으로, 비정규공무원 직급 생성에 대한 조합원들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결국 유연근무제의 반쪽짜리 일자리와 임금은, 공무원들에게 복지나 고용 정책이 아닌, 성과관리 정책의 하나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양성윤 공무원노조 위원장은 “단시간근무제가 공무원 노조의 기조와 전면적으로 대치되는 만큼, 오는 11월 공무원 대회에서 실천계획 수림과 정책 폐지 논의를 해 나갈 것”이라면서 “또한 국민들에게 공공부문으로부터 시행되는 단시간 근로제가 민간 부문까지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알려낼 것”이라고 밝혔다.
태그

공무원노조 , 유연근무제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윤지연 기자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