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사는 경찰병력을 사내로 불러들여 외부의 식량반입을 철저히 봉쇄하고 있다. KEC 회사 안 경찰병력 모습. [출처: 금속노조 강지현] |
KEC지회의 김경수 부지회장은 “공장점거 뒤 회사가 우리와의 어떠한 대화방식조차 끊어버렸다”고 전한다. 대신 회사는 점거농성 직후 조합원들이 들어간 1공장 단수로 화답했다. 현재 ‘현장’ 속 조합원 1백70여 명은 씻지도 못하고 생리현상 조차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는 비인권적 상황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끼니도 문제다. 점거농성자들이 갖고 들어간 식량은 고작 8일치였다는 게 현지의 설명이다. 배태선 민주노총 구미지부 사무국장은 “농성자들은 장기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하루에 한 두끼를 굶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회사는 경찰병력을 사내로 불러들여 외부의 식량반입을 철저히 봉쇄하고 있다. 점거농성자들이 있는 공장안 잠입취재를 시도하던 언론사 기자들조차 들어갈 통로를 못찾고 포기할 정도다.
▲ 27일 금속노조 1천 2백 여 명이 집회 뒤 식량반입을 시도했지만 경찰병력의 제재로 무산됐다. [출처: 금속노조 강지현] |
27일 금속노조 1천 2백 여 명이 집회 뒤 식량반입을 시도했지만 경찰병력의 제재로 무산됐다. 이에 유영한 KEC지회 쟁의부장은 “배고프면 점거를 풀고 공장 밖으로 나오라는 심사 아니냐”며 분노를 터뜨렸다. 공장 안에서는 이미 금속노조의 김준일 구미지부장이 점거농성 직후 단식에 들어갔다. 공장 바깥에서는 차광호 구미지부 수석부지부장과 조합원 16명이 자발적으로 동조단식에 들어간 상태.
▲ 27일 금속노조 1천 2백 여 명이 집회 뒤 식량반입 시도 때 경찰이 소화기를 뿌려대며 막아서고 있다. [출처: 금속노조 강지현] |
회사는 한편에서 시간끌기식 ‘배째라’ 태도를 내비치고 있다. 노조의 김다운 조직부장은 “회사가 점거농성에도 불구하고 생산가동이 95%에 달하고 있으며 아직도 한 달 치 재고물량이 있다고 거짓 언론플레이 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회사가 한 달 동안 대화에 응하지 않고 버텨보겠다는 심사를 사실상 드러내고 있는 셈.
▲ 유영한 KEC지회 쟁의부장이 27일 금속노조 집회 뒤 행진 때 구미시민들의 지지와 격려를 호소하고 있다. [출처: 금속노조 강지현] |
또한 민주노총 구미지부의 배태선 사무국장은 “공장안과 소통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핸드폰인데 회사는 조합원 가족을 회유해 가족이 농성자들에게 전화하게 하고 있다”고 전하기도 한다. 경찰병력의 협박도 점거농성자들을 압박하고 있다. 최근 경찰은 언론보도를 통해 “KEC 공장 진압작전 준비완료”라는 메시지를 공식적으로 흘리고 있다.
하지만 지역여론은 사용자측에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다. 이날 집회를 앞두고 만난 구미의 한 택시기사는 “사용자가 중국공장 재미없으니 한국공장 인력 구조조정하려고 사전에 노조 힘 빼놓는 거 아니냐”고 할 정도다. 그는 이어 “몇 해 전 싸움이 있었던 코오롱도 지금은 윗 사람들만 정규직이고 나머지는 죄다 하청으로 바뀐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구미 경제를 뒷받침하던 KEC와 코오롱 등 대기업 사장들이 해도 너무한다”고 강조했다.
경찰병력의 진압도 여론의 뭇매를 맞기 십상이다. 이날 집회 때 공장 안의 김준일 구미지부장은 전화연결을 통해 “이곳에는 수많은 가스와 약품 및 푹발물이 가득하므로 공권력 투입시 끔찍한 참사를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같은 날 경향신문도 사설에 “구미 KEC사태가 제2 용산참가가 우려되므로 공권력 투입을 자제하라”고 썼다.
▲ 금속노조가 27일 낮 3시 고용노동부 구미지청 앞에서 '공권력 투입 반대! KEC 투쟁 승리' 금속노동자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이날 노조 소속 조합원 1천 2백여명이 모여 집회 뒤 KEC 공장까지 40여 분간 행진을 했다. [출처: 금속노조 강지현] |
민주노총(위원장 김영훈)도 이날 KEC공장 앞 천막에서 비상중앙집행위원회를 열어 “공권력 투입 시 민주노총은 이명박 정권과 전면전을 불사”한다는 방침을 정하기도 했다. 민주노총은 오는 29일 전국노동자대회를 구미에서 개최한다는 계획이다. 이날 민주노총은 비상식량 공장 안 반입을 다시 시도할 예정이다. 이날 또다시 충돌이 예상된다.
사태 해결의 핵심은 결국 노사 대화에 있다. 경향신문도 “방법은 회사 측이 즉각 노조와 교섭에 나서는 것밖에 없다”고 썼다. 구미의 한 택시기사도 “정부가 사태해결을 위해 노사 간 대화 주선 등 중재에 적극 나서줬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 KEC지회의 한 여성조합원이 '공권력 투입 반대' 및 '민주노조사수'가 적인 플래카드를 들고 있다. [출처: 금속노조 강지현] |
KEC지회 조합원들은 현재 징계와 고소고발 철회를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헌법에 보장된 파업권을 행사했다는 이유로 다수가 해고되고 철창에 갇히는 순간 KEC에는 노동조합의 뿌리가 없어져버릴 것이라는 절박감이 있다. 김 부지회장은 “우리의 소원은 이 짐승같은 전쟁을 끝내고 싶다는 것”이라고 호소한다. 4개월 째 임금 한 푼 못 받고 노조사수 하나만을 위해 싸우고 있는 이들의 외침을 회사가 언제까지 버티기로 일관할 것인지 지켜볼 일이다. (제휴=금속노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