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사측이 ‘이승만 특집’방송의 강행 의지를 보이자 KBS 새 노조가 이승만 특집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KBS내부에서조차 전혀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 김인규 사장의 독단적인 결정이며, 이를 강행한다면 KBS는 뉴라이트의 이념을 대변한다는 비난을 피해나가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새노조에 따르면, 이승만 특집 계획은 지난 7월, 김인규 사장이 점심식사 자리에서 던진 ‘이승만은 대단한 사람이고, 방송에서 한 번 다뤄 봐도 괜찮을 것’이라는 한마디에서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며칠 후 콘텐츠 본부장은 역사팀에 이승만, 박정희, 김대중, 이병철, 정주영 등 한국 현대사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친 5명을 다루는 프로그램을 만들라고 지시했으며, 제작진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5명의 선정기준이 자의적이고, 이병철 전 삼성 회장의 경우 특정 기업을 홍보한다는 오해를 살 수 있었기 때문.
일주일의 논란 끝에 제작진과 본부장은 여론조사와 전문가 참여 등의 객관적인 방법으로 인물을 선정한다는 데에 의견을 보였지만, 8월 말, 본부장은 기존의 논의를 뒤집고 이승만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다루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노조는 “보고를 받은 사장이 박정희 김대중 두 전직 대통령을 다루는 것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며 제작 방향 수정에 김인규 사장이 개입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에 세 명의 담당 PD는 제작 거부의사를 밝혔으나, 본부장은 방송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절충안을 낸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현대사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인물 10명을 선정해 방송을 하되, 이승만은 당장 내년에 방송을 하고 나머지 인물들에 대해서는 향후에 방송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결국 이승만 한 사람만 방송하고 끝날 가능성이 높은 계획이라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2008년 뉴라이트는 ‘식민지 근대화론’을 담은 ‘한국 근현대사 대안교과서’를 발간하고, 이승만 국부론을 설파하는 등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한 객관적 평가를 위한 논의가 찾아보기 힘들다고 KBS 새노조는 보고 있다. 이런 현실 속에서 KBS가 ‘이승만 특집’을 방송한다면, “뉴라이트의 이념을 대변한다는 비난을 피해나가기가 어려울 것”이라 판단한다.
또한, 새노조는 “이승만을 포함해 인물을 통해 한국의 현대사를 조망하려고 한다면 아이템의 선정의 객관성과 제작의 자율성이 보장돼야 한다"며, "하지만 사장의 말 한마디에 프로그램의 기획이 급조되고 엉뚱한 방향으로 왜곡된 과정을 돌이켜볼 때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13일 KBS 공정방송위원회 보고를 통해 입장을 밝혔다.
새노조는 “사내에서 ‘뉴라이트판 인물현대사’니 ‘건국의 아버지 특집’이란 별칭으로 불리고 있는 이 프로그램은 이미 기획단계에서부터 누더기가 되었다”며 “이승만 특집계획은 당장 중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