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노동자 좌담회
* 일시 : 2010년 10월 9일
* 장소 : 공공노조 의료연대서울지역지부 희망터 (안국역)
* 참가자 :
차승희 (의료연대서울지역지부 간병분회장)
김미숙 (서울간병분회 사무장)
이순도 (서울대학병원 간병사)
정금자 (요양보호사협회장)
주민순 (요양보호사협회 중부지역 지회장)
최현숙 (요양보호사협회 중부지회 부지부장)
김명희 (활동보조인권리찾기모임 대표)
허인회(성북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보조인)
이유진 (공공노조 서경지부 보육분회 사무장)
* 사회자 : 이재용 공공노조 서경지부 조직차장
* 속기 : 고미숙 활동보조인권리찾기모임
이재용: 돌봄노동이 “살림하는 여성들이 집에서 쉽게 할 수 있는 일”이라 인식되며, 이 때문에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조건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현실이 현장에도 반영되어 있는지 말 해 달라.
김명희 : 활동보조인이 하는 일 중에 가사보조 업무가 있다. 활동보조 이용자의 가족을 대신해서 활동보조인이 고스란히 하고 있는 것이다. 집에서 가사 일 해본 사람이면 다 알겠지만 한 번 일을 시작하면 두 세 시간 넘게 걸린다. 그리고 이틀에 한 번 가게 되면 밀려 있는 일을 다 해야 해서 더 힘들다. 힘든 업무지만 그만큼의 임금이나 처우가 고려되지 않고 있다. 가사보조 하는 일을 쉽게 생각하기 때문이고 이것이 활동보조의 경우에도 그대로 반영된 것이다.
최현숙: 요양보호도 가사지원이란 업무가 있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의 식사지원, 주변 환경을 청결히 유지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하지만 온갖 가사노동이 요구되곤 한다. 특히 요양보호사가 여성일 경우는, 보통 여성들이 하던 일이 활동보조에서 자연스럽게 요구한다. 여성들이 무급으로 일하던 것이기 때문에 저임금이 당연하게 생각될뿐더러 요양보호사들은 엄청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남성이 생계부양자의 역할을 하고 여성이 집안일을 한다는 인식에 따라 일과 가정을 분리시키는 것이 현대사회에도 그대로 남아있는 것 같다. 성평등의 관점은 돌봄노동자들의 운동과 투쟁에도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여성운동이나 성평등 운동과 연대하여야 한다고 본다.
주민순: 일을 하다보면 이용자들은 돌봄노동자가 업무구분 없이 모든 것을 다 해줘야 한다는 시각을 갖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용자들의 의식이 바뀌어야 한다. 무엇보다 정부가 '가정에서 살림하는 여성주부'처럼 일하는 사람들이 모든 것을 희생해야 한다는 시각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문제다.
정금자: 정부가 해당 노동자가 해야 하는 업무를 정확히 정리해주고 그 업무를 넘어서는 일에 대해서는 행정조치를 취해야 한다. 이건 정부의 몫이다. 이 제도를 제대로 정착시켜야 하는데, 현장에 있는 사람들이 이걸 가장 잘 알 거다. 각 분야에 맞게 정책을 만들어서 명확하게 요구 하고, 그것을 안정화시키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업무의 경계를 명확히 하고, 그것을 정부가 직접 홍보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유진 : 보육의 경우에는 보육교사를 너무 쉽게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생각으로 자격증을 남발하고 저임금의 대우를 하는 것 같다. 어린이집 부모들은 보육교사를 보모 정도로 생각한다. 보육교사를 단지 애들 잘 봐주는 정도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실제 아이를 돌보기 위해서는 많은 지식과 숙련된 프로그램이 필요한데 그런 점들을 인정받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보육교사로서의 업무가 분명치 않고 취사까지 다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어린이집 학부모들도 그러한 인식을 바꾸어야 한다. 보육분회에서는 급식조리노동자의 인원충원을 통해 명확한 업무 분담을 할 것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허인회 : 처음에는 남성으로서 돌봄노동이란 용어를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다. 내 통념에는 돌봄노동은 여성 주부들이 하는 것이고 남자는 사회 나와서 일하는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다른 사람들에게 내가 돌봄노동자라고 당당하게 말한다. 그런데 사회적으로 남성들이 돌봄노동자로 일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분위기가 있어 이 부분이 아쉽다. 여전히 사람들이 나에게 돌봄노동자가 뭐하는 것이냐고 묻는다. 이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주변에서 나를 보는 시선을 견디기 힘들 때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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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정부는 사회서비스 일자리를 확충하겠다고 발표하고, 최근에는 저출산 고령화 대책에 돌봄노동과 관련한 계획들을 세우고 있다. 그러나 “돌봄노동의 시장화”에 대한 정부 기조가 바뀌지 않았기 때문에 돌봄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조건과 서비스의 질 향상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있다. 현장에서 드러나는 문제점은 무엇인지 말씀 부탁드린다.
최현숙: 노인장기요양제도에서 비용은 공적으로 걷는데 현장에서의 수요공급은 시장에 맡긴다. 정부는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따기 위한 교육기관들부터 시장으로 내몰았다. 엄격한 기준도 없이 교육원을 차리도록 한 것이다. 센터들의 설립조건도 굉장히 완화시켜 놨기 때문에, 이윤과 영리 중심으로 센터를 운영한다. 이런 상황의 피해자는 노동자들이다. 5대 보험료를 임금에서 내고 있고, 퇴직금의 경우 재가노동자들은 거의 못 받고 있다. 공적인 기관들 빼고는 퇴직금 이야기가 없다. 심지어 내가 일하는 기관에서는 임금의 12분의 1을 떼고 있다고 공공연히 말하고 있다.
주민순: 산재나 고용보험을 받는 사례도 하나씩 만들어내야 한다. 근골격질환이 생겨도 원래 여성들이 그 나이에는 대부분 걸린다고 하며 산재로 인정 안하고 있다. 각종 수당이나 유급휴가도 전혀 안 지켜지고 있다. 센터 이용 방식이 파견형태로 운영되면서 요양보호사들의 고통이 심해지고 있다. 직접 고용을 해서 돌봄노동 자체를 정부가 관리해야 한다.
차승희 : 간병의 경우 이번 제도화를 앞두고 시범운영하면서 일자리 창출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시범병원 10개 중 9개는 파견업체를 통해 간병사제도를 이용한다. 시범운영에 대한 토론에 파견업체들이 참여를 하고, 평가를 할 때도 우리 노동자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는다. 더 큰 문제는 환자가 병원에서 간병을 받다가 문제가 발생해도 병원이 책임지지 않으며 파견업체도 그냥 간병사를 해고해 버리는 방식으로 문제를 덮으려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간병인제도를 민간보험으로 하면 누구나 이용할 수 없기 때문에 간병비를 건강보험으로 쓰도록 하라고 요구 하고 있다. 환자의 입장에서 간병제도를 민간보험비급여로 하면 누구나 이용할 수 없고 환자가 고스란히 부담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간병노동자의 입장에서도 실제 파견업체를 통해 일을 하게 되면 높은 알선비와 비공식적인 비용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저임금노동에서 벗어날 수 없다. 결국 사회적인 비용부담방식만이 환자와 간병노동자 모두에게 이로운 것이다.
김미숙: 노동조건이 열악하다. 탈의실이나 휴게공간도 없다. 식사공간이 없어서 배선실에서 서서 먹거나 환자 옆에서 먹는다. 그런 상황이다보니 면역이 약해져서 두드러기가 나고, 다쳐도 산재보험이 안 된다. 어쩔수 없이 내 돈으로 쉬는 날 치료하고 다시 간병한다. 우리가 건강하게 환자를 케어할 수 없기 때문에 노동의 질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파견은 안 된다고 생각하고 직접 고용해야 한다. 그리고 간병은 건강보험으로 급여화하여야 한다.
이유진 : 보육시설은 민간과 국공립 어린이집이 있다. 민간에서는 원장들이 자기 소유라는 이유로 보육료를 마음대로 걷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많은 돈을 걷더라도 실제 노동자 처우 개선이나 보육환경 개선에 쓰이는 돈은 많지 않다. 그래서 우리는 국공립으로 바꾸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정부가 저출산 대책으로 보육비 지원을 이야기 하고 있지만 일단 보육료를 자율화 한다는 것이기 때문에 보육의 질은 내는 비용에 따라 천차만별로 달라질 것이다. 민간보육시설이 다수인 현실에서 보육료 인상을 제어하고 제대로 쓰일 수 있게 하는 것이 우선이다. 서울의 경우, 보육공공성을 이야기하니 서울형 어린이집이라는 것을 만들어냈다. 그런데 서울시가 만든 작품이란게, IP-TV라는 감시체계다. 오히려 불안한 노동환경을 만들고 있다. 제대로 된 보육공공성을 실현하지 못하니까 학부모가 교사를 못 믿고 원장이 교사를 믿지 못하는 환경이 되어버린 것이다. 중요한 것은 감시가 아니라 공공성이고, 교사들이 아이들에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이다.
김명희 : 내가 활동보조를 하기 위해 등록한 센터는 이용자가 지불한 금액 8000원의 25%을 떼고 우리는 6000원을 받는데 적자라고 한다. 그렇다면 오히려 적자나는 기관을 없애야 한다. 복지관을 구마다 놔두고 이런 방식으로 왜 운영을 하는 것인가. 그리고 우리는 샌드위치 같다. 눌려도 어디 가서 얘기할 데가 없다. 새벽에도 이용자가 원하면 달려가고 밤에도 달려간다. 그런데 야간수당 등 각종 수당은 아예 없다. 활동보조의 특성상 갖추어야 할 체계가 없는 것이다.
허인회: 그리고 활동보조서비스가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한 만큼 지원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도 문제이다. 예를 들어 구에서도 활동보조시간을 이용하게 할 수 있는데 서울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구가 다섯 개 뿐이다. 강남 서초 송파 등 5개 지자체는 우리가 싸워서 지원하도록 만든 것이다. 그래서 성북 성동 지역에서 활동보조 노동자들이 지자체 지원을 요구하는 싸움을 하고 있다.
이유진: 보육시설의 경우 국공립이라고 해도 직영이 아니고 위탁이란 것이 또 다른 문제이다. 내가 있던 곳은 위탁시설이었는데, 3년마다 호봉이 많은 교사들을 잘라낸다. 이유를 알아보니 교사지원체계가 영아반 담당교사에게는 호봉의 80%가 국가재원으로 지원되지만, 유아반 담당에게 30%만 지원되고 나머지 70%는 어린이집 운영비에서 충당한다. 그래서 교사의 호봉이 높아질수록 교사 월급에 부담이 없도록 유아반을 담당하고 싶어도 영아반을 담당해야하거나 영아반에 교사의 이름을 올려놓고 실제는 유아반을 담당하게 하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교사들은 경력이 많아질수록 불안해진다. 결국 3년마다 교사들이 한꺼번에 해고되고 이것이 정기적으로 반복되는 일들은 정부가 어린이집을 위탁이라는 시스템을 이용해 불안정한 노동을 하게 만들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이런 현상이 일반적인 구립 어린이집에 발생하고 있고 결국 국공립이 아니란 것이다. 그래서 직접 운영을 하라고 정부와 지자체에 요구를 하는데 그게 안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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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보육, 장애인활동보조, 요양, 간병 등 돌봄노동자가 한 자리에 모이는 ‘전국돌봄노동자대회’를 준비하고 있다고 들었다. 각 분야의 노동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목소리를 내고자 하는 이유가 있는지 궁금하다.
최현숙 : 복지영역의 노동이라는 면에서 정부는 우리가 힘을 모아내지 못하도록 계속 갈라놓으려 할 것이다. 돌봄노동의 사회화를 이루려면 따로 움직여서는 안 된다. 그런 면에서 연대가 필요하고, 좀 더 넓게 노동자들뿐만 아니라 우리들과 함께 할 진영이 어디인지 찾고, 계속 넓혀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노동운동, 여성운동, 정치영역 등으로 말이다. 환자보호자들도 같은 목소리를 내야 한다. 현장에서는 갈등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정부와의 문제기 때문이다.
정금자 : 현장의 활동을 통해 우리의 요구를 모아내고, 그것을 제도화해야 한다. 우리에게 각각의 요구가 있다. 현장의 요구를 정확히 만들어서 돌봄노동자대회 후 정부와 정치권에 공동 면담을 요구할 수도 있지 않은가.
이유진 : 보육교사들은 노동자라는 말을 힘들어 하고, 교육받을 때도 노동자교육이 없다. 근로자라고 우리를 부른다. 그런데 근로자가 노동자인가 의문을 품기도하고, 아예 생각하지도 않는 경우도 많다. 개념자체가 없기 때문에 정확한 명칭도 잘 모르고 노동조합이 하는 일도 잘 모르
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전국돌봄노동자대회’를 통해 한 자리에서 만나는 것도 중요하고, 돌봄노동자들 서로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자주 만나서 각 영역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 알고, 같이 이야기 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이재용: 대회 이후에 돌봄노동자들의 지속적인 만남을 지역별로 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캠페인을 한다고 해도 그 지역을 같이 돌면서 캠페인을 하면 홍보가 극대화될 것이다. 정치권에 요구를 하는 것도 함께 힘을 키워 대응할 필요가 있다. 그럼 이것으로 좌담회를 마치도록 하겠다. 돌봄노동자대회 때 많은 노동자분들이 함께 했으면 좋겠고 이후에도 지속적인 만남과 연대를 이어가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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