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 되면 노동운동이 여성의 육아와 가사노동 문제를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문제다. 그러나 노동운동은 이 문제에 큰 관심이 없다. 남성중심적인 노동운동에서 여성노동의 문제는 항상 부차화 된다는 문제제기는 10년 전부터 나왔지만 여전히 부차화 문제는 풀리지 않았다. 해마다 3월 8일 세계여성의 날을 기념하지만 여성노동 문제는 기념으로 끝나곤 했다.
이런 여성노동자들의 문제의식은 오는 12월 4일 ‘서울여성조합원대회’로 모아질 전망이다. 민주노총 여성위, 민주노총 산하 몇몇 연맹 여성위원회 등과 사회진보연대, 진보양당 여성위원회, 민주노총 서울본부는 서울여성조합원 대회 공동기획단을 꾸렸다. 이 대회는 각기 다른 조건과 상황에서 일하며 살아가는 여성조합원들이 노동조합 주변이 아닌 주체가 되어, 민주노총을 변화시키고 노동현실을 바꾸기 위해 투쟁 할 것임을 결의하는 자리다. 대회가 잘 준비 된다면 일회성 행사로 전락해버린 3.8 여성의 날까지의 흐름도 새롭게 만들어 나갈 것으로 보인다.
![]() |
공동기획단은 지난 20일 처음으로 시도하는 여성조합원 대회에서 무엇을 하고, 여성조합원들과 무엇을 풀어낼지를 고민하는 사전 워크샵을 민주노총 중회의실에서 열었다.
이날 워크샵에선 패널로 참가한 여성활동가들의 진솔한 얘기부터 오갔다. 최정효 공무원노조 서울본부 부본부장은 “9급 공무원 여성은 일이 많은 민원창구에 있으면서도 아이 학교에 갈일이 있으면 남편이 가지 않고 옆 직원 눈치를 보며 학교에 가야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최 부분부장은 “이런 현실은 노동운동 하는 간부부터 집에서 깨나가야 한다”며 “여성 간부 수련회 등에서 탁아방을 운영하지 말고 남편에게 아이를 맡기자”는 아이디어를 내기도 했다.
백순애 건설연맹 부위원장은 “조합원들이 뭘 공유할 수 있을지, 조합원들이 참여해 같이하는 프로그램이 아니면 조합원들은 애나 남편 핑계를 대고 집으로 갈 것이다. 같이 웃고 느끼고 박수칠 수 있는 대회가 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백순애 부위원장은 또 “무슨 사업이 됐든 여성 조합원들이 지속적으로 만날 수 잇는 사업을 해야 한다”며 “남성들은 학연, 고향, 군대 등 수만은 줄로 연결되어 서로 돕지만, 여선들은 그런 줄들에 명분을 두지 않는다. 그러므로 친한 사람들만 친하지 끈끈한 연대의식이 없다. 지속적인 사업을 통해 연대의식, 동질감, 여성이기에 느끼는 문제들을 의식하고, 바꿀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할 수 있는 지속적인 사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공동기획단은 민주노총 여성조합원 노동현실을 “여성이 육아와 가사를 전담하는 상황은 여성의 삶이 고달픈 차원이 문제가 아니라 여성의 노동권을 저해하는, 여성의 종속을 심화하는 기제로 작용하는 문제”라고 진단하고 “‘여성=가족’ 이라는 등식 하에 육아, 가사에 일차적 책임이 있다고 여겨지는 여성들에게 단시간 일자리야 말로 가장 적합한 일자리라고 선전해 대는 정부의 정책을 우리는 수용할 것인가? 믿고 맡길 수 있는 공적 시설이 직장이나 지역사회에 있다면, 육아를 위해 노동을 제약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겨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여성이라면 누구나 동의하지만 변화시키지 못하고 있는 육아 문제, 가사노동의 문제를 노동자 운동은 개별가족으로 여성에게 재생산 노동을 전가 방식을 변화 시키도록 요구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기획단은 앞으로 여성사업 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논의 지속과 여성이 살맛나는 세상과 노동조합을 만들기 위한 교육, 아래로부터의 여성노동자 주체화, 조직화를 위한 사업기획, 집행 등을 고민해 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