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수희 장관님, 무조건 낳으라구요?”
13일 오전 10시부터 진행된 공청회에서는 진수희 보건복지부장관이 참석해 저출산 고령화 문제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진수희 장관은 “저출산은 노동력 감소로 이어져 경제규모를 위축시킬 것”이라면서 “또한 저출산 문제는 국가 차원의 문제뿐만 아니라, 기업과 사회에 닥칠 중대한 문제”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진수희 장관의 발언 도중 여성·사회단체들이 행사장에 들어와 플래카드와 피켓을 펼치며 기습시위를 벌이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민주노총 여성위원회, 성폭력상담소, 여성의전화, 전국여성연대,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사노위, 사회진보연대 등은 행사 관계자들이 이들을 막았으나 진수희 장관의 발언이 끝날 때까지 피켓을 들고 무대 위에서 현실적인 저출산 해결을 요구했다.
특히 진수희 장관은 이번 기본계획안에 대해 여성단체를 비롯한 노동계, 경영계, 종교계 등 사회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해 나갈 것이라 밝혔지만, 단체 회원들은 “장관님께서 우리 얘기에 귀를 기울여주지 않기 때문에 우리가 여기까지 왔다”며 소통 부재를 꼬집기도 했다.
공청회장 앞에 전시돼 있는 ‘하나는 외롭습니다’, ‘자녀에게 가장 좋은 선물은 동생입니다’, ‘한 자녀보다는 둘, 둘보단 셋이 더 행복합니다’등의 정부 주도 캠페인 문구도 무색했다. 단체 회원들은 ‘낳을 수 없는 상황이어도, 키울 수 없는 조건이라도 무조건 낳으라구요?’, ‘돈없는 사람은 애도 못 낳는 이 더러운 세상’등의 피켓을 들고 정부의 일방적인 출산 장려 캠페인을 비판했다.
진수희 장관이 공청회장을 빠져나가는 동안에도 단체 회원들의 목소리는 계속 됐다. 회원들은 “왜 정작 여성 노동자들의 목소리는 듣지 않느냐”면서 “이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한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며 진수희 장관을 압박했다.
일자리 뺏기는데 어떻게 ‘출산’하나
현재 정부에서 내놓은 저출산 기본계획의 주요 쟁점은 ‘유연근로시간제 확산’이다. 정부는 ‘일, 가정 양립’과 ‘고용창출’ 대책이라며 유연근로제를 도입했으나, 여성의 고용불안을 부추기고 임금차별에 내몰고 있다는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
박승희 민주노총 여성위원장은 “유연근무제는 여성 노동자들을 불안정한 비정규 노동자로 내몰 것”이라면서 “정부는 근로시간 단축이라며 유연근무제를 포장하고 있지만, 결국 비정규직 도입과 확산을 위한 포석”이라고 비판했다.
보육 서비스 정책 역시 논란이 됐다. 정부는 민간 육아서비스 개선 방안으로, 우수 민간 시설을 공공형, 자율형 어린이집으로 전환 허용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하지만 이것이 보육비를 인상시켜 결국 서민층의 보육비 부담이 늘 것이라는 지적이다. 박승희 여성위원장은 “현재 국공립 시설이 11%밖에 안 되는 상황에서, 서민들은 아이들을 민간 시설에 맡길 수밖에 없다”면서 “하지만 자율형 어린이집 전환은 마치 자립형 사립고와 같은 형태로 보육료가 인상돼 서민층에게 타격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정부는 육아휴직 급여 정률제 도입 및 복귀 인센티브 도입으로, 육아휴직 여성에게 휴직 전 입금의 40%로 지급하도록 했다. 하지만 최소 50만원에서 최대 100만원까지의 육아휴직 급여가 실질적인 현실 생계를 반영하지 못했다는 점이 문제가 됐다. 뿐만 아니라 휴직급여 중 일부(15%)를 복귀 후 지급하도록 했지만, 출산 시 계약해지 당하는 일이 비일비재한 비정규 여성 노동자들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일이어서 이들의 출산율을 이끌어 낼지는 미지수다.
한편 여성단체들은 시위가 끝난 후 “정부의 출산 정책은 비정규 노동자, 주부, 실업자 등의 여성에게는 그림의 떡일 뿐”이라며 “정부는 여성 노동자들의 안정적 일자리를 확보하고, 무상보육을 실현하는 등 보육 공공성 강화 정책으로 저출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