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세기 전태일들[사진: 김용욱 기자] |
“근로기준법을 지키라”고 외치는 ‘21세기의 전태일’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30일 전태일40주년 행사위원회와 민주노총 공동 주최로 서울광장에서 ‘비정규노동자 전국노동자대회’가 열렸다.
5시 반부터 열린 노동자대회에서 5,000여 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죽지 않고, 아프지 않고, 다치지 않고 일하고 싶다”며 근로기준법 준수와 비정규직 철폐를 외쳤다.
▲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노동자들 |
이들은 또 6대 요구로 △간접고용철폐, 파견법 폐기, 불법파견 정규직화 △간접고용노동자 원청사용자 책임 인정 △비정규직법 폐기 및 사용사유 제한 도입 △특수고용노동자 노동기본권 보장, 산재 전면 적용 △이주노동자 노동허가제(노동비자) 도입, 강제단속 반대 △최저임금법 개악저지 및 최저임금 현실화 등을 내세웠다.
이찬배 여성연맹 위원장은 최저임금 현실화를 주장했다.
그는 “올 여름, 삼복더위에 땀띠나고 병원에 실려가면서 2~3주 동안 농성했지만 최저임금은 겨우 5.1% 올라 주 40시간씩 한 달 일해도 85만원밖에 받지 못한다”며 “정규직, 정치권, 대형 산별노조들이 나서서 전 국민이 함께 공감할 수 있는 국민 임금협상투쟁을 만들어야 한다. 전 국민이 나서서 최저임금을 현실화하고 생활임금 쟁취하자”고 말했다.
▲ 전국 순회도보로 부산에서 서울까지 727km를 걸어온 박대규 민주노총 특수고용대책위 의장 |
전국 순회도보로 부산에서 서울까지 727km를 걸어온 박대규 민주노총 특수고용대책위 의장은 지금까지의 연대투쟁이 잘못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까지 걸어오면서 많은 투쟁 사업장을 돌아봤다. 길게는 6년, 천일을 넘은 투쟁장도 많았다. 우리가 연대를 외치면서 과연 얼마나 연대했나. 많은 동지들이 같이 했다면 6년까지 투쟁 했겠나. 뭘 그렇게 잘못해서 집구석 폐가망신하며 싸워야 하나. 정부는 뭐하고 노조는 뭐했나. 노동기본권은 노동자의 밥이고 쌀이다. 이런 노동기본권을 포기할 수 없어서 여기까지 걸어왔다. 입으로만 투쟁하지 말고 힘들고 어려울수록 함께해서 승리 만들었으면 좋겠다. 특수고용 노동자도 아플 때 다른 노동자들처럼 치료 받고 건강한 몸으로 일할 수 있는 권리 찾도록 함께 투쟁하자.”
대표적인 장기투쟁 사업장인 학습지노조의 재능교육지부장과 금속노조 동희오토지회장도 무대에 올랐다.
유명자 재능지부장은 “24시간 용역깡패의 폭력에 노출된 채 거리에서 천일이 넘게 싸우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있다”며 “비정규직 노동자가 아니라 모든 노동자와 차별받지 않고 함께 일할 수 있도록 절규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에 함께 분노하고 싸워 달라”고 말했다.
이백윤 동희오토 지회장은 “자본은 비정규직노동자를 한발만 뒤로 가면 떨어지는 낭떠러지에 몰아넣고 떨어져죽든지 아니면 내 바짓가랑이를 붙잡으라고 한다”며 “바짓가랑이가 아니라 멱살을 움켜쥐자. 투쟁으로 우리가 전태일이 되자”고 외쳤다.
▲ 유명자 재능지부장 |
김영훈 민주노총위원장은 “이 사회에 이토록 비정규직이 넘쳐나는데 민주노총이 제대로 막지 못했다”는 반성으로 발언을 시작했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이 공정한 사회를 이야기했는데 OECD 국가 중 우리나라가 가장 높은 산재 사고율을 기록하고 있다. 특수고용노동자란 이유로 산재보험이 안 되는 것이 공정한 사회냐. 불공정하 하도급을 개선하지 않는 ‘상생’이 어디있냐. G20정상회의의 의장국으로 세계 경재의 중재자 역할을 한다고 떠들썩한데 국내 사안을 해결하지 않는 국제 중재자가 어딨냐. 정년연장을 법제화하겠다 얘기하는데 비정규직에게 정년이 어딨냐”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리고 “민주노총이 앞장서 비정규직 없는 세상, 정말 평등한 세상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결의했다.
▲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노동자들 [출처: ㄴ] |
한편 올해 이용석 노동열사상은 경북일반노조가 수상했다. 이용석 노동열사상 사업회 측은 “업종차이를 넘어 비정규직 투쟁에 연대했다”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
김헌주 경북일반노조 부위원장은 “온몸으로 투쟁하는 기륭전자 동지들, 지금도 목숨 걸고 투쟁하는 동희오토 동지들을 생각하면 부끄럽기 짝이 없다”며 “비정규직 투쟁에 더 연대하라는 채찍질로 받아 안겠다”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7시부터는 전태일 40주년 기념문화제가 이어졌다.
▲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 '이소선' |
문화제에 함께 자리한 이소선 어머니는 “노동자들이 피땀 흘려서 이렇게 성장하게 만들었다. 노동자가 주인인데 주인을 이렇게 뒷발로 차버리고 기본권까지 뺏어버리는 걸 보고 있으니 천불이 난다”며 “하나가 되면 못할 게 없다. 비정규직, 정규직 구별 말고 하나가 돼서 기본권을 다시 찾도록 단결투쟁 하자”고 말했다.